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 '2024년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 발표
새로운 분류로 '120~139/70~89mmHg'을 '상승혈압'으로 정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도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낮췄다.

유럽심장학회(ESC)는 2018년에 이어 약 6년만에 업데이트한 '2024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20~129mmHg로 권고했다. 

기존에는 140/90mmHg 미만을 먼저 달성한 이후 130/80mmHg 미만에 도달하도록 하는 2단계 치료전략을 제시했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목표혈압을 단순화하면서 적극적인 관리를 주문했다. 

이 같은 결정은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하는 미국 심장학계와 궤를 같이한다. 

고혈압 정의는 140/90mmHg 이상으로 변함이 없다.

이에 더해 새로운 혈압 분류로 120~139/70~89mmHg를 '상승혈압(elevated BP)'으로 정의했다. 또 혈압이 최소 130/80mmHg라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해 치료전략을 정하도록 권장했다. 

이 같은 권고안을 담은 이번 ESC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European Heart Journal 지난달 3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고 8월 30일~9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2024)에서 공개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유럽내분비학회(ESE)와 유럽뇌졸중학회(ESO) 인준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과 달리 가이드라인 개정에 유럽고혈압학회(ESH)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상승혈압'에 속하면 심혈관질환 위험 따라 치료 이뤄져야 

가이드라인에서는 혈압에 따라 △비상승혈압(non-elevated BP) 120/70mmHg 미만 △상승혈압 120~139/70~89mmHg △고혈압 140/90mmHg 이상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새롭게 상승혈압을 정의한 이유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고 혈압 수치도 높지만 전통적 고혈압 임계값(threshold)에 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서도 항고혈압제의 치료 혜택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 가이드라인보다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진료실 혈압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리했다. 

또 고혈압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환자는 치료를 받아야 하며, 상승혈압에 속한다면 치료 결정 전 심혈관질환 위험을 평가해 계층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중등도 또는 중증 만성 콩팥병, 기존 심혈관질환, 당뇨병 또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이 있거나 10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가 10% 이상인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 기준에 속하고 혈압이 최소 130/80mmHg인 상승혈압으로 분류된다면, 3개월 생활습관 교정 이후 약물치료를 시행하도록 주문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다면 고혈압 임계값에 도달하기 전 집중적인 혈압 조절을 통해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결정이다. 

목표혈압 낮추고 치료단계 단순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가이드라인의 큰 변화는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STEP, CRHCP, ESPRIT 등 임상연구에서 혈압이 낮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결과를 반영해 강화된 목표혈압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20~129mmHg로 권고했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목표를 140/90mmHg 미만으로 설정하고, 이후 도달했다면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하는 2단계 접근방식을 가졌다. 

즉,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존과 비교해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강화하고 치료단계를 단순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심장학계 모두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권고하게 됐다. 

다만, 고혈압 환자가 이 같은 목표혈압에 도달하기 위한 치료에 잘 견뎌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증상이 있는 기립성 저혈압, 85세 이상 고령, 중등도~중증 노쇠 또는 기대여명이 제한된 환자에게는 완화된 치료 목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이들은 '합리적으로 도달 가능한 낮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권장했다.

가이드라인 개정을 이끈 캐나다 맥길대학 Rhian Touyz 박사는 "현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로 수축기혈압을 120mmHg로 유지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최적으로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그러나 강력한 혈압조절 관련 임상연구에는 등록 당시 수축기 혈압이 130mmHg 이상인 환자가 모집됐고, 기록된 혈압 수치가 일상적인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과 항상 같지 않으며 5~10mmHg 높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했다. 이에 목표혈압을 120~129mmHg로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생활습관 교정 권고안에도 변화를 줬다. 

이전에는 주당 최소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운동을 주문했다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개정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주당 75분의 고강도 유산소운동 진행을 추가 권고했다. 

또 고혈압 환자이면서 중등도 또는 진행성 만성 콩팥병이 없다면, 소금 대체 식품이나 과일 또는 채소가 풍부한 식단을 통해 칼륨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주문했다.

신장신경차단술, 고혈압 치료전략으로 처음 이름 올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처음으로 신장신경차단술을 고혈압 치료전략으로 제시했다.

신장신경차단술은 세 가지 항고혈압제 조합으로 치료받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중간~대규모 의료기관에서 고혈압 치료로 적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또 세 가지 미만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고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도 신장신경차단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신장신경차단술은 심혈관 예후 개선 혜택이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므로 1차 치료로 권고하지 않았다. 또 신장기능이 심하게 손상됐거나 고혈압 2차 원인이 있는 환자에게도 신장신경차단술 시행을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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