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보다 고난도 의료 역량 갖춰...상급종병 공백 일부 메워
의료전달체계 개편에서 역할 기대, 하지만 보상 등 열악

13일 국회에서는 '국민건강 증진과 환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개최됐다. 
13일 국회에서는 '국민건강 증진과 환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개최됐다. 

[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에 전문병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치료역량과 환자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전문병원 제도는 낮은 사업 인지도와 병원 참여 모멘텀 부족 등으로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병원의 확대를 위해 적절한 보상제도와 의뢰-회송체계 확립, 인센티브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언이다.

또 전문병원이 척추⋅관절 등 특정 분야와 대도시에 집중되는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목됐다. 

13일 국회에서 '국민건강증진과 환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수가 등 보상은 종병 비해 낮아... 특정 분야와 대도시 편중 해결 숙제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 및 진료과목에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병원이다.

환자 구성비율, 진료량,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및 병상, 의료기관평가인증 여부 등의 지정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다. 

현재 관절, 뇌혈관, 수지 접합, 산부인과 등 19개 질환·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 진료를 기준으로 지정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 근접한 의료 역량으로 지난해 의정갈등 상황에서 상급종병의 공백을 메우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지역완결적 의료전달체계에서 전문병원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만족스럽지 않다.

현재 전문병원 수는 115개에 불과한데, 이는 95개로 시작한 2011년 본사업 이후 14년 동안 20개 증가에 그친 것이다. 이 중 40여 개는 관절과 척추에 쏠려 있으며, 위치도 수도권에 편중돼 지방에서는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병원의 보상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병원은 종합병원보다 병상당 높은 의료인력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부의 병원관리료,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액수가 책정된다. 중증진료나 복합진료 등 종별이 높아질수록 환산지수가 높아지는 현행 수가제도도 전문병원에 불리하다. 

함 교수는 해법으로 인센티브 강화 및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준 개선, 기여도에 따른 사후보상 등을 제안했다.

응급진료과 진료협력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의 핵심인 다빈도 수술 처치 수가향상 원칙에 맞춰 전문병원의 다빈도 질환 수가 역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전문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할 경우 횐송수가도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수가 기준이 현행의 행위별 수가에서 기관 단위 진료 성과에 비례한 별도 보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량적 인증과 평가 기준 개선 질환별 가산 수가 등 요구 

의료현장에서는 의료수요에 맞는 기준 정비 및 질환별 가산 수가 등이 언급됐다.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인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병원장은 "알코올 중독환자 1명 치료는 조현병의 5~10배 에너지가 드는데, 거기서 5배 더 힘든 것이 약물 중독"이라며 "중독치료는 그만큼 어려워 기피되는 분야지만, 국가 지원은 충분하지 않아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 병원장은 "알코올 중독 환자 50%가 의료급여환자인데, 이 경우 전문병원 관련 인센티브에서 제외된다"며 "부처가 협의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은 "정형외과 수술은 1병상당 2명의 의료진이 필요할 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전문병원의 수가가 낮아 생존을 위해 비급여를 찾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정형외과는 필수의료인 만큼 비급여 비중을 높이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고령화 등에 맞춰 전문병원 진료 분야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일한 신경과 전문병원인 해본리병원 이은아 원장은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관련 정책이 요양이나 재택치료 등 관리에만 치중된 면이 있다"며 "이런 질환도 적극 치료할 경우 혼자 생활할 만큼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아, 전문병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지만 인증과 운영에서 문턱이 높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주경 조사원도 "사회 변화에 따른 종합적인 전문화 특화 분류가 필요하다"고 동의를 표했다. 이어 "신경과 전문병원은 진료과가 기준이고, 노인전문병원은 대상자가 기준이라 분류 기준이 불분명하다"며 "전문병원 지정분야 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건당국은 올해 안에 적절한 전문병원 지원책과 지정과 평가 기준 등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병원지정부 조진숙 부장은 "분야별, 지역별 편중 문제를 복지부와 심평원 모두 인지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충분한 의료질을 위해 적절한 보상 방안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올해 안에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병진 사무관 역시 "현장의 소리를 열심히 듣고, 전문병원협회와 논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료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접근성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인증 수준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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