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의사 강남 고군분투기 (下)

건강보험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성형외과는 342개, 피부과는 125개가 존재한다.
그런데 흉부외과는 센트럴흉부외과의원, 에비타흉부외과의원, 강남연세흉부외과의원 딱 3곳뿐이다. 물론 흉부외과 의사는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 간판을 내건 곳은 3곳이 전부다. 흉부외과는 개원하기 녹록지 않은 진료과다. 대부분의 흉부외과 의사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흉부외과라는 이름표를 버리고 다른 명패를 집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강남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골목 빼곡히 들어선 성형외과와 피부과 틈바구니에서 당당하게 흉부외과 의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센트럴흉부외과의원 김승진 원장(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 에비타흉부외과의원 전철우 원장을 본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아픔을 들어봤다.

전철우  에비타흉부외과의원 원장
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의원 원장
사회: 박선재 메디칼업저버 국장 │ 사진: 고민수 기자 

1.강남 한복판 흉부외과 살아남기
2. "흉부외과 전공 살릴 일자리 만들고 싶다"

▲ 전철우 원장(사진 좌)과 김승진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박선재: 올해부터 '하지정맥류 혈관레이저 폐쇄술 및 고주파 혈관 폐쇄술'이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 제외됐다. 흉부외과의사회에서 TF팀을 꾸리고 실손보험 표준 약관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김승진: 하지정맥류는 흉부외과 의사가 개원할 수 있는 몇 개 안 되는 아이템이다. 그런 문제를 빼더라도 하지정맥류를 실손에서 제외한 것은 국민의 피해라 볼 수 있다. 오래 서 있는 요리사나 백화점 근무자 등이 하지정맥류에 취약하고 또 비용이 싸다고 해도 200만원을 넘는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의 수술 방법이나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았다고 이를 모두 외모개선 목적으로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다. 
최근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의사회, 대한정맥학회, 대한혈관외과학회가 실손의료보험사 12곳이 담합이라는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대개협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에 관한 비상대책위원회 TFT를 구성했다. 내가 TF 단장을 맡았고,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이사, 대한병원협회, 중소병원협의회, 전문병원협회 등이 함께 이 문제를 대처하기로 했다.

▲ 전철우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전철우: 하지정맥류가 실손에서 빠지는 과정에서 의협의 역할이 남의 일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정맥류와 도수치료를 시작으로 내과 등으로 옮겨갈 것이 뻔하데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박선재: 흉부외과는 전공의 지원이 매년 줄어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 많다. 이런 흉부외과 후배들을 위한 고민이 있다면? 

김승진: 나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전공을 살리면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그동안 가산금 제도로 조금 전공의들이 늘어났지만 가산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제도 개선을 통해 200~300병상 병원에 흉부외과 의사를 의무 배치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 법이 제정돼 후배들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중소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많다. 흉부외과가 존재함으로써 사망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의사를 배치하듯 흉부외과를 둬야 한다. 흉부외과가 개업이 어렵고, 수입도 시원찮다고 해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본다. 이들의 열정을 보전해주고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전철우: 흉부외과학회가 좀 더 개원의를 염두에 둔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 힘을 발휘하는 진료과의 특징은 개원의들이 잘 되는 과다. 성형외과는 대학병원에서 구강구개술, 화상 등을 다루지만, 개원가에서 새로 나오는 분야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사례가 있으면 가르치는 정성을 보인다. 
그런데 흉부외과학회는 주로 심장수술 등을 하는 교수들이 주도하기 때문에 개원가에 소홀한 편이다. 이제 흉부외과학회도 개원의들의 눈치도 보고, 교과과정에 포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박선재: 흉부외과 의사로서 꿈이 있다면? 

▲ 김승진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김승진: 흉부외과 의사 중 큰 병원을 가진 사람이 없다.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흉부외과의사 10명 정도가 근무할 수 있는 규모의 병원을 하면서 심혈관수술과 폐수술까지 해보는 게 꿈이다. 그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그런 병원이 혼자 개원한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한다.

현재 성형외과는 빅5 성형외과와 혼자 개원한 의사들이 극단적 싸움을 하고 있다. 환자들이 빅5 성형외과로 몰려서다. 너무 먼 훗날의 걱정을 하는 건가!
현재 흉부외과 선후배들이 선전하고 있다고 본다. 곧 규모가 있는 흉부외과병원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철우: 나도 김승진 원장님과 비슷한 희망이 있다. 하지정맥류, 다한증, 여유증 등 흉부외과 의사들이 모여 자신의 전공과목을 진료하는데, 병원 운영은 독립채산제 형태가 되는 것이다. 병원을 임대하는 원장이 MRI나 CT 등 각종 시설을 제공하고, 진료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자신의 병원 경영을 책임지는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