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DM 2016]손장원 교수 "인슐린 저항성으로 무게중심 이동"
비만증가 - 저항성 - 인슐린보상 - 분비능상실, 전형적 서구패턴으로

최근 한국인의 당뇨병 병태생리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뇨병 발생의 주원인이 인슐린 분비능장애에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병태생리 자체가 서구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병태생리에 적합한 치료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당뇨병 특성 변했다"
가톨릭의대 손장원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최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국제당뇨병·대사질환학술대회(ICDM 2016)에서 '한국인 당뇨병 유병특성의 변화'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 이 같이 밝혔다.

손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저널 Diabetes & Metabolic Journal 2015;39:387-394에 보고한 연구결과에 근거해 "2009~2010년 조사결과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증가한 가운데, 초기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분비능이 보전된 상태로 인슐린 저항성은 증가했다"며 병태생리 변화를 설명했다.

△ 아시아인 인슐린 분비능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 당뇨병의 유병특성이 서구인과 다르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식돼 왔다. 서구인에 비해 비만한 당뇨병 환자가 많지 않으며, 서구인 당뇨병 환자들보다 인슐린 저항성이 심하지 않다.

또 혈중 인슐린 농도가, 특히 식후 최고 인슐린 농도가 서구인 당뇨병 환자들보다 현저히 낮다. 이런 특징을 토대로 한국인 당뇨병에서는 인슐린 저항성보다 인슐린 분비장애가 더 주된 문제일 것이라는 주장들이 계속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서울의대 박경수 교수팀과 아주의대 조남한 교수팀이 공동으로 지역사회 코호트의 10년 추적관찰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 당뇨병 발병기전이 서구인과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해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구인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이 먼저 발생하고,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보상적으로 증가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베타세포의 기능이 따라가지 못할 때 당뇨병이 발병한다는 것이 전형적인 제2형 당뇨병의 발병과정이다.

반면 아시아인의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능 저하 - 인슐린 저항성 증가 - 인슐린 분비능의 무보상 - 당뇨병 발병의 경과를 보여 서구인과 다른 경로 보여주고 있다.

△ 인슐린 저항성의 역습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아시아인의 독특한 당뇨병 병태생리가 점차 변하고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사회·경제적 서구화로 인해 비만이 급증함에 따라 인슐린 저항성도 증가하면서 인슐린 분비능보다는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하는 저항성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손장원 교수팀은 실제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1차의료기관 환자들을 대상으로 2009~201년 기간 종단면 분석연구를 진행했다.

총 1314명의 환자들은 개원가에서 신규로 당뇨병을 진단받았으며, 연구시점에 당뇨병 치료약물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약물치료가 인슐린 분비능이나 저항성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약물치료 무경험의 신규 당뇨병 환자들을 관찰한 것.

△ 비만·대사증후군 급증
관찰결과, 환자들의 절반이 복부비만이었으며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경우도 70%에 달했다. 전반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나타낸 환자들이 59.5%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등도에서 중증의 인슐린 분비장애 비율은 20.2%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인슐린 저항성 환자 가운데 대다수인 79%가 인슐린 분비장애가 없거나 경증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서 중등도에서 중증의 인슐린 분비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는 남성 2.6%, 여성 1.9%에 불과했다.

손장원 교수는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2009~2010년 사이 비만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은 상태에서 초기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은 증가했고, 다만 인슐린 분비능은 보전된 상태였다"며 "이는 한국인 제2형 당뇨병의 주요 병태생리가 인슐린 분비장애에서 인슐린 저항성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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