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심부전 주간 선포식 24일 개최
심부전 5년 생존율, 암보다 낮은데 환자·의료진 인식 부족
매년 3월 마지막 주 '심부전 주간' 선정…대국민 인식 제고 위한 활동 예정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부전 전문가들이 질환 인식을 끌어올리고자 두 팔을 걷었다.
대한심부전학회 24일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심부전 주간(Heart Failure Awareness Week) 선포식'을 열고 심부전 인식 제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심부전 5년 생존율이 암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에서도 심부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이를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환자 예후를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학회는 올해부터 정식으로 3월 마지막 주를 심부전 주간으로 선정, 일주일 동안 심부전을 알리는 활동에 나선다. 올해 심부전 주간은 24~30일이며, 키 메시지는 '숨이차다? 심부전일 수 있습니다!'로 정했다.
학회 유병수 이사장(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심부전은 최근 20년 동안 유병률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입원율과 사망률도 높은 중요한 질환"이라며 "그러나 환자들은 심부전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부전이 중증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부터 심부전 주간을 선정, 전국적으로 심부전 인식 제고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며 현황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학회 박성미 홍보이사(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심부전에 대해 설명해도 환자는 심부전이 무엇인지 묻는 실정"이라며 "게다가 심부전 치료제를 처방해도 약국에서는 이를 항고혈압제로 설명하고 있다. 또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중증인 심부전 환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자는 이 같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괜찮다는 말로 끝나버린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심부전은 암과 비교해 생존율이 낮은 치명적인 질환이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72.9%, 암종별로 보면 간과 폐를 제외하고는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심부전 팩트시트에 따르면, 단일질환임에도 5년 생존율이 79%였고 입원 환자는 66%에 그쳤다.
박 홍보이사는 "전체 심혈관질환이 아닌 심부전만 봐도 생존율이 낮다는 결과는 의료진이 질환 관리를 위해 더 각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반인뿐만 아니라 심장 전문의의 심부전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설명했다.
중증 심부전 분류, 일반진료(B군)→전문진료(A군)로 상향해야
학회는 심부전이 중증도 구분 없이 일괄 일반진료 질병군(B군)에 분류됐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B군은 모든 의료기관에서 진료 가능하거나 진료해도 되는 질병이 해당된다.
하지만 심부전을 진료하는 전문의들은 심부전이 전문진료 질병군(A군)에 속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A군은 △희귀성 질병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병 △치사율이 높은 질병 △진단 난이도가 높은 질병 △진단을 위한 연구가 필요한 질병 등으로 정의한다.
박 홍보이사는 "심부전이 B군에 속해 모든 병원에서 모든 의료진이 봐도 되는 질환처럼 돼 있다. 하지만 심부전은 합병증 가능성과 치사율이 높고 연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문제는 정부가 중증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해, 심부전을 진료하는 의료진들이 환자를 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회가 심장 전문의부터 심부전 중증도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증(advanced) 심부전에 대한 의료적·재정적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률은 69.8%였다. 특히 현재 심부전이 B군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71.6%가 매우 부적절하고 A군 분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심부전이 A군으로 분류돼야 하는 이유로는 환자 중증도에 걸맞은 의료 자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률이 89.3%로 가장 높았다. 결국 심부전 환자 중증도에 맞는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의료적·재정적 지원이 없어 환자 치료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설문조사에서는 심부전 환자를 관리하려면 심부전 전문가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근무하는 병원에서 심부전 환자 관리를 전담하는 심부전 전문가 혹은 의료진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2.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심부전 전담 의료진이 있는 경우, 해당 의료진이 심부전 환자 치료에 기여한다고 답한 비율은 95.6%였고, 이 중 71.9%가 매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심부전 전담 의료진이 없는 경우, 심부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94.1%였고 대다수가 심부전 전문가를 통해 환자 치료 성적을 개선하고 예후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홍보이사는 "심부전 환자를 잘 치료하고 예후를 개선하려면 질환 중증도 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심부전 전문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심부전이 암 이상으로 사망률이 높은 데다 입원율이 높아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 앞으로 학회는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과 정부를 대상으로 심부전 인식을 향상시켜 심부전 환자 치료 및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 정욱진 기획이사(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심부전 환자 150만명 중 좌심실보조장치나 심장이식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약 2만명"이라며 "정부는 모든 심부전 환자를 A군으로 분류할 수 없지만, 급성 악화로 입원하거나 중증인 경우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심부전의 A군 분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로, 향후 A군에 해당하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