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건보공단, 재정효율화 위해 본인확인 부활 예고...醫 “의도 다분한 탁상행정”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 따른 건보료 수입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환자 본인확인 부활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하며, 이에 따른 재원 조달 대책 중 하나로 재정 누수 방지 등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대책을 마련,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IT 기술을 활용해 보험급여 적용 전 본인확인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는데, 전자건보증, 이른바 IC카드 이외에 지문인식을 통한 본인확인 절차 마련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지문 등을 통한 진료 전 환자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지문날인 제도는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은 “IC카드, 지문날인 제도 등은 건보재정 지출 효율화를 위한 대책으로 적정하지 않다”며 “지문날인 제도는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건보공단은 과거에도 IC카드 등 전자건보증을 만들려다 실패한 바 있다”며 “재정 누수, 또는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한 방안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기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문날인 제도는 범죄자를 찾기 위한 제도로 이를 의무화할 경우 전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한편, 개인정보의 유출 우려도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문날인 제도는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1968년 1월 12일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간첩과 범죄자 색출이라는 목적 아래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에 대해 정부와 경찰은 범죄자 색출과 대형사고 발생 시 시신확인을 위해 실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고, 현재까지 존재하고 있다. 

지문날인 제도는 시민단체에서도 반발해왔던 사안이다. 

사회진보연대는 “지문날인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커 다른 나라에서는 범죄자들에 한해서만 받고 있다”며 “지문날인 제도는 정부가 더 강력한 통제를 하겠다는 의도 외에는 전혀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공단...“호의는 권리가 아니다”

정부의 이같은 대책에 일선 개원가도 강하게 반발했다. 건보공단이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한 개원의는 “건보법에서는 불법 청구, 부정수급에 대해 건보공단이 구상권을 청구하면 되지만, 건보공단은 의료계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규정대로 따지면 건보공단이 해야 할 일인데, 의료계가 대신 해줘왔던 일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이 상황이 직무유기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부정수급을 막고 불법적인 청구를 막기 위해 건보공단이 직원을 채용하며 지금처럼 공룡집단이 된 것 아니냐”며 “그 많은 직원을 두고 건보공단은 손 안대고 코 풀려고 한다. 의료계의 잘못인 것처럼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건보공단이 지문날인 제도를 도입하려면 전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도에 개원한 한 의료계 인사는 “지문날인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국민을 대상으로 생체정보를 국가에 등록해야 하는 상황인데 국민들이 동의해줄지 의문”이라며 “건보공단은 부과체계 개편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기생해 억지부리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건보공단은 복지부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건보공단 한 관계자는 “복지부와 더 상의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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