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교수 "스타틴 예방전략보다 생활습관 개선 우선 권고"
양철우 교수 "투석 환자 제외한 만성 콩팥병 환자에 스타틴 적용 가능"

지난해 순환기계 한 획을 그은 연구를 꼽으라면 단연 SPRINT와 HOPE-3 연구다. SPRINT 연구는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SPRINT(사전적 의미: 전력 질주하다)가 가진 뜻과 일맥상통한다.실제로 많은 국가가 수축기혈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SPRINT 연구는 수축기 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면 심혈관 질환 예방·혜택이 있다고 임상에서 입증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하지만 누구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도 남겼다.또한 HOPE-3 연구는 질병은 없지만 비만, 흡연과 같은 위험요인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는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고혈압 복합제 또는 스타틴을 위약과 비교한 연구다. 이 연구에서 스타틴은 위약 대비 심혈관 예방 혜택을 입증했다. 반면 칸데살탄/이뇨제 복합제 연구에서는 심혈관 예방 혜택을 입증하지 못해 스타틴 또는 고혈압 복합제 예방적 투여 논란에 불을 지폈다.연구는 결론이 났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과제를 남겼다. 당장 누구에게 적용해야 최적의 임상적 혜택을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본지는 고혈압 전문가와 콩팥질환 전문가를 찾아 두 연구를 풀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고혈압 전문가는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심장내과)가, 콩팥질환 전문가는 가톨릭의대 양철우 교수(신장내과)가 참여했다.<인터뷰-1> 고혈압&콩팥질환 전문가가 분석한 SPRINT 연구<인터뷰-2> 고혈압&콩팥질환 전문가가 분석한 HOPE-3 연구

"스타틴 예방전략보다 생활습관 개선 우선 권고"
- 신진호 한양의대 교수(심장내과)

▲ 신진호 교수

- HOPE-3 연구 결과에 따라 임상에서 중등도 위험군에게 스타틴 치료전략을 펼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중등도 위험군에게 스타틴 치료가 유리하냐는 접근보단, 개별 환자에서 생활습관 요법을 시행할 때 효과와 생활습관 요법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서 스타틴 치료전략을 펼치는 것 중 무엇이 더 유리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환자에게 꾸준히 운동하면 스타틴 한 알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비약물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치료지침에서는 일차예방 목적으로 스타틴 치료를 추천하지 않는데 이는 데이터가 없어서가 아니다. 비용-효과 측면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스타틴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권유하기엔 어려움이 있고, 우선 환자에게 생활습관 개선을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

- HOPE-3 연구는 로수바스타틴 10mg, JUPITER 연구는 20mg의 심혈관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임상에서는 두 용량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현재 동양인에 대해서 연구된 바가 없어 단적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대체로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로수바스타틴 고용량을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 JUPITER 연구의 환자들은 BMI가 굉장히 높은데 국내 환자들은 높지 않고, 이 연구와 유사한 환자들을 국내에서 찾기도 어렵다.

JUPITER 연구는 LDL 콜레스테롤(LDL-C) 130mg/dL 미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된, 사실상 일차예방에 준하는 연구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임상에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본다. 만약 용량을 선택해야 한다면 10mg도 무방할 것이다.

- 이번 결과로 가이드라인에 변화가 있을지?

미국심장협회(AHA)·심장학회(ACC)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위험군에게만 스타틴을 투약하도록 권고하는데, 정말 순수하게 고위험군인지 알 수 없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 치료가 효과적인 환자들을 네 개 군으로 정의했는데, 마지막군의 '10년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 7.5% 이상'이라는 기준이 순수하게 고위험군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고위험군의 일반적인 기준은 '10년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5~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7.5% 이상은 중등도 위험군에 가깝다. 이들에게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보다 강도가 낮은 스타틴 치료를 권고하고, 그 다음에 검사 결과 등 부수적인 기준을 이용해 약물치료를 시행하도록 추천한다. 때문에 AHA·ACC 가이드라인이 완전히 고위험군에게만 스타틴을 치료하도록 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 전반적으로 콩팥병 환자가 많지 않았다. 이들에게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나?

