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서 상급종합병원 공백 메우며 활약
인증 문턱 높으나 보상은 낮아 전환 메리트 떨어져

이미지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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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지예 기자] 지난해 의정갈등 상황에서 눈에 띄게 활약한 의료기관을 꼽으라면 전문병원일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 근접한 의료역량으로 난이도 높은 진료를 담당하며 대형병원의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향후 지역완결적 의료전달체계 개편에서 전문병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목된 이유다. 

이에 정부도 최근 '지역 포괄2차 병원 지원사업'을 발표하며 전문병원을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인증과 운영의 문턱이 높은데 보상은 낮아 전문병원으로 전환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2011년 본사업 이후 14년이 흘렀지만 전문병원 수는 95개에서 115개로 겨우 20곳 늘어난 것이 증거다.

전문가들은 전문병원 확대를 위해 적절한 보상제도와 의뢰-회송체계 확립, 인센티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 육성안에도 반응 미지근, 종합병원보다 품 들고 보상 낮아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 및 진료과목에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를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병원이다. 정부는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중소병원을 육성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2011년 전문병원 지정제도를 도입했다.

환자 구성비율, 진료량,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및 병상, 의료기관평가인증 여부 등의 지정기준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다. 

지정 분야는 질환 12개, 진료과목 7개 등 총 19개 분야다. 구체적으로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주산기 ∆한방중풍 ∆한방척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한방부인과다.

전문병원은 제5기(2025년~2027년) 1차년도 94개소 지정에 이어 지난해 말 2차년도 16곳이 추가 지정되면서 현재 국내에서는 총 115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전문병원은 2차 병원의 경쟁력 향상 모델로서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개편 정책에서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덕수 전 총리는 "전문병원은 정부가 구현해 내고자 하는 의료전달체계와 전문의 중심병원의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말 복지부도 '지역 포괄2차 병원 지원사업'(가칭)을 발표하며 전문병원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의료기관들에서 전문병원 전환 인기는 미지근하다. 높은 인증 기준을 만족하기도 어렵거니와 지정 후에 따라오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21년 '전문병원,제도 확대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 수립 연구'에 따르면 전문병원의 의료인력은 100병상당 의사 20.5명, 간호사 60.3명(3기 기준)으로 종합병원(의사 15명, 산호사 59.8명)보다 많았나, 병원관리료, 의료질평가지원금 등에 반영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최근 책정된 상급병원에서 회송료 역시 종합병원 입원환자 5만8000원, 외래환자 4만4000원에 비해 전문병원 입원환자 5만원, 외래환자 3만8000원으로 낮았다. 

인센티브 등 보상체계 강화 필요, 진료 분야 개편 목소리도  

때문에 전문병원의 확대를 위해서는 보상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센티브 강화 및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준 개선, 기여도에 따른 사후보상 등이 제안된다.

연구를 진행한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는 "수가제도 변화도 필요하다. 현행의 행위별 수가에서 기관 단위 진료 성과에 비례한 별도 보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응급진료과 진료협력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사업의 핵심인 다빈도 수술 처치 수가향상 원칙에 맞춰 전문병원의 다빈도 질환 수가 역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에서는 의료수요에 맞는 기준 정비 및 질환별 가산 수가 등도 언급된다. 최근 전문병원 활성화 토론회에서 알코올 전문병원인 아주편한병원 정재훈 병원장은 "알코올 중독환자 1명 치료는 조현병의 5~10배 에너지가 드는데, 거기서 5배 더 힘든 것이 약물 중독"이라며 "중독치료는 그만큼 어려워 기피되는 분야지만, 국가 지원은 충분하지 않아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령화 등에 맞춰 전문병원 진료 분야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일한 신경과 전문병원인 해본리병원 이은아 원장은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뇌졸중 등 신경계 질환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관련 정책이 요양이나 재택치료 등 관리에만 치중된 면이 있다"며 "이런 질환도 적극 치료할 경우 혼자 생활할 만큼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아, 전문병원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지만 인증과 운영에서 문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올해 안에 적절한 전문병원 지원책과 지정과 평가 기준 등을 정비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전문병원 개선방안 연구'를 실시하고 전문병원 목적형 유형을 ▲저출산 ▲고령화 ▲특수외상 ▲의료용 개선 ▲심뇌혈관 ▲정신 등 6개 분야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정기준도 7개 기준으로 개편했으나, 일부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고, 일부는 너무 진입장벽이 낮아 의료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병원지정부 조진숙 부장은 "평가지표와 관련해서는 정량 부분에 중점이 된 부분은 의료전달체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진료협력체계를 통한 진료결과 중심의 평가지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병원 제도에서 지적되어온 특정 진료과 쏠림과 대도시 중심 지역 편중 문제도 당국의 숙제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김정신 사무관은 "정형외과 중심으로 질환 편중이나 지역적으로 수도권 쏠림 문제, 낮은 보상 등에 대해서 심평원과 복지부가 함께 고민하고 있다"며 "연내에는 어느 정도 평가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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