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짧은 기간 정책 설계로 개선점 많아
상급종병협의회, 여야의정협의체 불참키로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정책이 단기간 내 설계되면서 병원계 내부에서 수도권과 지방 간 분배 불균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참여 18개 상급종합병원을 선정했다. 연말까지 참여 병원을 계속 신청받아 선정할 예정이다.
47개 상급종합병원 대부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상급종합병원들의 모임인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이번 정부의 지원사업이 수도권과 지방 간 분배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의료개혁과 맞물려 단기간에 정책이 설계돼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상종 구조전환 방향은 공감, 졸속 추진 우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한승범 회장(고려대학교 안암병원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짧은 기간에 졸속으로 진행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난항과 여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목적은 상급종병이 중증·응급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중증 환자 대부분은 암 또는 급성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다.
암 환자 및 급성 심혈관질환 환자는 고비용의 의료비를 지출하고, 입원 일수가 짧아 병상 회전율이 높다.
반면, 중증 질환 중 고령 환자의 폐렴과 만성감염병은 입원일 수가 길어 병상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국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중증 병상 운영 차원에서 암 및 급성 심뇌혈관 질환 환자들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등 비바이탈과 차별 안돼
또 병원계는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질환 위주 진료에 집중하면서 가정의학과 및 정형외과 등 소위 비바이탈 진료과의 상대적 차별 유발에 대한 우려감도 높다.
한 회장은 "비바이탈 진료과 역시 그동안 상급종병에서 연구하고, 발전시켜왔다"며 "의료기관 내 또는 정책적으로 과도하게 차별이 진행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이비인후과 진료 중 80세 이상 고령이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는 중증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차 병원들이 고령에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의 법적 리스크와 장기입원에 따른 부담으로 진료를 기피할 수 있어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책 지원 재원 불공평 분배 개선 필요
상급종합병원 사이에서는 이번 정책에 투입되는 연간 3조 3000억원의 재정이 암 및 심뇌혈관 질환을 많이 보는 의료기관 순으로 분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중에서도 소위 빅5 대형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암 및 심뇌혈관 질환을 많이 진료하고 있어 재정 분배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방에 있는 암 및 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지방 상급종합병원들은 진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한 회장은 "지방 상급종병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환자가 없어 진료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 상급종병들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분배가 불공평하게 이뤄지면 정책적 효과는 반감된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의료인력 문제도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의대증원 사태로 인해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도권 상급종병들은 지방 의료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교수 이탈이 거의 없는 반면, 지방 대학병원들은 교수들의 퇴사 면담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회장은 "강원도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 정형외과 교수가 3명만 남은 상황"이라며 "자칫 정형외과 자체가 폐과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급하게 설계된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상급종병협의회, 여야의정협의체 불참
한편, 의대증원 사태 및 필수의료패키지 등 현 의료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의정협의체 구성되고 있는 가운데,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불참할 방침이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참여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불참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상급종합병원협회 역시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한승범 회장은 "현재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해 전공의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며 "상급종합병원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불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