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중심치료 아닌 조기치료 문화로 변화해야

환자가 의사 처방 지시를 따르지 않는 비순응 문제는 2500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도 언급했을 만큼 의학계 오랜 숙제로 남아 있다.지난 5월 서울 강남역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을 저지른 피의자 김 모씨도 과거 조현병으로 수차례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최근 본인 의사에 의해 치료를 중단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된 '약물 비순응 환자'였다.이처럼 재발방지가 관건인 중증 정신건강질환자는 약물 치료가 중단된 후 뒤늦게 문제를 보이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유지를 위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이번 특집호에서는 비순응으로 인한 영향 및 관련 요인 그리고 약물 순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짚어 보고, 조기 정신건강질환자를 중재할 수 있은 대안을 집중탐구 했다.[기획-3]'주사 한 방'으로 약물 순응도 높인다[기획-4]정신건강질환, 지역사회가 함께 돌본다정신과 치료가 입원 중심을 벗어나 이제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치료와 재활 서비스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외적으로 약물 비순응 문제 해결을 넘어선 정신건강질환을 초기에 잡기 위한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시행 중에 있다.미국, 조기 돌봄체계 효과적
 

조기 정신건강질환 관리방안의 롤모델이라 불리는 미국은 심각한 정신건강질환을 동반한 성인 또는 정서적 문제가 있는 소아청소년은 각각 맞춤형 치료전략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그 예를 가장 잘 보여주는 통합 돌봄 체계가 바로 'Wraparound milwaukee'다.

Wraparound milwaukee는 심각한 정서적 문제를 동반한 소아청소년과 가족을 위한 개별적 맞춤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이 프로그램을 받는 소아청소년의 대부분은 아동복지센터나 청소년 교도소 수감한 이력이 있었고 이들 중 60% 이상이 흑인이다.

Wraparound milwaukee는 공식적으로 인증된 기관 1곳에서 각각의 환자 및 가족만을 위한 위기 개입팀이 꾸려지고, 8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체계적인 돌봄 서비스 운영 결과는 생각보다 컸다. 청소년의 불법행위는 물론 정신건강질환 관련 증상이 줄고, 입원율이 감소하면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입원 치료 또는 시설에 수용할 때 소요됐던 비용이 7000달러였다면, 돌봄 서비스 제공은 이보다 2350달러가 적은 4350달러만 소요됐다.

호주, 조현병 조기중재센터 운영

호주는 전 세계 국가 중 최초로 조현병 조기 중재센터(Early Intervention Center)를 설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 멜버른에서 시행 중인 초기 조현병 예방  및 개입 센터 Early Psychosis Prevention & Intervention Centre(EPPIC)가 바로 그 것.

EPPIC는 초발 정신증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특화된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던 중 정신의학 치료가 지역사회로 확장되면서 1992년부터 독자적 서비스로 발전했다.

특히 EPPIC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청년접근팀(Youth Access Team, YAT)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초발 조현병을 동반한 15~29세 젊은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를 촉진시켜 지역사회 교육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영 결과, 조현병 발병 7년째 장기 기능 회복을 잘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발병 후 첫 1년 전후 시기의 기능 회복이었고 이는 증상 개선보다 더 큰 관련성을 보였다. 따라서 발병 직후 정신·사회적 기능 회복을 위한 적극적 노력과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EPPIC 센터 연구진들의 설명이다(Psychological Medicine. 2012;42:595-606).

이에 최근 호주 정부도 조현병에 대한 치료가 조기에 충분히 이뤄질수록 사회적 생산이 그만큼 증대된다는 판단에서 향후 5년간 약 4000억원을 지원해 EPPIC 모형에 기반한 센터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국내는 아직 걸음마단계

한국은 외국의 정신건강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낙인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와 서비스 연계에 각 기관이 소극적인 경향이 있어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지역사회 정신보건기관에서 효과적인 조기중재사업 콘텐츠로 무장한 센터들이 서울, 전주, 광주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주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는 2012년부터 △정신건강기획팀 △정신건강증진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증진팀 △통합재활 조기중재팀 등을 운영 중에 있다.

특히 조현병 치료의 경우 결정적 시기인 질병 초기에 집중적인 정신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입원과 동시에 시작되는 집중사례관리, 그룹 인지행동치료(CBT), 사례관리, 가족지원, 신체건강 증진 프로그램 등이 있다.

성남시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시민참여형 정신건강증진사업도 눈에 띈다. 일명 'Tell Your Story: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스토리텔링 기업을 활용한 홍보디자인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시민 누구든지 정신건강증진 및 관리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신건강질환자의 취업에 대한 인식 개선 및 맞춤형 취업 서비스 지원을 위한 카페 Tutti 운영도 여기에 속한다.

또 Step-up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Step-up 프로그램은 최근 적용하기 시작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 대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으로, 해외 시스템을 우리나라 환경에 맞게 도입해, 지역사회에서의 환자 모니터링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여 재발률을 낮추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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