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제제, 당뇨병 환자 대상 임상연구서 뇌졸중 등 심혈관계 사건 위험 낮춰
LAMP 결과, 90일째 뇌졸중 재발 위험 리라글루타이드군 44%↓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인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가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 재발 예방까지 영역을 확대할지 관심이 모인다.
GLP-1 제제는 당뇨병 환자 대상 주요 임상연구에서 비치명적 뇌졸중을 포함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유의하게 낮추는 효과를 입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GLP-1 제제가 급성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의 뇌졸중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가 이뤄졌고, 최근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빅토자)가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다.
美후향적 연구 결과, GLP-1 제제 투약 시 뇌졸중 재발률 낮아
당뇨병은 허혈성 뇌졸중의 독립적 위험요인이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이들보다 뇌졸중 위험이 2~4배, 재발 위험이 2~3배 높다고 보고된다. 경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의 12.8%는 90일 이내 재발한다고 조사됐는데, 이는 정상혈당 환자보다 2.2배 높은 수치다. 하지만 허혈성 뇌졸중의 급성 단계에서 강력한 혈당조절은 예후를 개선하지 못한다고 확인됐다.
GLP-1 제제는 내분비계뿐 아니라 심혈관, 간, 지방근육 조직, 중추신경계 등에도 작용하는 항당뇨병제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여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을 지연시키는 등 혜택이 있다.
게다가 대규모 심혈관계 영향 연구에서 GLP-1 제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당뇨병 환자의 MACE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대표적으로 리라글루타이드는 LEADER 연구에서 위약 대비 MACE 위험을 13% 낮췄고, 비치명적 뇌졸중 위험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11% 낮추는 경향을 보였다. 세마글루타이드의 SUSTAIN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약과 비교해 MACE 위험을 26%, 비치명적 뇌졸중 위험을 39% 낮췄다. 둘라글루타이드는 REWIND 연구에서 각 12%와 24%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더해 급성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당뇨병 환자 대상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GLP-1 제제가 뇌졸중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2015~2023년 급성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18세 이상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단일기관 후향적 연구 결과에 의하면, 유의하지 않았지만 GLP-1 제제가 재발성 뇌졸중 발생률을 낮췄고 기능적 예후를 개선시키는 경향을 보였다(Stroke: Vascular and Interventional Neurology 1월 15일자).
구체적으로, 전체 환자군 123명 중 GLP-1 제제군(35명)의 1년 이내 새로운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은 2.9%로, GLP-1 제제를 투약하지 않은 비치료군(6.8%)과 비교해 낮았다. 뇌졸중 후 기능장애 정도를 평가하는 90일째 mRS 점수 0~2점 비율은 GLP-1 제제군 67%, 비치료군 40%였고, 90일째 사망률은 각 25와 26%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으로 입원한 당뇨병 환자는 GLP-1 제제 치료 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재발성 뇌졸중 발생률이 낮았고 기능적 예후가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제제의 잠재적 신경보호효과를 평가하는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리라글루타이드, 90일째 기능적 예후 개선 가능성 1.95배↑
이에 더해 리라글루타이드는 경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또는 고위험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생한 당뇨병 환자의 재발 위험을 낮추고 기능적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GLP-1 제제는 당뇨병 환자 대상 연구에서 잠재적 심혈관 혜택을 확인했지만 경미한 허혈성 뇌졸중이나 고위험 일과성 허혈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뇌졸중 재발 예방에 중점을 둔 연구는 드물었던 상황. 이런 가운데 이번 연구는 허혈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제제의 치료 혜택을 평가한 최초 대규모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LAMP로 명명된 이번 연구 결과는 5~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뇌졸중협회 국제학술대회(ISC 2025)에서 공개됐다.
리라글루타이드는 혈관과 뇌 사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약제로, 중대뇌동맥폐쇄 쥐 모델에서 저혈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색 부피를 유의하게 줄이고 신경학적 결손을 개선하며 뇌손상 후 발생하는 스트레스성 고혈당을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LAMP 연구는 다기관 전향적 무작위 오픈라벨 맹검 연구로 진행됐다. 중국 27개 의료기관에서 50세 이상이고 신경학적 장애를 평가하는 척도인 NIHSS 점수가 3점 이하인 경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또는 ABCD2 점수가 4점 이상인 고위험 일과성 허혈발작이 있는 당뇨병 환자 636명이 연구에 모집됐다. 중앙값 나이는 63.5세였고 36.3%가 여성이었으며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는 8.2%였다. 연구는 예상보다 환자 등록률이 낮아 조기 종료됐다.
전체 환자군은 리라글루타이드군(317명)과 표준치료군(319명)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1차 목표점인 90일 이내 새로운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군 7.9%, 표준치료군 13.8%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리라글루타이드군의 뇌졸중 재발 위험은 표준치료군보다 44% 유의하게 낮았다(HR 0.56; 95% CI 0.34~0.91; P=0.02).
2차 목표점인 90일째 mRS 1점 이하 비율은 리라글루타이드군 87.3%, 표준치료군 77.8%로, 좋은 예후가 나타날 가능성은 리라글루타이드군이 1.95배 의미 있게 높았다(OR 1.95; 95% CI 1.28~3.00; P=0.002). 90일째 mRS 2점 이하인 비율도 리라글루타이드군 92.0%, 표준치료군 86.7%로, 리라글루타이드군의 예후 개선 가능성이 1.77배 유의하게 높았다(OR 1.77; 95% CI 1.06~3.02; P=0.032).
90일 이내 새로운 임상적 혈관 사건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군 8.5%, 표준치료군 15.7%였고, 위험은 리라글루타이드군이 47% 의미 있게 낮았다(HR 0.53; 95% CI 0.33~0.84; P=0.006). 증상성 뇌내출혈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군 0.3%, 표준치료군 0.6%, 사망률은 각 0.3%와 1.3%로 조사됐다.
연구를 진행한 중국 지난대학병원 Hui-Li Zhu 박사는 "경미한 급성 허혈성 뇌졸중 또는 고위험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생한 중국 당뇨병 환자는 리라글루타이드 투약 시 증상성 뇌내출혈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지지 않으면서 뇌졸중 재발 위험이 감소했다. 이와 함께 90일째 기능적 예후도 개선됐다"며 "이번 결과는 이들 환자에게 리라글루타이드를 유용한 치료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다만, 연구가 조기 종료됐기에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며 향후 잠재적 혜택을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