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 성인과 함께 진료 ... 공간 인력 별도 운영해야
국내 중환자실 문제에 묻혀 소아중환자실 문제도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소아가 성인중환자실에서 함께 진료받음으로써 생기는 여러 부작용 등이 이슈화되지 못했던 것이다. 소아중환자실을 따로 운영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지 못했고, 심지어 소아중환자실 실태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소아중환자실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소아중환자실 및 준중환자실 운영 모형'을 주제로 경희대 오인환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팀은 2014년 11월 20일부터 12월 17일까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296개소를 조사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소아중환자실은 900~1200병상 정도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고, 소아중환자실 유닛당 병상 수는 평균 9병상이었다. 개방된 공간에 다수의 병상을 배치한 개방 병상은 평균 7.5병상(83%), 독립된 방에 격리전용으로 병상을 배치한 격리병상은 1.5병상(17%)이었다. 인력은 유닛당 당직의사는 100%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중환자실 공간·전문인력 별도 운영돼야"
병원의 경영논리에 떠밀리면서 중환자실은 적자를 기록하는 대표적인 곳이 됐다. 결국 이곳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소아과 의사들은 중환자실 공간과 인력만큼은 따로 운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대학병원 소아과 교수는 대부분 성인중환자실 내부 일부 병상이 소아병상으로 이용되고 있고, 성인환자가 우선시되는 환경에 소아가 놓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성인과 소아가 섞여 있는 것이 현재 중환자실 민낯이다. 소아는 성인보다 면역력이 낮아 감염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며 "중환자실 기준 자체가 성인에게 맞춰져 있어 소아에게 적합하지 않다. 빠른 치료를 위해서는 소아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간호인력 확보도 소아중환자실의 숙제다. 많은 병원이 성인환자를 관리하는 간호사가 소아환자를 같이 돌보는 형태로 운영된다.
소아용 의료장비나 의료기구가 따로 있는 것처럼 소아와 성인은 특성이 전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 따라서 성인을 돌보는 간호사가 소아를 돌보는 것은 의료사고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미국, 소아케어 담당자 상주
소아중환자 케어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은 '소아특정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7일 이내 입원일 경우 수가는 1만 5752점이다(수가는 1점당 약 10엔). 8일 이상 14일 이내 입원할 경우 1만 3720점이다. 일본 중환자협회가 인정한 전담의사 1명 이상이 항상 근무해야 하고, 간호사는 1인당 환자 2명의 비율로 배치돼 있다.
미국 소아중환자실의 수가는 병원별로 고유하게 책정된 건당 비용 기준으로 병원의 DRG 상대가중비율로 보정해 산정한다. 이때 입원기준, 제공된 서비스, 급성기·장기요양병원 등으로 구분해 수가를 산정한다.
어린이병원,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 전망
정부는 소아응급실과 소아중환자실 어려움을 개별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어린이병원을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복지부는 어린이병원을 포함해 △류마티스-퇴행성 관절염센터 △호흡기 질환센터 △노인 진료센터 등에 대한 공공전문진료센터 고시 제정안을 행정 예고했고, 곧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이병원장을 역임했던 한 교수는 "원장이 아무리 의지가 있고 능력이 있어도 어린이병원을 적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서울대병원이 30년 동안 적자였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며 "그동안 어린이병원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어려웠는데,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되면 시설이나 장비, 운영비 등을 지원받게 돼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