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동맹적 관계 중요…관계형성 좋은 환자 약물 순응도 높아

환자가 의사 처방 지시를 따르지 않는 비순응 문제는 2500여 년 전 히포크라테스도 언급했을 만큼 의학계 오랜 숙제로 남아 있다.지난 5월 서울 강남역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을 저지른 피의자 김 모씨도 과거 조현병으로 수차례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최근 본인 의사에 의해 치료를 중단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된 '약물 비순응 환자'였다. 이처럼 재발방지가 관건인 중증 정신건강질환자는 약물 치료가 중단된 후 뒤늦게 문제를 보이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유지를 위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이번 특집호에서는 비순응으로 인한 영향 및 관련 요인 그리고 약물 순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짚어 보고, 조기 정신건강질환자를 중재할 수 있은 대안을 집중탐구 했다.[기획-1]정신질환자 약물 비순응 반복되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라[기획-2]약물 비순응 문제 '환자탓' 그만Scott J 교수의 말처럼 환자의 약물 순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환자와 치료자의 치료 동맹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동맹적 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할까? 미국 탬플 대학 Julius RJ 교수에 따르면 치료자가 면담 시 환자의 치료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먼저 경청하고, 치료 순응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인을 탐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J Psychiatr Pract. 2009 Jan;15(1):34-44).

즉 '치료자의 공감(empathy)'과 '환자의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약물 순응도는 끌어주고, 치료적 혜택도 높여 준다는 것. 여기서 자기 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결과를 얻는 데 필요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을 일컫는다.

실제로 면담에서 치료자의 의사소통 방식은 약물에 대한 환자의 이해와 믿음에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믿음을 가진 환자 일수록 치료에 잘 참여하고 만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브룩사이드 메디칼센터 Arlene Frank 교수가 조현병 환자 143명을 6개월 동안 환자와 치료자의 공감대 형성이 치료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치료자와 약물 관련 대화를 통한 관계형성이 좋은 환자일수록 2년 후 약물 순응도가 향상됐고, 약물 복용량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Arch Gen Psychiatry. 1990 Mar;47(3):228-36).

이미 약물 순응도가 급격히 떨어진 환자는 치료자가 약물 비순응 원인을 환자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1990년대 시험에서 환자가 약물 비순응 상태이면 치료자는 환자에게 일종의 실망감 등을 느끼기거나 원인을 환자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악화되면 치료적 동맹이 깨져 약물 비순응은 더욱 나빠지기 때문에 치료자 역시 공동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 환자 역시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치료자가 인내심을 갖고 설명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Arch Gen Psychiatry. 1990 Mar;47(3):228-36)(J Psychother Pract Res 1997;6:1-11).

약물 비순응, 병의 한 부분으로 봐야

미국 주커힐사이드대 병원 John M. Kane 교수는 약물 비순응을 임상적 결과로 결론 짓기보다는 시간에 따른 기복과 변화가 있는 병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ane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약물 복용을 중단한 조현병 초발환자를 예로 들면 거의 절반가량은 약물 중단 이유를 약물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중단했다.

때문에 치료자는 질환의 경과 중 어느 시점에서 약물 비순응이 일어났고, 이것 역시 치료 과정의 일 부분임을 이해하고 환자도 이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J Clin Psychiatry 2007;68(suppl 14):14-19).

한림의대 노대영 교수(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비순응 및 순응도 저하는 정신건강질환자의 재발 및 재입원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순응도 개선을 위해서라도 환자-치료자 간의 치료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순응도 향상의 첫 시작"이라면서 "약물 처방에 관한 환자의 느낌과 태도를 꾸준히 살펴보고 개방적인 자세로 환자와 소통해야 한다. 어렵지만 그래도 해야 할 의무"라고 강조했다.

적절한 약물선택이 약물 비순응 예방

약물 선택 시 초기에 약물 부작용보다는 효능을 우선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순응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부작용을 과도하게 언급하면 오히려 치료 두려움을 키우고 신체 감각이 예민해져 작은 변화에도 부작용으로 인지해 심하면 약물치료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2010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J. Michael Bostwick 교수팀이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치료자가 환자에게 항우울제의 내약성(tolerability) 및 효능(efficacy)을 상세하게 알려줬더니 치료과정에서 일시적인 부작용이 동반돼도, 환자가 치료를 잘 견디고 지속했다(Mayo Clin Proc. 2010 Jun; 85(6): 538-550).

하지만 환자들 가운데 약물 부작용으로 약물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한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 스스로 적응해 볼 수 있는 문제인지 △생활습관 변화 △용량조절 △추가약제 용량 경감 등을 고려하고, 타 약제와 교체하는 방법도 충분히 생각보는 것이 좋다(J Gen Intern Med 2009;24:80-85).

영국 뉴캐슬 대학  Jan Scott 교수는 Advances in Psychiatric Treatment 저널 논평을 통해 "정형 항정신병약물은 부작용 측면에서 이점이 더 많은 비정형 약물로 교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경구용 비정형약물과 정형약물 사이의 순응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어 순응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고 했다(APT 1999, 5:338-345).

또 "만약 항정신병약물의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조현병 환자의 재발을 낮추고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어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기획 3,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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