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폐고혈압학회, 국내 폐고혈압 생존율 향상 주제로 기자간담회 개최
치료제 도입 및 전문센터 설립 필요성 강조...전주기 연구 프로젝트 제안

대한폐고혈압회는 19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제9회 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대회(PH Korea 2024)를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대한폐고혈압회는 19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제9회 대한폐고혈압학회 학술대회(PH Korea 2024)를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메디칼업저버 배다현 기자]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신규 약제 도입과 더불어 건강보험 급여, 폐동맥고혈압 전문센터 설립 등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폐고혈압회는 19일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이날 대한폐고혈압학회 김대희 정책이사는 "폐동맥고혈압은 과거 5년 생존율이 34%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었으나, 최근에는 치료제 발전에 따라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2023년 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1.8%로 2018년에 비해 2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5년 생존율이 90%에 달하는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으로 여전히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치료제들이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에 한계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제 부족 및 병용요법 사용 불가에 생존율 향상 한계

건강보험 급여 및 전문센터 설립도 시급

대한폐고혈압학회 김대희 정책이사
대한폐고혈압학회 김대희 정책이사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엔도텔린 경로 표적치료제, PDE5 억제제,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 표적치료제 등이 쓰이며 환자들의 위험도에 따라 2제 혹은 2제 병용요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고위험 환자에게 사용되는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 표적 치료제 에포프로스테놀이 아직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다. 

또 PDE5 억제제 중에서는 실데나필만이 사용 가능한 상태로 타다라필은 식약처 허가 전이다. 리오시구앗은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시장에서 처방이 어렵다. 

더불어 초기 병합 요법에 보험급여 적용이 불가능해 치료제의 순차적인 사용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고위험 환자에서도 초기 3제 병합 요법 사용이 불가능하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은 "우리나라는 약제비가 너무 저렴한 탓에 글로벌 제약사에서 들어오지 않으려 한다"며 "이러한 치료제가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다 들어갔다. 선진국 중 아직도 치료제가 4개나 들어오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대희 이사는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치료제들이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도입, 사용 시 그간 증상 조절에 그쳤던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이사는 치료제 도입과 더불어 만성혈전색전성 폐고혈압(CTEPH) 환자들을 위한 국가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CTEPH는 현재 질병코드조차 지정되지 않았으며 희귀질환 지정 및 산정특례 등록에서도 빠져있다. 이에 연간 3400만원에 이르는 진료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환자 파악 및 전문적인 치료를 위한 폐동맥고혈압 전문 센터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조기 발견 시 10년 이상 장기 생존이 가능함에도 많은 환자가 진단이 늦어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치료 받는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약 1500명으로, 학회는 숨겨진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4500~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고혈압 전문 센터는 미국에 80개 이상, 호주에 50개 이상, 캐나다에 17개가 존재한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전문센터는 고사하고 다학제 팀을 갖춘 병원도 찾기 어려우며, 소수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정욱진 회장은 "우리에 비해 인구가 조금 더 많은 영국의 경우 8~10개의 전문센터를 지정한 후에 진단 환자가 2~3000명에서 6000명까지 늘어났다"며 "전문센터의 목적은 환자를 찾아내는 데 있다"고 부연했다. 

"폐고혈압 극복 위한 OPUS-K 프로젝트 지원 필요"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

이날 정욱진 회장은 난치성 질환인 폐고혈압의 근본적 극복을 위해 정부에 '전주기 정밀의학을 활용한 폐고혈압 극복 프로젝트(OPUS-K, 가칭)'를 제안했다. 

이는 국내 폐고혈압 진료지침 준수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내 폐고혈압 생존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자 하는 학회의 중장기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크게 진단 바이오 마커 및 치료표적 발굴 중개연구, 정밀의학 국제협력체계 구축, 근거 창출을 위한 무작위 임상연구, 진료지침준수율 향상 이행연구 등 4가지 과제로 나뉜다. 

현재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권 환자의 임상데이터가 부재한 상황으로, 모든 치료제는 서구에서 개발됐다. 이에 국내에서도 국가 차원의 임상데이터 수집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2018년부터 국립보건원 심혈관질환과와 함께 폐고혈압 정밀의료를 위한 심층표현형 연구의 일환으로 생체시료 수집을 포함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 'PHOENIKS'를 진행 중이다. 

올해로 7년째에 접어든 PHOENIKS 연구는 15년 이상 장기추적과 환자 1000명의 샘플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국 26개 병원에 325명의 환자가 등록됐다. 

정 회장은 "OPUS-K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뒤쳐진 난치성 폐고혈압의 5년 생존율을 95% 이상, 특히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10% 이상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기 진단과 치료 및 관리 전문성 강화를 위해 K-ARPH-H 등 정부의 중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주제 선정과 지속적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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