스타틴 치료 결정에 콩팥병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미하다. 실제 임상에서는 만성 콩팥병 여부보단 국내급여기준, LDL-C, 위험도 등에 의거해 스타틴 등 약물치료를 결정하면 된다. 만성 콩팥병 외에 상당히 진행된 말기 콩팥부전 환자에서 스타틴 효과는 입증된 바가 부족하므로 선별적으로 투약해야 한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없는 말기 콩팥부전 환자에게 다른 적응증이 없는데도 말기 콩팥부전이란 이유만으로 스타틴 치료를 동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말기 콩팥부전 또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낮은 환자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관상동맥질환, 당뇨병 등 다른 적응증이 없는 콩팥질환 환자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 콩팥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치료를 권고해야 하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콩팥질환 환자가 늘고 있지만, 대부분 eGFR이 낮게 측정되는 환자들이다. 실제로 고혈압 또는 당뇨병 때문에 나타나는 콩팥질환보단 eGFR 요인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들은 활동 능력이 아주 뛰어난 경우가 대다수다. 때문에 eGFR을 기준으로 혈압치료가 변경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콩팥질환이 고혈압 또는 당뇨병 때문에 생기는 경우라면 현 가이드라인인 알부민뇨 동반 여부에 따라 혈압치료를 진행하면 된다. 이들은 고혈압 또는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어서 대부분 약을 복용하고 있다. 만약 약을 먹지 않는 상황에서 혈압이 높아진다면,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목표 혈압과 치료 시작 혈압을 동일시해 치료를 시작하면 된다.

"투석 환자 제외한 만성 콩팥병 환자에 스타틴 적용 가능"
- 양철우 가톨릭의대 교수(신장내과)

▲ 양철우 교수

- HOPE-3 연구에도 만성 콩팥병 환자가 포함됐다. 규모와 상태는 어느 정도였나?

SRPINT 연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약 2.8%의 환자가 참여했다. 전체 환자가 1만 2705명이니 356명 정도가 포함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미세알부민뇨 소견을 보이거나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60㎖/min/1.73㎡ 미만인 경우 또는 크레아티닌 검출 수치가 1.4mg/dL 이상으로 정의했다. 게다가 중등도 콩팥병으로 정의할 수 있는 크레아티닌 2.0mg/dL 이상 또는 eGFR 45㎖/min/1.73㎡ 미만인 경우는 제외했다. 즉 대부분 초기 만성 콩팥병 환자라고 볼 수 있다.

- 전반적으로 콩팥병 환자가 적었지만, 그럼에도 복합제 투여 시 콩팥병 동반 고혈압환자의 혜택을 평가할 수 있나?

콩팥병 환자가 적었고 관련 평가요소도 없어 단정할 수 없지만, 몇 가지 해석은 가능하다. HOPE-3 연구에서 사용한 약물이 칸데살탄/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16mg/12.5mg) 복합제(ARB/HCTZ)다.

이 과정에서 용량을 고정했는데 사실은 이 용량으로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혈압조절은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가 적었고, 중증도가 심하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콩팥병 환자가 많이 포함됐다면 용량 변화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고 목표혈압도 정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경우 혜택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혈압 조절의 유익성이다. 이번 연구에서 혈압을 세 등급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수축기혈압이 가장 높은 군(143.5mmHg 초과)에서 심혈관질환 예방 혜택이 크게 나타났다. 이런 신호는 합병증이 있건 없건 혈압조절을 철저히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ARB/HCTZ 복합제는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만약 중등도 이상의 환자가 포함됐을 경우 큰 문제점은 없나?

콩팥병 환자에게 고혈압 복합제를 쓸 경우 신장내과 의사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전해질 부작용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복합제를 많이 쓰다 요즘은 덜 쓰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계열로 저용량을 섞어 쓰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 HOPE-3 연구에서는 로수바스타틴과 위약 간 효과도 평가했다. 결국은 콩팥병 단계에 상관없이 스타틴을 쓰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렇다. 콩팥병 단계에 신경쓰지 않고 스타틴을 써야 한다는 결론이다. 다만 투석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모두 부정적으로 나온 만큼 예외로 두고, 그 외에 만성 콩팥병 환자는 심혈관 위험 요소가 하나라도 있다면 스타틴을 쓰는 게 좋겠다. 용량에 대해서는 환자별 치료전략과 국내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된다. 그러나 콩팥자체의 기능을 개선시키는 부분에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 가이드라인의 변화도 예고된다.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나?

KDIGO 가이드라인을 보면 콩팥병 또는 당뇨병 동반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을 140/90mmHg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철저하게 혈압 조절하는 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특히 콩팥병 환자는 저혈압, 신기능저하, 전해질 이상소견과 같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혈압은 가능하면 낮추는 방향으로 권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스타틴도 적극적으로 투여하라는 식의 메시지가 담길 것이다. 내년쯤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가이드라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 HOPE-3 연구의 한계는?

HOPE-3 연구는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임상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좋은 연구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뇨병이나 콩팥병 환자가 더 많다는 점에서 이들을 더 많이 포함시켰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또한 복합제 연구의 경우 혈압 목표를 정하지 않고, 고정용량으로 투여했기 때문에 실제로 혈압조절 효과를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은 부분도 아쉽다. SPRINT 연구처럼 목표혈압을 정했다면 또다른 해석이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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