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간호기록에 의식 명료 ‘기재’…뇌동맥류 수술 과실도 인정

의료진이 환자 보호자에게 수술로 인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설명하던 시각, 환자 의식이 명료했다는 간호기록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증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환자 A씨가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 70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2년 6월경 A씨는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고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진행한 뇌 MRI 및 MRA 검사 결과, 우측 중대뇌동맥에 비파열 뇌동맥류 발생 소견이 나오자 A씨는 상급병원에서의 치료를 위해 B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뇌 CT검사 결과, 우측 중대뇌동맥에 비파열 뇌동맥류 발생 소견이 나오자 A씨를 바로 입원시켰다. 당시 A씨의 의식은 명료했고 양측 상·하지 근력은 5등급으로 정상소견이었다.

의료진은 2012년 8월경 A씨에 대해 뇌동맥류 경부를 결찰(외과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혈관을 묶거나 한 부분을 조이는 행위 또는 방법)하는 수술을 시행했는데 수술 과정에서 클립을 뇌동맥류 경부에 결찰하던 중 파열됐다.

수술 후 A씨에게 좌측 상·하지 근력이 저하되는 증세가 나타났고 의료진은 뇌 CT 검사를 통해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오자 상급병원으로 전원시켰다. 상급병원으로 전원한 A씨는 재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좌측 편마비 및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인해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본인이 수행할 수 없어 보통 성인남녀 1인의 1일 8시간 개호(곁에서 돌봐줌)가 필요한 상태이다.

A씨는 "의료진이 수술과정에서 결찰을 위한 클립 선정 내지 클럽의 위치 선정을 부정확하게 하는 등 수술상 술기 부족으로 뇌동맥류 파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또 "수술에 관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하지 않은 채 자녀인 C씨에게만 수술 동의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술동의서에는 C씨가 수술 전날 자필로 한 서명만 확인될 뿐 의료진이 A씨로부터 수술에 관해 설명했다거나 동의를 구했다고 볼만한 기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간호기록의 기재에 의하면 C씨가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무렵 A씨의 의식은 명료했다"며 "입원기록지에도 의료진이 A씨의 부인과 딸에게 수술에 따라 발생 가능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설명했다고 기재돼 있을 뿐 A씨에게 설명했다고 볼 만한 기재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뇌동맥류 결찰술에 대한 과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술 당시 뇌동맥류 경부를 클립으로 결찰하는 과정에서 파열됐고 수술 전에 정상이었던 A씨의 좌측 상·하지 근력이 수술 이후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또 "뇌동맥류 결찰을 위해 적절한 클립을 선택해 세심하고 부드러운 결찰을 하는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주의를 다하지 않을 경우 클립의 날에 의해 뇌동맥류 경부가 파열될 수 있다"며 "전원된 상급병원에서 수술 당시 뇌동맥류에 결찰됐던 클립을 제거하고 위치를 재조정하는 수술을 시행했는데 이는 수술 과정에서 클립 자체의 선정 내지 클립의 위치, 결찰 위치를 선정함에 있어 문제가 있었던 점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