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비순응, 임상에서 비일비재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신과 약물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임상에서도 약물 비순응이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신체적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약물 비순응 문제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낮은 투약 순응도는 재발 확률을 높이고, 우울증 중증도를 높여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실례로 항우울제 투약 순응 여부와 우울증의 재발 추정변수들 간의 관련성을 살펴본 결과, 항우울제 투약 비순응군에서 정신건강질환 입원과 우울증 및 기타 정신건강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이 높았다.
반면 투약 순응군에서 자살 시도와 항우울제 6개월 이후 재사용률은 낮았고, 투약 순응군에서 1000명당 평균 약 1건의 자살 시도 감소 효과를 보였다(J Korean Med Assoc 2011 April; 54(4): 381-385).
약물 의존·부작용 공포로 복용 중단
하지만 환자가 약을 거부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낮은 병식 약물에 대한 주관적 부정적 인식 △물질 남용이 동반됐거나 △치료 동맹(therapeutic alliance)이 부진한 경우 △비용 문제 △가족 지지가 부족한 부분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J Clin Pharm Ther. 2007;26:331-342).
약물 부작용이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오래 전부터 부작용과 약물 비순응의 연관성을 광범위하게 연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Fava Maurizio 교수의 항우울제 약물 비순응도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우울증 치료 초기에 약물을 중단하거나 첫 3개월 내 약물을 교체하는 이유로 부작용이 가장 흔히 보고됐다. 항정신병약물 부작용은 환자의 자발적인 투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Maurizio 교수 부연이다(J Clin Psychiatry. 2006;67 Suppl 4:14-21).
하지만 환자들 의견은 달랐다. 꼭 부작용 때문에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럽 30개국 정신건강질환자 44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GAMIAN-Europe' 설문조사 결과에서 약물 중단의 주된 이유는 약물의존에 대한 걱정이 30%, 장기적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20.2%로 18.3%인 부작용보다 높았다. 이는 이전부터 몇몇 전문가가 주장해왔던 환자가 느끼는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실제 동반되는 부작용보다 더 강력한 비순응의 예측인자임을 증명해준 셈이다.
실제로 전문의에게 환자 본인의 질환부터, 치료법, 약물 등을 상세히 설명들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약물 순응도가 상승했다. 단 환자의 사회적 지위, 직업, 교육 정도는 등은 약물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Clin Res Ed). 1987 Feb 7; 294(6568): 355-356).
이를 두고 영국 킹스 컬리지 Scott J 교수는 논평을 통해 "치료자와 환자의 관계는 약물의 순응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치료자는 환자에게 약물의 부작용 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환자가 가진 부작용에 대한 느낌 등에 더욱 초점을 맞춰 치료를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