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품목 판권 이동 ‘지각변동’…4가 독감백신 시장도 경쟁구도

지난해 대형품목의 판권 이동 광풍이 불면서 제약계에 흥미로운 라이벌전이 펼쳐지고 있다. 

MSD의 블록버스터 품목들의 판권이 대웅제약에서 종근당 품으로 안기면서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덩달이 SK케미칼이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에 뛰어들면서 백신제제 왕좌로 군림하던 녹십자를 위협하고 나서면서 신흥 라이벌 체제가 편성됐다. 
 

 

MSD로 맺어진 악연…대웅 vs 종근당

지난해 1월 MSD의 블록버스터 품목을 놓고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흥미로운 라이벌전이 시작됐다. 

MSD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와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아토젯이 대웅제약을 떠나 종근당 품에 안기면서 두 제약사의 악연이 시작됐다. 

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XR 등 3품목은 2015년 유비스트 기준 1400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대웅제약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자누비아 패밀리와 함께 각각 718억원, 29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한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과 아토젯도 같은 시기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이동했다. 

연간 약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00년 이후 대웅제약의 효자노릇을 했던 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도 원료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가기까지 했다. 

잇따른 도입품목 유실에 대웅제약도 반격에 나섰다. 

자누비아 패밀리의 빈자리를 LG화학의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로 발빠르게 대체했고, 고지혈증치료제 제품도 아스트라제네카의 크레스토를 도입해 메웠다. 

이와 함께 관계사인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티민을 통해 종근당에 원료 판권을 빼앗긴 글리아티린의 충격 흡수에 나섰다. 

대웅제약 간판품목들의 판권이 대거 종근당으로 넘어가면서 업계에서는 종근당은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가져올 것으로, 대웅제약은 이에 대한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고, 양사의 라이벌 구도는 더 공고해졌다. 

지난 한 해 동안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실적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금액은 종근당이 우세한 반면, 성장률에서는 대웅제약의 판정승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320억원, 영업이익 612억원을 올렸다. 

주력제품의 판권을 빼앗긴 대웅제약은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기록한 총 8839억원의 매출 규모는 전년대비 5.3% 소폭 상승한 수치였기 때문. 게다가 영업이익도 172억원이 감소, 39.6%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판권이 이동한 제품들의 성장률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선 유비스트 기준 자누비아의 원외처방액은 2015년 491억원에서 2016년 452억원으로 약 7.94% 감소했고, 자누메트는 같은 기간 동안 662억원에서 679억원으로 2.5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다만, 자누메트XR은 273억원에서 332억원으로 21.6% 성장률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자누비아 패밀리를 도입하면서 2015년 1426억원에서 2016년 1463억원으로 2.5% 성장시킨 데 그친 것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제미글로와 제미메트를 도입한 이후, 제미글로는 2015년 185억원에서 2016년 269억원(45.4%)으로, 제미메트는 같은 기간 90억원에서 287억원(218%)으로 성장시켰다.

제미글로와 제미메트 두 제품을 묶어서 보면 2015년 275억원에서 2016년 556억원으로 102.1% 성장시킨 셈이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과 종근당 모두 고지혈증치료제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반면, 인지장애 개선제 부문에서는 큰 성과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의 영업력이 돋보인 셈이다.  

대웅제약은 이 같은 영업력을 바탕으로 올해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삼으면서 양사의 라이벌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은 "직접 진출한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8개국에서 10위권에 진입하고, 100개국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영업·마케팅, 생산,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녹십자 vs SK케미칼 ‘4가 인플루엔자 백신 격돌’ 

녹십자와 SK케미칼은 지난해 8월 4가 인플루엔자 백신을 하루 차이로 나란히 출시하면서 백신 시장에서의 경쟁을 예고했다. 

그동안 GSK가 주도해왔던 4가 독감백신 시장에 녹십자와 SK케미칼이 도전하면서 양사의 라이벌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먼저 포문을 연 건 백신 시장의 강자 녹십자다. 녹십자는 그동안 사용돼온 유정란 배양방식을 이용한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출시했다. 

유정란 배양방식은 최초 개발된 독감백신부터 지금까지 약 70여년 동안 이어지면서 생산이 최적화된 데다 안전성까지 확보한 기술이다. 

특히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는 국내 제약기업 중 처음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4가 독감백신으로, 기존 3가 독감백신에 B형 바이러스주 1종을 추가, 예방범위를 넓힌 게 특징이다. 

SK케미칼도 4가 인플루엔자 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출시하며 4가 백신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스카이셀플루는 SK케미칼이 상용화에 성공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전통적으로 독감 백신 제조는 유정란 배양 방식을 사용하는 데, 최근 유정란 배양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식으로 세포배양 방식을 택한 것이다.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백신은 동물의 세포에서 백신을 생산하기에 제조 과정에서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또 균주를 확보한 이후 2~3개월이면 백신 생산이 가능해 신종플루처럼 변종 독감이 유행할 때 유정란 배양방식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같은 4가 독감 백신이지만 생산 방식이 다른 두 제품의 첫 대결 결과는 녹십자의 완승이다.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녹십자는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를 시장에 400만 도즈 공급한 반면, SK케미칼의 스카이셀플루는 250만 도즈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특히 녹십자는 4가 독감백신 시장을 주름잡아 온 GSK의 플루아릭스테트라를 앞서는 성과를 보였다. 

녹십자와 SK케미칼 모두 4가 독감백신의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어 라이벌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서는 녹십자가 우세한 모양새다. 녹십자는 최근 4가 독감백신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WHO PQ인증을 이미 완료한 반면, SK케미칼은 아직 준비 중인 상황이다.

WHO PQ인증은 WHO가 의약품 품질을 평가하는 사전적격심사로, 승인되면 국제연합(UN) 산하 유니세프와 범미보건기구(PAHO) 등이 주관하는 국제 구호 입찰 참여 및 공급 자격이 주어진다.

녹십자 관계자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WHO PQ인증을 최근 득했다"며 "3가 독감백신과 동일한 전략으로 4가 독감백신 역시 해외시장 진출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WHO PQ인증을 준비 중"이라며 "다만 국제구호입찰 이외의 해외진출은 아직 고려치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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