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尹 대통령과 박단 비대위원장 2시간 20분 면담
대통령실 "의료개혁 논의 시 전공의들 입장 존중"
박단 비대위원장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이 면담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이 면담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이 만났지만,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더 안갯속에 빠진 모양새다. 

이번 면담은 2일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대변인실을 통해 대화를 제안하고, 이를 박 위원장이 받아들여 성사됐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면담 직전 만남 사실을 알리면서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부터 2시간 20분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 그리고 성태윤 정책실장과 김수경 대변인이 배석했다. 대통령실은 박 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사진이나 영상 촬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많은 사람이 전공의 집단 파업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면담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면담이 끝난 후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박단 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했고, 대통령과 박단 위원장은 전공의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 SNS 갈무리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 SNS 갈무리 

대통령실과 박 비대위원장 모두 '선문답'하듯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면담의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의정 갈등 더 깊어지나?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직접 만났음에도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의정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공의 간 내부 갈등 양상도 보인다. 

대전성모병원을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 씨는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만남에 대해 "전공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비대위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박 위원장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라고 올린 SNS에 "모두가 알던 사실을 왜 굳이 가서 확인해야만 했는지,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입니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신임 임현택 회장 SNS 갈무리 
대한의사협회 신임 임현택 회장 SNS 갈무리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신임 회장도 면담이 끝난 후 자신의 SNS에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주어가 빠진 이 문장이 정부인지, 대전협인지 등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전면 백지화와 2000명 증원, 처음부터 답을 찾기 힘든 면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면담은 처음부터 답을 내기 힘든 만남이라 말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줄곧 요구해왔다. 

게다가 대통령과 면담 전 소속 전공의들에게 "지난 7주 내내 얘기했듯이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저희 쪽에선 '대화에는 응했지만 여전히 접점은 찾을 수 없었다' 정도로 대응한 뒤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다. 오늘 당장 변하는 건 없다"는 공지문을 보내 자신들의 뜻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였다. 

윤 대통령도 51분 동안 의대정원 확대의 중요성을 대국민 담화를 할 정도로 이 문제에 적극적이다. 

7주째 의대 정원 증원을 주장해 온 대통령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며 집단행동에 들어간 박 위원장이 한번의 만남으로 이 문제를 풀 수는 없을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 수장이 모두  빠지고 전공의 신분인 박 위원장에게 대통령과 홀로 면담하도록 만든 이 상황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대전협의 대화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면서 대학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지 7주차를 맞으면서 정신적, 신체적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사직서를 제출한 대학병원 교수들이 실제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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