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 22일 개최
심부전, '일반질병 진료군'으로 분류…상급종병서 중증 환자 진료 어려울 수도
이해영 정책이사 "수가 올려달라는 것 아냐…상급종병에서 계속 진료할 수 있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부전은 중증도 구분 없이 일괄 '일반질병 진료군'으로 분류된 가운데, 입원한 중증 심부전을 전문질환군으로 신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경증 환자 비중을 제한하도록 보건정책을 강화하면서, 일반질병 진료군으로 분류된 심부전을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부전은 모든 심혈관질환의 마지막 합병증으로 심혈관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아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한심부전학회 이해영 정책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21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상급종합병원 중증/응급 구조전환 시기에 급성 심부전의 중증 질환 지정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문질환군 지정 시 건강보험 재정 부담 크지 않고 환자당 진료비 절감 기대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위주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높이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에 착수했다.
학회는 이 같은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상급종합병원의 질병군별 환자 구성 비율을 판단하기 위한 KADRG 분류체계에서 전문질환은 주로 대학병원에서 진행 가능한 수술·시술 위주로 분류됐다고 지적했다. 약제치료 중에도 치명도가 높아 기계적 보조요법이 필요하다면 전문질환군으로 지정됐으나, 심부전은 중증도 구분 없이 일괄 일반질병 진료군으로 분류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질환군 비중이 더 강화되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심부전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학회는 전체 심부전이 아닌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만 심부전 전문질환군으로 신규 지정해 주길 요구했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증 심부전 환자 규모는 전체 심부전 환자 중 2.87%로,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약 74명으로 추산된다.
중증 심부전 환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증 심부전으로 1회 이상 입원한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은 입원을 경험하지 않은 일반 심부전 환자와 비교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져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
이 정책이사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진료 비중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일반질환군으로 분류된 심부전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가를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심부전 환자 100명 중 3명은 입원이 필요하며, 이들을 중증 질환으로 지정해 상급종합병원에서 계속 진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학회는 입원한 중증 심부전을 전문질환군으로 신규 지정하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전체 심부전 환자 중 중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2.87%에 불과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지 않다. 또 중증 심부전 환자가 다시 입원하지 않고 외래진료만으로 조절되면 환자당 진료비의 96%가 절감돼 의료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또 중증 심부전 환자는 치료 수준에 따라 사망률 60% 감소가 가능하다. 아울러 전문질환군으로 지정돼야 심부전 전문가에 의한 지속적인 외래 진료가 가능해진다.
전문질환군 지정 늦어지면 심부전 환자 입원 제한될 수도
"중증 심부전 진료하는 의료진 양성 위해서도 지정 필요"
학회는 새로운 질병 분류코드를 만들어 분류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위한 기간이 2년이 걸려 2026년 이후에나 중증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새로운 질병 분류코드를 만들기보단, 심부전 환자의 입원기간에 따라 전문질환군으로 분류해 진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 심부전 환자의 전문질환군 지정이 늦어지면 심부전 환자가 법적 판단에 따라 입원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일반질환 진료군(B군)으로 분류된 심부전을 전문진료 질병군(A군)으로 상향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학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책이사는 "현재 청구건수에 따라 1차 의료기관에서 많이 나오면 일반질환 진료군으로 분류된다. 1차 의료기관에서 심장초음파, 혈액검사를 진행하면서 심부전을 포함해 심부전이 많이 확인되기에 정부가 이같이 판단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청구코드가 아니라 입원기간을 기준으로 전문질환군을 지정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질병 분류코드를 지정하기보단 입원기간에 따라 전문질환군을 신규 지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심부전학회 유병수 이사장(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심부전 환자 중 중증도가 낮은 경증 환자가 있다. 이들을 포함해 모든 심부전 환자를 전문진료군으로 상향시켜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증 심부전 분류 기준을 정부에 제시하면 복잡하기에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전문질환군으로 지정해 주길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심부전 환자를 전문질환군으로 지정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을 보는 의료진들이 병원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전문질환군으로 분류하지 않으면 병원에서 중증 심부전을 진료하는 의료진을 채용할 이유가 없어, 중증 심부전 환자의 치료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중증 심부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양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