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등 대부분 대학병원 비상경영 선포
병동은 통합하고, 간호사와 직원들은 무급 휴가 강요
신규사업 중단 및 예산안 원점 재검토 등 대안 찾기 나서

전공의 집단 사직이 7주째를 맞이하면서 대학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7주째를 맞이하면서 대학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파행이 길어지면서 대학병원들이 경영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2월 20일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떠난 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빅5 병원은 외래 환자가 줄면서 병상 가동률 등이 떨어졌고,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공의들이 떠난 지 3주차부터 병원 매출이 떨어진다는 호소가 나오기 시작했고, 마이너스 통장 개설, 병동 폐쇄 등의 고육지책을 쓰고 있지만 더욱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병동 통합 등으로 무급 휴가 떠나는 직원들

외래 환자가 감소하면서 대부분 병원이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병원 본원은 전체 60여 개 병동 중 10개가량을 폐쇄했고, 병동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무급휴가 신청받고 있다.

다른 대학병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외래 환자가 줄면서 입원도 줄어 병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 우선 직원들 무급휴가를 보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무급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들은 병동 통합 및 직원 무급 휴가 등의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병원들은 병동 통합 및 직원 무급 휴가 등의 정책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기도의 B 대학병원 관계자도 병원 경영이 극악인 상태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래 환자가 약 10% 감소한 것 같다"며 "환자가 줄면서 여러 병동이 통합됐다"고 말했다. 이어 "병동이 통합되면서 직원들에게 다른 병동 이동과 무급 휴직을 선택하라고 하고 있다"며 "말이 선택권이지 대부분 무급 휴직을 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 C 대학병원 한 간호사는 "병원이 비상경영체계로 전환하기 이전에 병동 한 곳이 통합됐고, 분위기는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3주째 무급 휴가 중이고, 간호사뿐만 아니라 병원 다른 부서들도 무급 휴가 얘기를 하고 있다"며 "직원이 사직해도 인원 충원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앞으로 휴가를 못 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 원점 재검토 및 신규사업 중단 등 대안 찾기 분주

2일 서울대병원 그룹은 교직원 대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2일 서울대병원 그룹은 교직원 대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뾰족한 수가 없는 대학병원 경영진은 올해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2일 서울대병원 그룹은 올해 배정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 기존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천억원 규모로 만드는 등 의료공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왔다. 

하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이 길어지면서 서울대병원 김영태 원장은 온라인 게시판에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비상 경영을 선포하는 공지사항을 올렸다. 

김 원장은 "우리 서울대병원 그룹은 부득이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며 "올해 배정된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비상진료체계는 절대 무너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규 병원 건립도 걱정해야 할 상황인 듯하다. 

1일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한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매일 수억 원의 적자가 3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며 "새병원 완공 및 감염병전문병원 착공 지연은 물론, 임금 지급마저도 걱정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난이 1개월 더 지속되거나 비상진료마저 무너진다면 곧바로 병원 존립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1일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새병원 완공 및 감염병전문병원 착공 지연이 우려된다며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1일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새병원 완공 및 감염병전문병원 착공 지연이 우려된다며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전공의들 떠난 후 알게 된 것들

병원이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사항이다. 

그런데 이번 전공의들의 부재로 정부와 병원 경영진은 다시금 전공의들의 위력을 깨닫게 된 듯하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던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병원은 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휘청이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도 병원의 전문의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병원이 충분히 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1천 700명 규모의 국립대병원 전임 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더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지부의 이 정책만으론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이동시키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전공의가 사직한다고 대학병원 진료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학병원이나 메이요클리닉처럼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되려면 지금보다 5~10배 이상의 전문의를 고용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수가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부와 병원이 머리를 맞대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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