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23주년 창간특집호 좌담회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김경희 홍보이사, 치료제 국내 도입 필요성 강조
전문센터에서 환자 적극 찾으면 치료 시장 커져 제약사가 관심 가질 것
폐동맥고혈압 전문가 아닌 의료진의 치료제 남용 문제 막을 수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희귀난치성질환인 폐동맥고혈압은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완치에 가깝게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폐동맥고혈압 환자 절반은 돌연사로 나머지는 우심실 부전으로 사망한다고 보고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도입되는 등 치료가 발전하면서 질환 극복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전 세계' 범주에서 우리나라는 예외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폐동맥고혈압에 관한 인식이 낮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 이미 도입된 치료제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는 에포프로스테놀, 리오시구앗, 타다라필 등이 있다. 폐고혈압 학계는 약 20년 전부터 외국에서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이들 치료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대한폐고혈압학회와 함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의 국내 도입 시급성'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진행했다. 대한폐고혈압학회 정욱진 회장(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경희 홍보이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가 좌담회에 참여했다.
Q.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도입 필요성을 정부와 의료진도 인지하고 있나?
김경희(이하 김): 치료제 도입에 앞서 질환에 대한 인식부터 낮아 치료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폐동맥고혈압이 희귀난치성질환이라고 하니, 특정 효소 결핍으로 나타나는 희귀질환과 연관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런데 폐동맥고혈압을 포함한 폐고혈압은 특정 효소 결핍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혈역학 지식이 있어야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다. 현재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인식이 의료진뿐 아니라 정부, 환자도 없다고 봐야 한다.
정욱진(이하 정): 정부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니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면 희귀난치성질환 지역거점병원 네트워크를 만들어놨다며 지원했다고 답한다.
그런데 이곳은 폐동맥고혈압보단 효소 결핍으로 나타나는 희귀난치성질환을 보는 의료진이 많다. 여기서 다루는 희귀난치성질환 중 하나로 폐동맥고혈압을 포함시킨 것이다. 폐동맥고혈압은 네트워크 하위분야로 포함될 질환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잘 관리하려면 폐동맥고혈압 환자만 진료하는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지정해야 한다. 전문센터에서 폐동맥고혈압을 잘 아는 의료진들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면 궁극적으로 치료 성적이 좋아진다. 즉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지정해 전문가들이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빨리 찾아 치료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영국은 전문센터를 중심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해 잘 관리하고 있다.
Q. 폐고혈압 전문센터 지정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의 국내 도입에 도움될까?
정: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지정해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적극 찾으면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 수가 많아진다.
그러면 치료 시장이 커져 글로벌 제약사에서 관심을 갖고 치료제를 도입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은 국내 폐동맥고혈압 치료 시장 자체가 작아 제약사들이 치료제를 도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김: 현재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를 폐동맥고혈압 전문가가 아닌 의료진도 처방하고 남용할 수 있어 의료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중심으로 환자를 치료하면 폐동맥고혈압 전문가가 아닌 의료진이 치료제를 남용하는 것을 막아 정부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폐고혈압 전문센터를 운영해 국내 도입이 시급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를 환자에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기존 치료제의 국내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폐동맥고혈압 신약 윈리베어(성분명 소타터셉트)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까?
정: 윈리베어도 세 가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와 함께 국내에 들어와야 한다. 제약사와 국내 도입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회장 임기 동안 윈리베어를 포함한 네 가지 치료제 모두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윈리베어를 포함한 네 가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가 국내 도입됐을 때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나?
김: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 폭이 넓어진다. 의료진은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이상반응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폐동맥고혈압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기전 신약인 윈리베어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더 좋은 치료 혜택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폐동맥고혈압 치료 타깃을 찾는 연구가 활발해지는 등 신약 개발 연구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정: 치료제가 다양하고 많을수록 질환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가 늘어 치료 기회가 많아진다.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는 정도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돼야 한다.
Q. 폐동맥고혈압 환자와 의료진, 정부, 제약사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김: 폐동맥고혈압은 조기 진단해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의료진은 환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는 폐동맥고혈압을 '치료하지 못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라고 생각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 성적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의료진과 환자뿐 아니라 정부, 제약사가 잘 협력한다면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치료 혜택을 줄 수 있다.
또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치료를 잘 받으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죽는 병'이라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두려워하지 말고 제대로 치료받아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로마 철학자 키케로(Cicero)가 'dum spiro spero'라는 말을 남겼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폐동맥고혈압이 환자에게 어려운 질환이지만 함께 노력한다면 희망이 있는 질환이다.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 정부, 제약사가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