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2025]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정신질환 환자 체중·혈당 조절
정신질환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정신건강 긍정적 영향
스위스 연구팀 "비만 가능성 높은 정신질환 환자에게 중요한 결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와 비만치료제로 활용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가 정신질환 환자의 체중을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며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1석 3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다가 GLP-1 제제는 정신질환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정신건강과 정서적 웰빙 그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GLP-1 제제 관련 연구를 체계적 문헌고찰한 연구에서 확인한 것으로, 연구 결과는 11~14일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 연례학술대회(ECO 2025)에서 공개됐고 Psychoneuroendocrinology 6월호에 실린다(Psychoneuroendocrinology 2025 Jun:176:107415).
중증 정신질환 환자 60%는 비만…GLP-1 제제 사용 근거 부족
정신질환 환자는 비만과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처럼 체중 증가와 대사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중증 정신질환 환자의 약 60%는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추정된다.
특히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제 등 기분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향정신성 약물은 체중 증가 등 대사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향정신성 약물을 바꾸거나 중단할 수 없는 정신질환 환자는 생활습관 교정으로 대사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정신질환이 없는 비만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비만치료제로 주목받는 GLP-1 제제가 정신질환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GLP-1 제제가 자살 경향을 높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GLP-1 제제, 향정신성 약물 유발 대사질환 환자 체중 줄여
스위스 베른대학 Sigrid Breit 교수 연구팀은 GLP-1 제제가 향정신성 약물 유발 대사질환이 있는 정신질환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안전한지 조사하고자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했다. PubMed, Cochrane Library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2010년 1월~2024년 8월 발표된 문헌을 검색했다.
19개국 18세 이상 성인 2만 56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36개가 분석에 포함됐다. 이 중 18개는 주요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제제가 체중 및 혈당,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외에는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비만 또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제제 치료 전후 정신건강과 삶의 질 변화를 평가했다. 연구에서 활용한 GLP-1 제제는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빅토자 또는 삭센다),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 또는 위고비), 엑세나타이드(바이에타), 둘라글루타이드(트루리시티) 등 네 가지였다.
분석 결과, GLP-1 제제는 향정신성 약물 유발 대사질환이 있는 정신질환 환자의 체중을 유의하게 줄이고 혈당 조절을 개선했다.
구체적으로 리라글루타이드(1일 1회 3mg)를 투약한 조현병 또는 조현정동장애 환자의 체중은 치료를 시작했을 때보다 최대 5.3kg 줄었고, 6개월 이후 당화혈색소는 위약을 투약한 환자군과 비교해 3.6mmol/mol 더 감소했다.
이와 함께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세마글루타이드(주 1회 2.4mg) 투약 시 위약 대비 68주 이후 체중이 최대 15.7%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GLP-1 제제, 자살 위험 증가와 연관성 없어
"장기간 효능 입증하기 위한 대규모·장기간 무작위 연구 필요"
중요한 결과는 GLP-1 제제가 정신건강 악화, 자살 행동, 새로운 정신질환 진단,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등과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양극성장애, 주요 우울장애가 있거나 정신질환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GLP-1 제제의 자살경향을 조사한 4개 연구를 분석한 결과, GLP-1 제제는 자살 생각 위험 증가와 유의하게 관련되지 않았다. 또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대상의 엑세나타이드 연구와 양극성장애 환자 대상의 리라글루타이드 연구를 분석한 결과, 위약 대비 자살 행동 위험은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정신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GLP-1 제제는 정신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연구에서 GLP-1 제제는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주요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환자의 정신질환 치료 결과와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 안전하다고 조사됐다.
정신질환이 없는 성인에서 GLP-1 제제는 인슐린 및 다른 항당뇨병제와 비교해 기분, 정서적 웰빙, 삶의 질 향상에 좋은 효과를 보였다. 당뇨병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는 리라글루타이드(1.2mg 또는 1.8mg)를 투약한 환자군이 설포닐우레아 성분 글리메피리드(1일 8mg)를 복용한 환자군보다 정서적 웰빙과 전반적 건강 상태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
연구를 진행한 스위스 베른대학 Sigrid Breit 교수는 "이번 결과는 GLP-1 제제가 정신질환이 없는 환자뿐 아니라 정신질환 환자에게도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시사한다. 일반인보다 비만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 환자에게 중요한 결과"라며 "GLP-1 제제는 향정신성 약물 등 정신질환 약물로 인한 체중 증가를 줄이고 혈당 조절을 개선하면서 심장대사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신질환 환자에게 GLP-1 제제를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앞으로 높은 수준의 근거가 더 쌓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GLP-1 제제의 장기간 효능을 입증하려면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장기간 치료 및 추적관찰을 수행한 무작위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GLP-1 제제를 정신질환 치료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평가하는 연구도 필요하다"면서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가 쌓일 때까지 GLP-1 제제를 투약하는 환자, 특히 정신질환 환자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