생물보안법 추진 시 CDMO 기업 수혜 가능성…바이오 시밀러 사용 증가 전망
'자국 우선 주의'로 미국 내 생산 강조 예상…"기회 잡기 위해 정부 지원 필요"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미국 47대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 후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입법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국내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의 바이오 시밀러 사용 촉진 정책은 미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바이오 시밀러 품목을 허가 받은 국내 기업들에게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가 국내사 보다는 해외 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 기업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美 '보호무역주의'에 중국 기업 퇴출 예상
국내사 수혜 있을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집권 시기와 마찬가지로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반 중국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인 '아젠다 47'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등 필수 품목 수입을 금지하는 4개년 계획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관세와 수입 제한을 통해 모든 필수 의약품 생산을 자국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생물보안법 입법은 이번 정권에서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생물보안법은 정보 유출이 우려되는 중국의 생명공학 기업 및 기관과 거래, 계약, 보조금 제공, 대출 지원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거래 제한 대상에는 중국 최대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우시 앱텍,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 컴플리트 지노믹스, MGI 등이 포함된다.
현재 미국 바이오 기업의 약 80%가 중국 CDMO에 생산을 맡기고 있는 만큼,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47%가 북미 지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시장 퇴출 시 경쟁 기업들의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CDMO 사업 확장에 분주한 국내사들
"규모 확장뿐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강구해야"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CDMO 사업 확장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최대 CDMO 기업이자 60만L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18만L 규모의 5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후 6~8 공장 증설을 통해 2032년까지 총 132만L 이상의 생산 능력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지난달 18일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연내 100% 자회사를 설립하고 조 단위 비용을 투이자해 18만L 규모의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테바와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의 원료의약품 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웅바이오는 최근 향남바이오공장 완공과 함께 미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도 최근 사업계획 공시를 통해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대규모 설비를 활용한 CDMO 사업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리고핵산치료제 CDMO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에스티팜도 생산 물량 증가를 대비해 공장 증축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과 110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생물보안법은 지난 9월 하원을 통과한 상태로, 최종 통과까지 남은 관문은 상원과 대통령의 승인이다. 양당의 지지를 맏고 있는 법안인 만큼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생물보안법은 기존 기업과 협력을 종료하고 신규 파트너를 확보할 수 있도록 2032년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단기적 수혜보다는 중장기적 수혜를 노리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다각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산업연구원(KIET) 정지은 부연구위원은 "CDMO 부문에서 중국 기업의 입지 위축이 예상되나 의약 제조환경의 특수성, 규제 및 전환 기간을 고려할 때 즉각적 수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중국 CDMO의 시장점유율 차지를 위해 국가와 기업 간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생산 용량 규모의 경제 확보 뿐만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 해외 파트너링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모델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밀러 사용 촉진·간접적 약가 인하' 추진 예상
트럼프 정부는 지난 집권 시기부터 약가 인하를 위한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사용 촉진을 이야기 해왔다.
앞서 미국 보건부(HHS)가 PBM의 과도한 리베이트로 의약품 가격이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저해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트럼프 정부는 제약사들이 PBM 등에 리베이트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의약품 비용 통제 정책을 추진했다. 이번 집권기에도 같은 기조의 정책을 펼친다면 바이오 시밀러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은 바이오 시밀러는 14개 품목이다. 이는 미국 FDA가 허가한 전체 바이오시밀러 62개 품목 중 미국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숫자다.
트럼프 정부의 약가 인하 방식이 바이든 정부보다 간접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사들에게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정부는 약가 인하 대상 의약품을 특정해서 협상하는 직접적 방식이 아닌, 바이오 시밀러나 제네릭 사용 촉진을 통해 경쟁을 강화하는 간접적 약가 인하 정책을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과도한 약가 인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위축시켜 국내 기업들의 기술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간접적 인하방식이 국내 기업들에게는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내 시설 갖춘 해외 기업에게도 기회
"국내사 기회 잡으려면 정부 지원 중요"
한편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중국을 견제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으나, 자국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만 끼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모든 필수의약품의 미국 생산 추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품목들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미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외국 기업들에게 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기조가 중국을 배척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여러나라에게도 기회"라며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스위스, 일본 기업의 영향력이 더 우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외교통상적인 부분이나 산업 육성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이 잡을 수 있는 기회는 희석될 수 있다"며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더 강화할 수 있도록, 새로 출발하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더 갖출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산업계 의견이 반영된 정책이 우선돼야만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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