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경학회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 2024' 발표
관상동맥병·인지기능 등에 미치는 영향 및 치료전략 권고안 담아

 

▲대한폐경학회 전성욱 임상지침서발간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대한폐경학회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 2024'를 공개했다.
▲대한폐경학회 전성욱 임상지침서발간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대한폐경학회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 2024'를 공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폐경 여성은 호르몬요법을 젊은 나이에 그리고 건강 상태가 좋을 때 시작해야 심혈관계와 인지기능 등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데 학계 의견이 모였다.

대한폐경학회는 진료현장에서 폐경 여성 진료 시 참고할 수 있도록 국내 실정에 맞는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 2024'를 발간했다. 이번 치료지침은 2014년, 2016년, 2019년에 이어 5년 만에 개정이 이뤄졌다. 

대한폐경학회 전성욱 임상지침서발간위원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지난달 17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대한폐경학회 제6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번 개정판을 공개했다. 

프로제스토젠 종류 따라 유방암 영향 달라

여성건강주도(WHI) 연구에서 폐경호르몬요법이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 발표를 계기로 폐경호르몬 시장이 축소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후속연구에서 유방암 위험 우려를 덜면서 다시 폐경호르몬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프로제스토젠 종류에 따라 유방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E3N 코호트 연구에서 에스트로젠-프로제스토젠 병합요법을 받은 여성 중 미세화(micronized) 프로제스테론이나 디드로제스테론을 사용했을 경우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다른 합성 프로제스틴을 사용했다면 유방암 발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호르몬요법 시작 시기, 사용 기간, 호르몬, 특히 프로제스토젠 종류와 개인적 특성에 따라 유방암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난소암에 대해서는 WHI 연구에서 에스트로젠 요법과 에스트로젠-프로제스토젠 병합요법에 무작위 배정된 여성의 난소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관찰연구에서 현재 또는 최근 폐경호르몬요법을 받았다면 난소암 위험이 적을지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자궁내막암 예방을 위해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에스트로젠-프로제스토젠 병합요법을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자궁과 양측부속기를 절제한 저등급 자궁내막암 1기 환자가 폐경 증상이 있다면 폐경호르몬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대장직장암은 에스트로젠-프로제스토젠 병합요법을 진행하면 위험이 감소했다고 정리했다. 

젊은 나이에 호르몬요법 시작해야 심혈관계 좋아

▲대한폐경학회 전성욱 임상지침서발간위원장.
▲대한폐경학회 전성욱 임상지침서발간위원장.

폐경호르몬요법이 관상동맥병 등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시작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며 '타이밍 가설(timing hypothesis)' 또는 '치료 기회의 시기(window of opportunity)'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젊은 나이에 폐경호르몬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심혈관계에 좋으며, 늦은 시기에 시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현재 관상동맥병 일차 또는 이차예방만을 목적으로 하는 호르몬요법은 권장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폐경호르몬요법은 정맥혈전색전증을 증가시키며, 특히 호르몬요법을 시작할 당시 연령이 높고 폐경 이후 10년 이상 경과했을 때 위험도가 증가한다며 주의를 요했다. 호르몬요법으로 인한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은 치료 시작 1개월에 가장 높으며 이후에는 감소한다고 정리했다. 

이어 정맥혈전색전증 과거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의 경우 경구 에스트로젠 제제 사용을 금한다고 명시했다. 정맥혈전색전증 고위험군에서 경피 에스트로젠 제제는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으므로 사용할 수 있고, 호르몬 병합요법이 필요한 경우 경피에스트로젠제제와 micronized progesterone/dydrogesterone 제제 사용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호르몬요법과 뇌졸중에 관해서는 WHI 연구 등을 포함한 메타분석에서 60세 이전이나 폐경된 지 10년 미만인 여성에서 뇌졸중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이어 저용량이나 경피 호르몬요법은 표준용량 또는 경구제보다 뇌졸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명시했다.

폐경호르몬요법 영향, 생리적 연령보단 신체 부위 건강 상태가 중요

폐경호르몬요법 치료 시점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타이밍 가설 대신에 '건강한 세포 편향 가설(Healthy cell bias hypothesis)'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호르몬요법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생리적 연령보단 해당 여성의 해당 신체 부위의 건강 상태가 더 주요한 결정인자라는 의미다. 

우울증의 경우 근거가 제한적이지만 에스트로젠 요법이 폐경주변기 우울증을 가진 여성의 증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현재 에스트로젠-프로제스토젠 병합요법이 폐경 여성의 우울증 개선 효과를 보이는지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명시했다.

60세 이하·초기 폐경 여성, 골다공증 예방·치료에 적합

폐경호르몬요법은 폐경 연관 골밀도 감소를 방지해 골절 위험도를 감소시키므로, 60세 이하 혹은 폐경된 지 10년 이내인 초기 폐경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 목적으로 적합하다고 권고했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른 호르몬 변화와 관련 있으며, 여성에서는 폐경에 따른 급격한 에스트로젠 감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했다. 폐경호르몬요법은 특히 운동요법과 병행했을 때 근감소를 완화하고 근육량을 증가시키며 근력 및 근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호르몬요법을 근감소증의 일차 예방 및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며, 이득-위험성 평가를 포함하는 추가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티볼론, 자궁내막증 환자에겐 2차 대체요법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에 사용되는 합성 스테로이드 제제 티볼론에 관한 권고안도 정리했다. 티볼론이 자궁내막의 증식 위험을 높이는지 논란이 있는 가운데, 학회는 장기적 안전성이 명확하진 않지만 다른 위험요인이 없는 한 위험이 더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성욱 위원장은 최근 유럽생식의학회(ESHRE) 자궁내막증 가이드라인에서 자궁내막증 환자에게 폐경호르몬요법 진행 시 1차로 에스트로젠-프로제스토젠 병합요법을 하고 티볼론은 2차로서 대체요법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고 이질적 요인도 있다. 또 다른 티볼론 관련 THEBES 연구에서는 자궁내막의 증식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 치료지침에서는 자궁내막증에 안전하다고 명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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