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갑상선 기능 이상 보인 임산부, 치료 시 유산 위험 무조건 ↓ 아니다?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을 동반한 임신부에서 시행되는 갑상선 호르몬 치료가 효용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미국 메이요 클리닉 Spyridoula Maraka 교수팀이 모든 무증상갑상선 기능 이상(subclinical hyperthyroidism)을 보인 임산부에서 갑상선 호르몬 치료가 시행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연구팀은 25일 갑상선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 및 효능을 최초로 알아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BMJ 2017;356:i6865].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유리갑상선호르몬(FT4)가 정상이면서 갑상선호르몬(TSH)이 2.5~10mIU/L일 때 진단 내린다. 만약 FT4가 부족하면 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TSH 수치가 높아지고, TSH 수치가 높으면, 호르몬이 부족해 갑상선기능저하증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연구팀은 TSH 수치가 4.1mIU/L 이하로 낮게 측정된 임신부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시행해도, 유산 위험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조산 등의 부작용 위험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의 제1저자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 Spyridoula Maraka 교수는 한 외신(medscape)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증상 갑상선 기능저하증 임신부에서 호르몬 치료가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하에,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 및 효능을 명확하게 확인해봤다. 결과는 역시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인구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부 540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실제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은 16% 에서 유산 위험이 38% 가까이 감소했다.

치료전 TSH 수치 4.1~10mU/L 임신부만 유산위험 감소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따로있다.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은 모든 무증상 갑상선 기능저하증 임신부에서 이 같은 유산 위험이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를 세부적으로 보면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기 전 TSH 수치가 4.1에서 10mU/L 까지 측정된 임신부에 한해서만 유산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또한 TSH 수치가 2.5~4.0mIU/L인 임신부를 갑상선 호르몬 치료군과 비치료군으로 나눠 유산 위험 감소 정도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를 받은 군에서 유산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 부연이다.

즉 TSH 수치가 4.1mU/L  이상 측정된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부 외 환자는 유산 위험 등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갑상선 치료가 무의미했음을 시사한다.

갑상선 호르몬 치료가 실제 임신성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여부도 알아봤다. 결과는 연구팀 예상대로 부정적이였다.

분석결과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받은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를 보인 임산부는 치료를 받지 않은 임산부보다 임신성 당뇨병 발병 위험이 1.37배 더 높았다. 이 밖에 임신 20주 후에 일어나는 고혈압과 단백뇨가 발생하는 질환인 자간 전증(preeclampsia)은 1.61배, 조산(preterm delivery)도 1.60배 더 높았다.

"수치 범위 2.5 mIU/L인 임신부 치료 해야한다"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 반응은 부정적이다. 일단 연구 대상군부터 제한적이라 의견이 우세하다.

2011년 미국갑상선학회(ATA ) 치료 지침서 제작에 참여한 바 있는 미국 보스턴 대학 Elizabeth N Pearce 교수는 "Maraka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불분명하다"면서 "미국 인구 코호트 연구자료를 기반으로 했다고 했지만 5000여명 이하만을 대상으로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부에서 호르몬 치료가 효능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수치 범위 2.5 mIU/L이상인 임신부 역시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0년 이탈리아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TSH가 2.5 mIU/L보다 높은 임신부에서 갑상선 호르몬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호르몬 치료시 임신합병증의 유의한 감소를 확인했다. 비치료군에서 오히려 임신관련 합병증이 2~3배 증가했다[J Clin Endocrinol Metab 2010;95(9):E44-8].

네덜란드 임신부 2497명을 대상으로 유산의 위험을 알아본 시험에서 TSH가 높은 경우 유산의 위험성이 그만큼 증가해, 갑상선 호르몬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연구결과도 있다[Eur J Endocrinol 2009;160(6):985-91].

이를 두고 Maraka 교수는 "실제 부작용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범위는 TSH 2.5에서 4.0mU/L 이였다"면서 "이들 범위내 있는 임신부를 부작용 위험군으로 적용해 갑상선 호르몬 치료를 유념해서 치료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 역시 공식 성명서를 통해 "갑상선호르몬(신지로이드)의 경우 무증상갑상선 기능 이상을 보이는 임신부가 장기간 복용할 경우, 그만큼 부작용이 큰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를 명확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내…갑상선 호르몬 치료과 부작용 연관성 밝힌 근거 부족해

한편 국내 지침서를 보면 TPOAb 양성인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부는 갑상선호르몬제를 이용한 약물치료(LT4)를 일차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TPOAb가 양성인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부에서 LT4 치료가 산모 및 주산기에 이익을 주는지에 대한 일관된 전향적인 자료가 없어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는 점도 함께 명시했다.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지 않은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부는 주기적인 추적관찰을 강조했다.

임신 16~20주까지 매 4주마다, 임신 26~32주 사이에 적어도 4번이상 TSH와 FT4를 측정해 현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진행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한 것. 다만 전향적으로 연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권고 수준은 미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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