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구입 이유로 치과의사 보톡스 판결 언급...醫 "취소소송 제기"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의사협회 등에 대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관련 과징금 처분 결정 배경에 면허범위 논란이 자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결정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나 혈액검사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 기저에는 최근 대법원이 치과의사에 대한 보톡스 시술 허용 판결도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최대한도 10억, 그 이유는?
공정위 김호태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이번 과징금 부과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2014년 공정위는 의협에 집단휴진 주도와 관련 5억원이라는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는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10억원이라는 큰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 대해 의협 등 의료전문가 집단이 경쟁사업자인 한의사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의료기기업체 및 진단검사기관들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제약하고, 이에 따라 경쟁이 감소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공정위는 의협에 최대 한도의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의료기기업체에 대한 한의사 거래거절 강요행위와 진단검사기관들에 대한 한의사 거래거절 강요행위를 하나의 불공정 거래행위로 보지 않고 둘로 나눠서 본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과장은 “과징금의 경우 사업자단체의 전년도 예산액을 기준으로 하는데 관련법에 따르면 10억원이 한도”라며 “이에 가장 큰 의협에 대해서는 전년도 예산 250억원을 기준으로 10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제4호 불공정거래행위 강요행위 중 거래거절강요를 적용 법조로 삼았다. 

실제로 공정거래법 제28조 제1항에 따르면 동법 제26조 제1항 각호의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 5억원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불공정거래행위로 봤다면 5억원이 최대로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규모가 되지만, 의료기기업체에 대한 한의사 거래거절 강요행위와 진단검사기관들에 대한 한의사 거래거절 강요행위 등 둘로 나누게 되면 총 10억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최대로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 하나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두 사건으로 나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공정위의 브리핑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공정위 김호태 과장은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 한도를 각 행위별로 5억원으로 두고 있다”며 “해당 금액은 의협과 같은 아주 큰 단체에 대한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치과의사도 보톡스 쓰는데?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나 혈액검사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영향을 미쳤다. 

김 과장은 “복지부에 세 차례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 혈액검사는 한의사가 위탁하거나 직접 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말했다”면서 “초음파기기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석은 없었지만, 의료법을 통해 구입을 막을 근거는 없을뿐더러 학술 또는 임상연구 목적으로 구입한다면 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유권해석 했다”고 말했다.

의료법에서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사용해 진료할 수 있는 범위와 한계에 대해 구체적인 명시가 없고, 학술·임상연구가 목적이라면 초음파 진단기기는 일반 한의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복지부의 공식입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 대법원의 치과의사에 대한 보톡스 허용 판결도 근거로 삼았다. 

김 과장은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치과의사가 미간과 눈가에 보톡스를 사용한 건에 대해 의료법 분쟁이 붙었다”면서 “거기서도 시대의 변화와 현대 기술 및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또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바뀌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변적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검찰에서는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진료용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대다수 혐의가 없는 걸로 처분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 있지만, 최근 여러 현대의료기기에 대해 의료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으로 변경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대법원의 치과의사 보톡스 허용 판결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치과의사 보톡스 허용 판결과 이번 사안을 연결시킨 자체가 공정위가 법리적 해석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짜맞추기식의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면서 “치협, 한의협 등이 진료영역을 둘러싼 분쟁 과정에서 대법원까지 끌고 가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검찰고발 대응 VS 의료계, 수용 불가
한편, 공정위는 의협 등 과징금 처분을 받은 단체들이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형사고발까지 진행할 방침이다. 

김호태 과장은 “공정위의 고발지침에 따라 점수를 산정하지만, 해당 점수에까지 미치지 못했다”면서 “만일 향후 시정명령을 어기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시정조치 불이행으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계는 이번 공정위의 처분에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결정문을 토대로 상임이사회 결정을 거쳐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아마 이번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의총 역시 이번 공정위 결정은 엉터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밝혔다. 

전의총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교모하게 왜곡하고, 한의사에게 유리하게 내용을 조작했다”며 “이번 공정위의 처분은 기존 유권해석의 존재를 무시한 채 어떻게든 의료계를 처벌하고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불법 의료행위에 협조하지 말라고 권고한 것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한 공정위의 이번 처분은 황당할 뿐 아니라 지적 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의협, 의원협회 등과 공동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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