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분야 블랙홀된 의대정원 증원 사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2024년 갑진년(甲辰年) 의료계는 의료개혁과 의대정원 증원 논란으로 인한 의정 갈등이 블랙홀처럼 보건의료 모든 분야를 집어 삼켰다. 메디칼업저버는 올 한 해를 뒤돌아보면서 의대증원 정책에 따른 전공의 및 의대생들의 집단 사직과 휴학, 간호법 제정에 따른 진료지원간호사의 법제화, 임현택 회장의 탄핵,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후폭풍  등 주요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①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의료 붕괴 장기화
②의협 사상 2번째 회장 탄핵과 간호법 제정

27년만 의대 모집인원 확대…의료 붕괴 장기화

정부는 지난 2월 1일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발표했다. 정책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 중 의료인력 확충에서 기존 의대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2000명을 더 확대하는 방안이 발표되면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전공의, 의대생, 교수들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의과대학에 필요한 정원을 신청받은 결과 기존 정원 대비 50~100% 이상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히며, 신청된 증원 수요는 3401명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대학입학전형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확정했다.

대교협이 승인한 2025학년도 전국 40개 의과대학 모집정원은 4567명으로 1509명이 늘어난 수치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의협은 총궐기 대회를 열고 정부의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대입전형 시행계획 중지를 요구하는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사법당국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대학교수들 역시 휴진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정 갈등은 확산일로를 걸었다. 

의대증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에서 사태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입장 변화없이는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불참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나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위해 대통령실에 2025학년도 의대정원 논의 상정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거부하는 등 여당과 정부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동력이 상실되어 가던 도중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10월 22일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입장문을 통해 의대생 및 전공의 시스템 파행과 한국의료 시스템 붕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식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의학회 및 KAMC는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선결 조건으로 정부의 의대생 휴학 승인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모두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11월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정원은 정부안대로 하되, 2026년 정원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협의가 가능하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11월 11일 출범한 여야의정협의체는 12월 1일 의학회와 KAMC가 탈퇴하면서 좌초됐다.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협의체 4차 회의 직후 “정부와 여당이 의대증원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탈퇴 입장을 밝혔다.

의대증원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뿐만 아니라 의료계 내부 갈등도 확대시켰다. 임현택 전 회장과 박단 위원장 간 갈등은 급기야 의협 대의원회가 나서 임 전 회장의 불신임을 묻는 임시총회 개최로까지 번졌다.

의협 대의원회는 11월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 및 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그 결과,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고 내년 1월 임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책임지는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비대위원장에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단국의대 교수)이 선출됐다. 비대위는 출범과 동시에 협상보다 투쟁에 방점을 찍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연일 대정부 강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의료계 내부 단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비상계엄 후폭풍 의료계 탄핵 촉구 잇따라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이 의료계를 강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각 지역 의사회가 탄핵 촉구 성명을 발표했고, 병원계 역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탈퇴를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및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하야 및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표결이 무산되자, 의료계 인사들은 연일 장외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포고령 1호를 통해 전공의를 비롯한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 계엄법에 따라 처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들은 모두 사직한 상태로 파업 중인 전공의는 없다고 정부의 무책임한 포고령에 반박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이번 ‘계엄 농단’을 통해 우리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망상’에 기초해 ‘대책’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됐다”며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은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늘 이후 더 이상 윤석열 대통령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윤석열 정부와 더 이상 대화와 협상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3200여 회원 전남의사회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운동의 선두에 설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충청남도의사회는 “계엄사령부 포고령를 읽으며 ‘이곳이 대한민국인가?’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즉각적인 하야 촉구를 결의했다. 대한내과의사회도 “의료인들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국민 건강권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국가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병원계도 비상계엄 선포와 의료인 처단 포고령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포고령에 대한 입장을 통해,사실을 왜곡하고 전공의를 마치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처단하겠다는 표현에 강력 항의한다고 밝혔다. 병협은 “국민 건강만을 위해 살아온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인들의 명예와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이번 계엄포고령을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왜곡된 시각과 폭력적 행태에 심심한 유감”이라며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존중받고 합리적 논의가 가능해질 때까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를 중단한다”고 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역시 무도한 정부와 의정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의학회는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강행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일방적인 의료정책 시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의료계와의 협력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AMC는 “2025학년도 의과대학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합격자 발표 전, 2025년 모집인원 중단을 포함한 실질적인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의대 교수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탄핵 표결에 불참해 탄핵을 무산시킨 국민의힘 의원들을 규탄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헌법을 유린한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정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를 회피하는 여당의 무책임은 국민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당 국회의원들은 탄핵 투표조차 거부해 국민의 대표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들의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연일 개최되면서 국회는 지난 4일 윤 대통령을 내란죄 등을 이유로 탄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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