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노인 90% 앓는 만성질환관리 허술하기 짝이 없어"

2월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Majid Ezzati 교수팀이 발표한 "한국여성이 평균 90.8세로 2030년을 기준으로 신생아와 노인 모두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논문이 연일 화제다.세계 장수 국가로 꼽힌 프랑스(88.6세), 일본(88.4세), 스페인(80.1세), 스위스(87.7세) 등을 거뜬히 앞질렀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내 노인 의학자들은 최장수 국가의 미래가 오히려 우려스럽다고 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노인의료대책이 부실해 여전히 '늙기가 두려워 지는 사회'라는 것이다.경희의대 가정의학과 최현림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한 논문을 통해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노인 관련 질병 형태의 변화 등으로 인해 노인 의료비가 그만큼 상승했다"면서 "고령화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고령자에 관한 연구 전문 인력 양성 및 노령화 사회 대비가 늦어지는 등 문제가 여전히 많다"며 미흡한 대처를 지적했다.

65세 이상 노인 95% 이상이 만성질환 앓고 있어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을 조사해보니 '총체적 난국'이였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약 90%에 달하며, 복합이환자도 69.7% 등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였다.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희 연구위원이 발표한 노인의 건강실태와 정책과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고령의 89.2%가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었고, 만성질환을 3개 이상을 동반한 노인도 46.2%였다.

성별로는 고령 여성이 복합만성질환 유병률이 76.2%로 60.7%인 고령 남성보다 15.5% 더 높았다.

아울러 연령이 높을수록 만성질환 유병률은 더욱 증가했는데, 65~69세 노인이 84% 80~84세 노인에서 94.1%의 유병률을 보였다. 복합만성질환 유병률의 경우 65~69세 노인에서 60.9% 80~84세 연령군에서 76.5% 증가했다.

당뇨병, 요통 및 좌골신경통, 고지혈증, 골다공증, 백내장, 위십이지장 궤양등도 고령 여성 유병률이 남성대비 더 높았다. 반면 뇌졸중이나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고령 남성이 여성보다 더욱 높았다.

외롭고 우울한 노인도 가장 많은 대한민국

노인 우울증도 기대 수명 90세 돌파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자녀가 취업이나 결혼으로 분가해 노부부만 남는 일명 빈둥지 가구가 급증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질병관리본부가 9월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발표한 '한국 성인 우울 증상 경험' 보고서를 보면 2012년을 기준으로 우울증을 동반한 환자가 70세 이상이 17.9%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15.1% 였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15~25%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우울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주로 은퇴후에 따르는 외로움, 허탈감, 무기력감 등이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였다.

인제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우 교수는 "장수하는 노인도 실상은 건강장수가 아닌 생에 마지막 10년은 각종 질병에 시달며 살아가는 것이다"면서 "병고가 깊어지면서 우울증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로 암울한 노년기를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영희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결과는 노인의 만성질환에 대한 자기건강관리 능력 향상과 만성질환 합병증 예방을 위해 지속적, 체계적 질환관리 강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면서 "노인의 연령증가에 따라 건강상태가 급격히 저하되지 않도록 지역사회 중심의 건강관리 강화와 함께 노인의 건강수준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나라 만성질환관리 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만성질환 예방관리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만성질환관리 인지율을 높이고 지속치료를 향상시켜 질환 발생시기를 지연해 조기사망률을 감소기킴으로써 건강수명을 늘리고 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만성질환 모형을 시험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사업 △IT기반 만성질환 관리 등이 그 예다(보건복지부 제2기 심뇌혈관질환종합대책 2011~2015).

하지만 90%의 노인이 여전히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현 상황을 봤을 때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영남대 예방의학과 이경수 교수는 "만성질환관리를 견인할 지불제도는 물론 인센티브 제도가 미흡한 것은 물론 일차의료 강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면서 "지역사회 중심의 만성질환관리 전략을 짜고 일차의료를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효과적인 만성질환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 서평을 통해 "우리나라의 만성질환 관리사업의 경우 일부 도시를 중심으로 관리등록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대상인구가 제한적이며 전국적이고 종합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서 "민관의 협력 하에 지역사회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환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선진국은 노인 위주 만성질환자 관리 이뤄지고 있어

한편 영국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만성질환 문제를 일차의료에서 그 해답을 찾은 모양새다. 실례로 영국 스코틀랜드가 일차의료에서 주요한 만성질환관리를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영국 스코트랜드의 환자중심평가 알고리즘을 보면 우선 모든 환자에게 금연권고, 운동/활동 증대, 환자교육/자가관리, 폐렴구균 예방접종, 동반상병 평가 및 치료,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이후 BMI를 평가하고 BMI>25일 경우 식이요법을 권고하고 BMI<20이면 식이요법을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만성질환 관련 증상이 있거나 기능적 제한이 있는 경우, 또는 질환이 악화된 경우에 따라 맞춤별 지침서를 제공토록 돼 있다.

미국질병관리본부(CDC)도 최근 저소득층과 노인 위주로 돌봄관리와 건강관리프로그램, 질병자가관리프로그그램을 확장해, 만성질환 관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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