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의료기기·진단검사기관에 거래금지 강요...한의사 시장 경쟁 제한"

의료기기 업체와 진단검사기관에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한 행위가 '불공정 거래행위'로 판단돼,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3곳에 11억 37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과징금 부과대상과 금액은 의사협회 10억원, 대한의원협회 1억 2000만원, 전국의사총연합 1700만원 등으로, 의협은 한의사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의료계의 '한의사 초음파 기기 거래 금지 요구'에 대해 이 같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의협이 2009년~2012년 5월까지 GE헬스케어에 대해 한의사와는 목적을 불문하고 초음파진단기기 거래를 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수년에 걸쳐 한의사와의 거래 여부를 감시, 제제했다고 지적했다.

의협의 요구에 따라 GE는 한의사와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거래 중이던 9대의 초음파기기에 대한 손실을 부담했으며, 의협의 요구에 따라 사과하고, 조치결과를 공문으로 송부했다.

의협과 의원협회, 전의총이 진행한 진단검사기관들에 대한 한의사 거래거절 요구도 불공정거래 행위로 지적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의협은 2011년 7월 진단검사기관들이 한의원에 혈액검사를 해준다는 회원제보를 받고, 국내 1~5순위(점유율 80%)의 대형 진단검사기관들에게 한의사의 혈액검사요청에 불응할 것을 요구했고, 거래 거절 요구를 받은 기관 중 일부는 한의사에 대한 거래를 전면 중단하거나 거래 중단을 약속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2012년 2월 한국필의료재단·2014년 5월 녹십자의료재단·2014년 7월 씨젠의료재단 등에 한의사 거래중단을 요구했고, 해당 기관들은 한의사와의 거래를 즉각 중단했다.

대한의원협회 또한 2012년 2월 한국필의료재단·2014년 5월 녹십자의료재단에 한의사와의 거래중단을 요구했고, 거래거절 요구를 받은 2개 기관 모두 한의사와의 거래를 즉각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이들 단체들의 행위가 의료기기 판매업체와 진단검사기관의 자율권·선택권 등을 제한하고,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에 필요한 정당한 거래를 막아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한의사들이 혈액검사, 초음파 사용을 할 수 없게 돼 영업곤란과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등의 피해를 입었으며 의료소비자 또한 선택권을 제한받는 불편을 겪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해야 할 의료전문가 집단이, 경쟁사업자인 한의사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사업자단체의 힘을 이용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한 사건"이라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한방치료를 원하는 소비자가 혈액검사 등을 받기 위해 병‧의원을 따로 방문하는 수고와 비용을 절감케 되는 등 소비자후생 증대가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의협은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한의사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협은 지난 6월 공정위에 전달한 의견서에서 "국가는 불법적인 영역을 보호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단속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공정거래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경쟁은 '적법함'을 전제로 해야 하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채혈 및 혈액검사 의뢰는 현행 의료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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