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 비급여 치료 개혁 발표
의협 "의료서비스 질 하락시키고, 환자의 선택권 제한 우려"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소장 "비급여 중 필요한 부분은 급여 흡수하고, 혼합진료 막아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정부가 비급여 진료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하자, 개원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서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혁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에 필수의료·공정보상전문위원회 내 비급여·실손 소위를 구성해서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혁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정 단장은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비밸브 재건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는 급여와 병행진료를 제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시장의 투명성 제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집중관리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 개선책을 논의 중"이라며 "비급여 표준화를 통해 환자들이 어떤 치료재로인지 알 수 있도록 하고, 비급여 공개제도를 통해 항목별 단가를 공개해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급여진료비, 2020년 8조 1000억원, 2021년 17조 3000억원
비급여 진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역대 어느 정부도 실타래처럼 엮어 있는 이 문제를 풀어내지 못했다.
국내 비급여 진료비는 2010년 8조1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17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비급여 진료는 의사들의 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예민한 문제다.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이 발표한 '혼합진료 금지를 통한 실질의료비 절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전문의 기준 과목별 연간 소득은 안과가 3억8918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정형외과, 신경외과, 피부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순이었다.
김준현 소장 "표준화와 공개만으로 비급여 문제 해결 못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급여를 표준화하고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소장은 "비급여 중 필요한 부분은 보상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비급여를 해결하려면 강력하고 급속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 제공하는 '혼합진료'를 제한해야 한다"며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비급여로 경쟁하는 지금의 의료시장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의사 수가 증가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김 소장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라면 비급여로 수익을 높이겠다는 욕망을 가진 의사 1000명만 증가하는 것"이라며 "늘어난 의사가 필수의료에 배치되려면 비급여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과잉 비급여는 실손보험 상품 설계 문제 때문"
정부가 비급여를 개혁하겠다고 하자 개원가는 강하게 반발했다.
14일 대한의사협회는 비급여 통제 정책은 시장 경제에 반하고, 요양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함과 동시에 현재 급여 진료 인프라 유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비급여 항목은 시장경제의 논리에 의해 가격이나 수요 및 공급이 결정되는 측면도 있다"며 "단순히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은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해 의료서비스 질을 하락시키고 환자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과잉 비급여 문제는 실손보험 상품설계의 문제가 가장 크며, 비급여 항목은 신의료기술 등의 발전을 도모하고 의료의 질을 견인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는 바, 무조건 비급여를 통제하는 정책방향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명예원장(날개병원 원장)은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의료기관 경영 악화로 현재 급여 진료 인프라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국민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으로 필수의료 중심의 보험 혜택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까지 급여 진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를 통한 수익창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급여 분류는 의협, 대한의학회 등 전문가 그룹과의 논의가 선행돼야 하며, 비급여 항목 및 보고 범위의 적정성 유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