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우, 김승진 원장의 흉부외사의사 고군 분투기(上)

건강보험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성형외과는 342개, 피부과는 125개가 존재한다. 그런데 흉부외과는 센트럴흉부외과의원, 에비타흉부외과의원, 강남연세흉부외과의원 딱 3곳뿐이다. 물론 흉부외과 의사는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흉부외과 간판을 내건 곳은 3곳이 전부다. 흉부외과는 개원하기 녹록지 않은 진료과다. 대부분의 흉부외과 의사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흉부외과라는 이름표를 버리고 다른 명패를 집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강남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골목 빼곡히 들어선 성형외과와 피부과 틈바구니에서 당당하게 흉부외과 의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센트럴흉부외과의원 김승진 원장(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 에비타흉부외과의원 전철우 원장을 본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아픔을 들어봤다.

전철우  에비타흉부외과의원 원장
김승진  센트럴흉부외과의원 원장
사회: 박선재 메디칼업저버 국장 │ 사진: 고민수 기자 

1. 강남 한복판 흉부외과 살아남기
2. 흉부외과 전공 살릴 일자리 만들고 싶다

▲ 강남구에서 흉부외과를 운영하는 김승진(사진 우) 전철우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박선재 : "흉부외과는 나의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흉부외과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 같다. 흉부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전철우: 의대 본과 1학년 때 어머님이 폐가 안 좋으셨다. 치료방법이 폐이식 밖에 없었다. 그래서 흉부외과를 선택하게 됐다. 본과 3학년 때부터 흉부외과를 선택할 것이라 말하고 다녔고, 인턴 때도 거의 흉부외과 픽스턴을 할 정도로 '흉부외과바라기'였다. 다른 과를 생각한 적이 없다.김승진: 의대 다닐 때부터 흉부외과나 신경외과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후배와 신경외과와 흉부외과를 두고 경쟁을 했는데, 후배에게 신경외과를 양보했다. 흉부외과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바이탈 진료과라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개원 이후 몇 번 힘든 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흉부외과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박선재 : 대학병원에서 수련 받을 때와 개원가 현실은 다르다.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열정이 있었더라도 개원 이후 현실에 부딪혔을 때 힘들었을 듯하다.

▲ 김승진 원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김승진: 흉부외과를 전공하는 많은 의사가 대학에 남을 것이라 기대한다. 나도 대학병원에 남아 심장수술이나 폐수술 등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전문의를 따고 보니 대학에 티오도 없고, 갈 곳도 없어 당황했다. 당시 아산병원에 팰로우 한자리가 있었는데 월급이 100만원 정도였다. 아이도 키워야 했고, 집세도 내야 했기 때문에 또 한 번 당황했다. 그래서 지방에서 개원했다. 사실 개원은 선택지에 없던 것이라 조금 서글펐다.

전철우: 나도 같은 상황이었다. 팰로우 1년을 하고 나니 자리가 없었다. 팰로우를 1년 더 하라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창피하다고 느꼈다. 다른 과 동기들은 발령받아 자리를 잡는데 갈 곳이 없어 팰로우를 더 해야 한다는 상황이 왠지 슬펐다. 그래서 개원을 하게 됐다.
마음고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원가에서 흉부외과는 정말 인기가 없는 과라는 것을 알게 됐고, 흉부외과를 거의 GP 수준으로 대우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돼 씁쓸했다.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는 사람을 살리는 진짜 중요한 과인데 개원가는 GP로 대접받는 것을 보고 괴리감을 느꼈다. 

"욕심 버리고 환자에 집중"
"의사-환자 간 신뢰 형성 중요"

박선재: 강남구는 욕망의 도시, 성형의 도시 등으로 불리며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아니면 자리 잡기 어려운 지역이다. 굳이 강남구를 선택한 이유는?

김승진: 맨 처음 개원은 텃새가 센 지방에서 했다. 병원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니까 세를 10배 올려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중앙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고, 병원 이름도 센트럴흉부외과로 정했다. 그 이름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중심인 강남구에 위치해야 괜한 서러움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텃새가 센 지방에서 받은 상처 때문이라고 할까!

▲ 전철우 원장

전철우: 개원할 지역을 찾기 위해 많이 돌아다녔다. 그때 "동네에서 개원해 이것저것 모두 진료하면서 살 것이냐, 진료과목을 특화해 찾아오는 환자를 보면서 살 것이냐"를 두고 오래 고민했다. 결론은 후자였다. 환자가 찾아오는 질환으로 승부를 걸려면 강남구가 맞겠다고 생각해 강남구에 터를 잡았다.

박선재: 센트럴흉부외과나 에비타흉부외과는 흉부외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게 주변 평가다. 초창기 어려움도 많았다고 하는데?

김승진: 로컬에서 받은 서러움을 씻으려고 중심으로 왔지만 적자에 시달렸다. 현재 병원이 위치한 건물 4층과 5층에 입원실을 두고 3층에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면서 그외의 진료를 했다. 그런데 계속 수익이 시원치 않았다. 4년 전 적자가 극에 달해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그때 10박 11일 동안 동유럽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서 얻은 답은 다른 진료는 모두 포기하고 하지정맥류에 집중한다였다. 그 결정이 옳았는지 환자가 서서히 증가했다.

박선재: 강남구에 흉부외과가 3개뿐이라는 것은 그만큼 흉부외과가 생존하기 척박한 땅이라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센트럴흉부외과는 하지정맥류 수술을 위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환자가 오고 있고, 에비타흉부외과는 외국인 환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결은 무엇인가? 

전철우: 여러 번 인생의 희로애락을 봤다고 해야 할까? 성형외과 동료와 동업을 했다 쓰라린 아픔도 경험했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으로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많다. 뛰어난 아이템이라고 해도 다른 병원이 금방 따라와 오래갈 수 없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병원을 지속시킬 아이템 5가지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개원할 당시 하지정맥류는 레드오션이라 판단하고 진료과목에 넣지 않았고, 여유증이나 다한증을 특화했다. 그런데 최근 하지정맥류 진료를 준비 중이다. 내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승진 : 하루에 하지정맥류 수술 2개 정도만 하고 그 환자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지정맥류 수술에 약 2시간 걸리는데 더 욕심내면 환자에게 집중할 수 없다. 또 환자 상담, 처방, 사후관리 등에도 꼼꼼히 신경 쓴다. 최근에는 당진이나 여수 등 지방에서도 많이 환자들이 찾아오고, 해외에서도 환자들이 오고 있다. 하지정맥류 전문의원으로 변경하면서 홍보에도 신경을 썼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네이버 지식인 등에 병원을 노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철우: 의사가 환자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신뢰를 형성하면 그 환자가 입소문을 내주고 또 다른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흉부외과 의사는 수련을 받을 때부터 환자 옆에서 관찰하는 게 익숙하다. 그래서 조금의 문제가 생겼을 때도 잘 풀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여유증이나 다한증 등 진료과목을 특성화해 환자가 찾아오도록 한 것과 새로운 아이템, 마케팅을 위해 노력한 것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본다. 
직원이 만족해야 환자도 만족한다는 생각에 직원 관리에도 애정을 쏟고 있다. 연차는 물론이고 병원에 직원들이 휴식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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