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 8~9일 개최
건보공단 데이터로 ARB+CCB vs ARB+DU 예후 비교
MACE 위험 차이 없어…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ARB+CCB가 더 낮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의 초기 치료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 기반 병용요법을 진행할 경우 칼슘채널차단제(CCB)와 티아지드계 이뇨제(DU)가 대동소이한 결과를 얻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ARB+CCB와 ARB+DU 등 병용요법을 비교한 결과,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MACE 평가요인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과 비치명적 심근경색 등 위험을 낮추는 혜택은 ARB+CCB가 더 컸다.
세종충남대병원 오진경 교수(심장내과)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조합에 따라 고혈압 환자 예후가 달라지는지와 최적 초기 치료 조합을 확인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8~9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추계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4)에서 공개됐다.
ESH 가이드라인, 목표 혈압 강화하며 최소 2제 병용요법 권고
초기 치료로 최적 약제 조합 관한 근거 부족
최근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혈압 조절 목표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유럽고혈압학회(ESH) 가이드라인에서는 130/80mmHg 미만까지 혈압을 낮추도록 권고하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2제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고혈압 초기 치료도 항고혈압제 단일요법보단,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 또는 ARB 등 RAS 억제제와 CCB 또는 이뇨제를 조합한 2제 병용요법을 권장한다. 하지만 초기 치료로서 최적 약제 조합에 관한 근거는 부족하다.
2008년 NEJM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에서 ACEI+CCB인 베나제프릴+암로디핀이 ACEI+이뇨제인 베나제프릴+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보다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우월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를 포함해 그동안 진행된 연구에는 심혈관질환 고위험이면서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등록됐기에 초기 치료부터 병용요법 조합별 효과를 비교·평가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고 고혈압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치료로서 ARB+CCB와 ARB+DU의 예후를 비교했다. ARB는 5가지 주요 항고혈압제 계열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다.
ARB+CCB군 vs ARB+DU군, MACE 위험 낮추는 효과 비슷
심혈관 사망·심근경색 위험, ARB+CCB군 31%↓
2008~2020년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심혈관질환이 없고 새롭게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 약 54만명이 분석에 포함됐다. 약제 투약 기간이 한 달 미만이거나 다른 항고혈압제를 함께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제외했다. ARB+CCB군은 38만 1567명, ARB+DU군은 15만 7334명이었다. 전체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53.5세였고 여성이 37.1%를 차지했다.
1차 목표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등을 종합한 MACE로 정의했다. 2차 목표점으로 MACE의 각각 평가요인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평가했다.
등록 당시 특징을 보면, ARB+CCB군이 ARB+DU군보다 나이가 어리고 남성이 많았으며 비만했지만 당뇨병과 심방세동 환자는 적었다. 양 군 간 등록 당시 특징 차이를 조절하고자 역확률 가중치(IPTW)를 사용해 균형을 맞췄다.
1년 7개월(중앙값) 동안 추적관찰 결과, 1차 목표점인 MACE는 ARB+CCB군 1315건, ARB+DU군 580건에서 발생했고 ARB+CCB군이 더 적게 보고됐다. 하지만 IPTW로 보정해 위험 차이를 분석한 결과, ARB+CCB군과 ARB+DU군 간 유의한 MACE 위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HR 0.97; 95% CI 0.87~1.07).
다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ARB+CCB군이 ARB+DU군보다 모두 31% 유의하게 낮았다. 그 외 평가요인에서는 치료에 따른 의미 있는 위험 차이가 없었다.
이어 MACE 위험을 성별, 나이, 수축기혈압, 당뇨병 동반 여부,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Charlson 동반질환 지수, 프래밍험 위험지수 등에 따라 하위분석했고, 결과적으로 두 군 간 유의하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치료기간에 따라서도 예후 차이가 있는지 조사하고자 1년 이상 약제를 복용한 21만여명을 대상으로 민감도 분석을 진행했다.
전체 결과와 마찬가지로 1년 이상 치료를 지속한 환자군에서도 IPTW 보정 이후 ARB+CCB군과 ARB+DU군 간 MACE 위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은 ARB+CCB군이 ARB+DU군보다 각각 32%와 41% 의미 있게 낮았다.
오진경 교수는 "ARB+CCB와 ARB+DU 병용요법의 MACE 위험 차이는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는 ARB+CCB 혜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이 감소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가 향후 고혈압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의 초기 약제를 선택할 때 하나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