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 18~20일 개최
질레베시란 임상1상·2상서 안전성·효능 입증하며 호성적 거둬
신정훈 교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대상 임상3상과 CVOT 진행돼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연 2회 주사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치료제 등장에 학계 관심이 모인다.
화두로 떠오른 항고혈압제는 미국 제약사 앨나일람이 개발한 질레베시란이다. 매일 먹는 항고혈압제와 달리 한 번 주사만으로 3~6개월 혈압 강하 효과가 지속된다.
이를 통해 고혈압 환자의 치료 순응도 문제를 해결하는 등 혈압 조절에 관한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한양대 구리병원 신정훈 교수(심장내과)는 18~20일 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Zilbesiran in Patients with Inadequately Controlled Hypertension: KARDIA-2'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혈압 치료에 미충족 수요 존재
질레베시란, 한 번 주사만으로 3~6개월 동안 작용
질레베시란은 짧은 간섭 RNA(siRNA) 치료제로 간에서 안지오텐시노겐 합성을 억제한다. 안지오텐시노겐은 간에서 주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혈압 조절의 핵심 경로인 레닌 안지오텐신계의 안지오텐신 펩티드의 유일한 전구체이며 고혈압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레베시란은 siRNA에 GalNAc을 접합한 형태로, 간에서 안지오텐시노겐이 만드는 mRNA를 분해한다. 한 번 작용으로 끝나지 않고 세포에 오래 남아 있어 1회 주사만으로 3~6개월 동안 작용할 수 있다.
질레베시란이 개발되고 있는 이유는 고혈압 치료의 미충족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항고혈압제를 잘 복용할지라도 목표혈압 도달률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고혈압 환자는 하나의 약제만 복용하지 않고, 여러 가지 항고혈압제와 함께 다른 질환 약제도 투약한다. 고혈압 환자가 복용하는 약제 개수가 늘면 치료 순응도는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아울러 진료실혈압에 더해 24시간 연속혈압측정이 강조되면서 혈압 변동성, 특히 야간 혈압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치료전략의 미충족 수요가 있다.
임상1상, 안전성 및 24시간 혈압 강하 효과 확인
이에 따라 진행된 질레베시란 임상1상은 안전성을 중점적으로 보면서 혈압 강하 효과를 확인했다.
임상1상은 파트A, B, E로 나눠 진행됐다. 파트A는 질레베시란 저용량부터 고용량까지의 안전성과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24주 동안 혈압 강하 효과는 용량 의존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mg 이상 투여 시 수축기혈압 10mmHg 이상, 이완기혈압 5mmHg 이상 감소했다. 안지오텐시노겐 수치도 줄었다.
파트B는 저염식 또는 고염식을 하면서 질레베시란 800mg 투약 시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결과에 따르면, 고염식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됐고 저염식을 할 경우 혈압이 감소했다.
파트E는 질레베시란과 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ARB) 계열 약제 이르베사르탄 병용 효과를 평가했고, 8주차 평균 혈압이 6.3/3.9mmHg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인 이상반응 발생률은 질레베시란과 위약 간 차이가 없었으며 대부분 경도 또는 중등도였다. 아울러 질레베시란과 ARB 계열 약제를 함께 사용해도 뚜렷한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고, 고칼륨혈증 또는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신기능 악화 등 안전성 문제도 감지되지 않았다.
임상2상, 기존 항고혈압제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 혈압 낮춰
지난해 발표된 KARDIA-1 임상2상은 평균 수축기혈압이 135~160mmHg인 경도~중등도 고혈압 환자를 모집, 질레베시란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질레베시란군은 6개월 간격 1회 150mg, 300mg, 600mg 또는 3개월 간격 1회 300mg을 피하주사했다.
등록 당시 대비 3개월째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 변화를 조사한 결과, 위약군과 비교해 질레베시란군이 10mmHg 이상 감소했다. 혈청 안지오텐시노겐도 90% 이상 줄었고 150mg보단 300mg 이상 투약하면 약 95% 감소했다.
6개월째 위약군 대비 질레베시란군의 24시간 평균 수축기혈압도 6개월 1회 150mg, 300mg, 600mg 투여군 또는 3개월 1회 300mg 투여군이 각 11.1mmHg, 14.5mmHg, 14.2mmHg, 14.1mmHg 의미 있게 줄었다
6개월 동안 가장 흔하게 나타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주사부위반응이었고, 고칼륨혈증이나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신장 또는 간 기능 변화는 드물었다.
질레베시란의 다양한 용량으로 연구한 KARDIA-1을 통해 300mg 이상이면 고혈압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올해 발표된 또 다른 임상2상인 KARDIA-2는 최대 2가지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혈압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전체 환자군은 연구가 시작되는 시점에 이전에 복용하던 항고혈압제를 중단하고 새로운 항고혈압제로 올메사르탄 20mg 또는 40mg, 암로디핀 5mg, 인다파미드 2.5mg 복용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4주 후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이 130~160mmHg인 환자를 1:1 비율로 질레베시란 600mg 1회 투여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해 6개월 동안 추적관찰했다.
연구 결과, 투여 3개월 후 질레베시란군은 위약군 대비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이 평균 4~12mmHg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추가 감소했다.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이 더 감소한 군은 인다파미드군으로 12mmHg 추가 감소가 나타났고, 암로디핀, 올메사르탄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질레베시란군의 24시간 활동 수축기혈압 변화는 6개월 추적관찰 동안 위약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유지했다. 또 고칼륨혈증, 신장 손상, 저혈압 등 심각한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신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듯 질레베시란을 연 2회 주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혈압 강하 효과가 나타났다"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또는 만성 콩팥병 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