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기자간담회 9일 개최…'고혈압 팩트시트 2024' 발표
20·30대 고혈압 인지율·치료율·조절률 개선됐지만 다른 연령대보다 낮아

▲대한고혈압학회는 창립 30주년 및 추계학술대회 개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9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고혈압 팩트시트 2024'를 공개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창립 30주년 및 추계학술대회 개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9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었다.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고혈압 팩트시트 2024'를 공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 등이 세계적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20·30대 젊은 층의 고혈압 관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목됐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창립 30주년 및 8~9일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9일 개최했다. 학회는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고혈압 팩트시트 2024'를 발표했다.

WHO, 고혈압 관리 모범사례로 한국 지목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 우리나라는 이미 넘어서 

학회에 따르면 1990년대에는 국내 고혈압 환자의 극히 일부만 적절하게 치료받았지만 지난 30여 년간 고혈압 관리 수준이 빠르게 향상됐다. 

이번 팩트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30%인 1300만명이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고 고혈압 환자 1150만명이 실제 의료서비스를 이용했다. 또 1090만명이 고혈압치료제를 처방받았고 810만명이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국내 고혈압 관리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세계고혈압보고서'에서는 고혈압 관리 모범사례로 우리나라와 캐나다, 아이슬란드를 꼽았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서는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을 제시한 논문을 언급하며 목표를 제시했다. 고혈압 관리 목표 80·80·80이란, 고혈압 환자의 '80%'가 검진받아 질환을 인지하고 이들 중 '80%'가 치료받으며 이들 중 '80%'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목표치에 도달하는 것이다. 즉,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 80%, 치료율 64%, 조절률 51%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이사장.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이사장.

우리나라는 이 같은 목표 수치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상황이다. 팩트시트에 의하면, 고혈압 유병자 중 인지율은 77%, 치료율은 74%, 조절률은 59%이며, 연령이 높을수록 세 가지 모두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WHO가 제시한 목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정해 고혈압을 관리해야 한다는 게 학회 설명이다.

학회 신진호 이사장(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전 국민 대상 건강검진으로 고혈압 진단율이 높아졌으며 접근성이 좋고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했기에 국내 고혈압 관리 수준이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며 "학회가 지난 30년 동안 정부, 의료기관,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혈압 관리 중요성을 알리고 다양한 고혈압 예방 관리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앞으로 국내 고혈압뿐 아니라 전 세계적 질병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30대 고혈압 인지율 36%·치료율 35%·조절률 33%

학회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숙제로 꼽은 것이 20·30대 고혈압 관리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89만명으로 추정되며, 이들 중 36만명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13만명만이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었다. 

20·30대에서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지 않지만 수축기혈압이 120~129mmHg, 이완기혈압이 80mmHg 미만인 주의혈압은 약 149만명으로 조사됐다. 또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서 수축기혈압이 130~139mmHg, 이완기혈압이 80~89mmHg인 고혈압 전단계는 약 159만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고혈압으로 이환되기에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아울러 고혈압 유병자 89만명 중 지속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가 약 76만명, 의료이용을 하지 않는 환자가 약 53만명으로 조사돼, 고혈압을 진단받아도 대부분 치료받지 않는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젊은 층의 낮은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 조절률 문제도 앞으로 개선해야 할 숙제로 지목됐다. 20·30대 고혈압 유병자의 인지율은 36%, 치료율은 35%, 조절률은 33%로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 다른 연령대 대비 낮은 수준이었다.

학회 김현창 역학연구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다행인 점은 4년 전 젊은 층의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다고 발표했는데, 그 이후부터 인지율과 치료율, 조절률이 좋아졌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아직도 대다수 젊은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하고 3명 중 1명만 치료받는 상황이다. 젊은 고혈압 환자가 질환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30대 이완기혈압, 다른 연령층보다 높아

"대사장애 등 동반질환 함께 관리하는 접근법 필요"

▲대한고혈압학회 김현창 역학연구회장.
▲대한고혈압학회 김현창 역학연구회장.

이와 함께 20·30대 고혈압 유병자는 다른 연령층보다 이완기혈압이 높은 특징을 보였다. 고혈압 유병자의 평균 이완기혈압은 20·30대가 88.3mmHg로 가장 높았고, 40~64세가 83.8mmHg, 65세 이상이 74.8mmHg로 뒤를 이었다. 

이는 젊은 층에서 대사장애를 동반한 고혈압 환자가 늘어, 이완기혈압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학회 신정훈 학술이사(한양대 구리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젊은 고혈압 환자에서 비만이 늘고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을 동반하면서 이완기혈압이 높아진 사례가 많다"며 "젊은 고혈압 환자는 대사장애 등 동반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회장은 "이완기혈압이 높아지는 경향은 젊은 고혈압 환자에게서 주로 보이는 유형"이라며 "지금 당장 문제가 없으나 향후 수축기혈압이 높아져 고혈압으로 진단돼 문제가 된다는 의견과 이완기혈압이 높을 때부터 문제가 되므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이완기혈압 중요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발표되고 있는데, 이를 연구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환경이 우리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전체 고혈압 환자 관리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중년과 고령에서 고혈압이 잘 관리되고 있어 젊은 층을 신경 쓸 수 있다. 건강검진 데이터도 쌓이고 있으므로, 향후 국내 20·30대의 이완기혈압에 관한 연구들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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