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장

"정부가 어린이병원을 만들었다고 자랑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대부분 어린이병원이 오랫동안 수십억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정부가 잘했다고 말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어린이병원에 폭탄을 심어 놓고 잘했다고 하는 모양새인데, 모든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이후에 보완하자는 정책 결정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모 어린이병원장이 퇴임하면서 털어놓은 마음이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린이병원의 상태를 전환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현재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전국의 어린이병원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부산양산대병원 등 모두 7곳. 이들 병원 모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며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014년 기준으로 서울대병원 250억, 부산대 55억원, 서울아산병원 45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메디칼업저버 창간 15주년을 맞아 어린이병원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소아응급실과 소아중환자실 상태를 짚어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1. 소아응급실: 수가 낮아 적자 눈덩이2.소아중환자실 : 공간, 전문인력 부족3. 인터뷰 : 소아중환자의학회 박준동 회장
▲ 소아중환자의학회 박준동 회장메디칼업저 고민수 기자

최근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우리나라 소아중환자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첫발을 내디뎠다. 학회의 초대 회장은 오랫동안 소아중환자실 문제에 천착해 온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준동 교수가 맡았다.

박 회장은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성인과 소아청소년을 같은 맥락에 놓고 수가산정 등 정책 결정을 해 왔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소아는 질병의 양상이나 병태생리 등이 성인과 달라 중환자실에서도 차이를 둬야 함에도 이를 인정받지 못해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희망하는 소아중환자실은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 소아중환자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적 의미는?
소아는 질환의 특성상 가역적 손상이 많아 조기에 집중치료를 하면 효과가 높다. 제때 적절한 치료만 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데,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장애나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얘기다. 소아청소년을 조기에 잘 치료해 중증질환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면 개인과 가족의 삶과 질 향상은 물론 건강보험재정을 아끼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소아중환자실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 정부가 수많은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내놓고 있다. 소아중환자실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모두 '노인'과 '출산'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 보니 산과와 신생아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소아중환자실에 있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 사회로 돌려보냈을 때에 대한 사회적 의미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 소아중환자실의 현안은 무엇인가? 
복지부가 소아청소년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성인중환자실과 소아중환자실을 같은 맥락에 두고 운영해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심정맥관 시술을 할 때 성인에게는 동의를 얻고 진행하면 되지만, 소아청소년은 그렇지 않다. 환자를 진정(sedation)시키는 등 성인에게 필요 없는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수가는 비슷하다.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데 수가는 낮고, 결국 답은 적자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은 20병상으로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다. 1병상당 1억 50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 소아중환자실의 인력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들었다. 
우리 병원 소아중환자실 병상은 20병상이다. 내과와 외과계열로 나뉘어 있는데 전공의 선생들은 모자란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전문의는 나와 펠로우 선생 둘 뿐이다. 삼성서울병원도 전문의가 1명이고, 그나마 서울아산병원이 2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간호사 인력 누수도 심각하다. 우리 병원 소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의 1년 이직률이 30~35% 정도다. 중환자실에는 숙련된 인력이 배치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1년에 3분의 1이 바뀌고, 2년이면 거의 반이 바뀐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증거다. 

- 지난해 9월 복지부가 소아중환자실 운영과 수가 등을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서 통과시켜 숨통이 트인 것 아닌가?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다. 소아중환자실 수가는 간호사당 병상 수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눠 책정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등급(간호사당 병상 수 0.61 미만) 31만 3290원, 2등급(0.61이상 0.74 미만) 27만 7140원, 3등급(0.74 이상 0.86 미만) 24만 1000원, 4등급(0.86 이상) 18만750원을 받게 된다.

수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용역을 발주한 '소아중환자실 및 준중환자실 운영 모형'(연구책임자 경희대 오인환 교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당시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간호사당 병상 수가 0.49 미만이었다. 간호사 한 명이 환자 2명을 간호하는 것이었다. 수가도 40만원 선이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소아 질병 양상, 성인과 달라... 치료과정에서 많은 차이 존재
별도의 공간에서 전문인력에게 치료받아야"

- 복지부가 소아중환자실 수가 책정 이후에도 소아중환자의학회측에서 걱정이 많았다고 들었다. 이유는? 
수가를 받으려고 소아중환자실 운영에 관심을 갖는 의료기관이 있을까 하는 우려다. 그래서 초기에 소아중환자실 병상운영, 독립된 소아중환자실 공간 확보, 소아중환자실에 근무하는 특화된 간호사 등을 주장한 것이다. 현실적인 것들을 고려해 지금처럼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초기 주장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소아중환자의학회에서 앞으로 추진하는 일은? 
소아중환자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을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소아중환자실 표본이나, 적절한 비용보존체계 등을 만들어 복지부에 제출할 것이다. 또 응급실에서 확인된 중증소아를 치료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소아응급의학회와 소아응급의료의 배후진료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