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실태조사 결과 공개...병원이용 기피로 외래환자 최대 60% 줄어

#A의료기관은 응급실 앞에 별도의 진료소를 만들어 메르스 의심환자와 일반환자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격리환자로 구분되고, 일반환자와는 건물로 들어가는 출입구부터 다르게 쓴다.
환자를 치료하는 병상은 격리음압병상으로 인공호흡기, X-ray장비, 이동 침대 등 모든 장비가 갖추어져 있으며, 의료진 보호장비 또한 최상으로 준비되어 있다.
이 병원에서 지난 O일 입원하고 있던 의심환자가 확진환자로 진단받았고, 병원은 팀장급 간호사로 확진환자 치료에 투입될 인력을 재구성했다. 일반 간호사는 교육·훈련 후 확진환자 치료에 투입해 진료행위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환자를 접촉한 적이 있는 직원은 자가 격리 들어가는 등 혹 시모를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확진환자가 입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식이 알려진 당일 외래 환자가 대거 예약을 취소했고, 퇴원환자도 급증했다. 전일에 비해 외래환자가 35%, 입원환자가 10% 감소했으며, 전반적인 진료수입이 30% 이상 줄었다.

메르스 의심환자를 진료했거나, 확진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병원들이 심각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다수의 병원들이 격리된 환경 속에서 안전하게 환자를 돌보고 있음에도, 메르스 병원으로 낙인 찍혀 지역사회 기피대상으로 치부받고 있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은 5일 이 같은 실태를 담은 메르스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나 확진환자를 진료했던 다수의 병원들이 급격한 환자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 진료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두려움 속에 병원 이용을 포기하고 있는 것.

노조에 따르면 한 병원의 경우 메르스 환자 진료사실이 알려진 이후 응급실 환자 수가 85%, 입원환자 수 40%, 외래환자 수가 60%나 줄어들었고 또 다른 병원들에서도 외래환자 수가 적게는 22%에서 많게는 57%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르스 의심·확진환자 진료병원들의 환자-수입 감소 현황(보건노조 조사).

실제 메르스 의심환자가 거쳐간 B병원의 경우, 해당 사실이 알려진 이후 수일 전부터 외래환자의 발길 뚝 끊어졌다. 해당 환자들은 모두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메르스 환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진료예약 취소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노조는 "보건당국이 정보통제 입장을 고수하면서 공포와 혼란속에서 국민들 스스로 정보를 공유해나가고 있고, 여기에 잘못된 지식이 결합하면서 메르스 괴담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고, 적절한 감염병 대책을 만들어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메르스 환자 치료에 훌륭히 대처하고 있는 병원들은 오히려 확실히 알려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없애고 병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기관, 국민간의 신뢰회복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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