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실태조사 발표…병원 청소노동자 10명 중 6명 주사침 사고 경험

“응급병동에서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다가 그 사이에 있는 주사바늘에 찔렸어요”

“처치실 바닥에는 이뇨제 병 부스러기, 주사바늘은 늘 널려있어요. 줍다가 찔린 적도 부지기수죠”

병원의 청소노동자 10명 중 6명은 이처럼 주사침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병원 청소노동자 주사침 사고 실태 및 예방관리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립대병원 3곳, 국립대병원 위탁운영 시립병원 1곳 등 총 4곳에서 2015년 4월 한 달 동안 360명의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 청소노동자의 62.5%는 환자에게 사용한 주사바늘, 칼 등에 찔리거나 베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주사침 사고 경험률이 82.5%에 달하는 병원도 있었다. 

더불어 사고 후 39.2%는 병원에 주사침 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업무를 쉬게 될 경우 본인 연차나 무급 병가를 사용했다고 대답한 비율도 23.4%나 됐다. 

의료연대는 병원이 청소노동자의 주사침 사고 예방 관리를 위한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의료연대는 “주사침 사고의 원인으로는 인력이 부족해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많아 주의를 기울이기 힘든 조건, 안전하지 않은 폐기물 분류 및 처리과정 때문”이라며 “주사침 등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피부에 손상을 입었을 경우, 감염 위험을 높일뿐더러 주사침이 혈액을 머금고 있을 가능성이 많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연대에 따르면 주사침 사고에 의해 감염 위험이 커지는 혈액 매개 감염병 종류는 B형·C형간염, HIV바이러스, 헤르페스바이러스, 말라리아, 결핵 등 20여가지가 넘는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는 에이즈 감염 주사에 찔렸던 한 청소 노동자가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불안 증세에 시달렸고, 현재도 그 증세는 계속되고 있다. 

의료연대는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문제로 인해 병원의 감염관리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청소 노동자들은 마땅한 보호장구나 감염 정보를 지급받지 못하는 등 감염 예방에서 차별받으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 청소 노동자들의 감염사고는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시민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비정규직 사용을 금지하고, 감염 관리와 노동안정을 병원이 직접 관리하게 해 감염사고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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