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수술 출혈 적고 회복속도 빠르지만, 외과의사 술기가 합병증 좌우

위암치료에서 개복수술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조기위암부터 진행성위암까지 표준 수술법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하지만 1991년 복강경수술이 처음 보고된 후 관련 논문이 발표되면서 개복수술의 자리를 계속 넘보고 있다. 
 
사실 개복수술은 그간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복강경수술은 장기적으로 재발 및 생존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결과들이 부족하고 전문의마다 진행성 위암 수술 안전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해 개복수술의 완벽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KLASS)가 우리나라 위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복강경수술 및 개복수술 성적을 비교·분석한 전향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복강경수술 안전성 및 생존율 이슈를 객관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겠다는 것.
 
과연 대장암 등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복강경수술이 위암 수술에서도 '잇(it) 수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KLASS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국내외 복강경수술·개복수술 성적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봤다. 
 

복강경수술 출혈 적고 회복속도 빨라

연구회는 여기서 더 나아가 KLASS-02 연구를 통해 진행성 위암에서 복강경수술의 안전성 및 효능에 대해 보다 정확한 결과를 밝혀내기로 했다.

KLASS-02 연구는 2011년 11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진행성 위암(cT2-4a) 환자 1050명을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군(528명) 개복수술군(524명)으로 무작위 분류한 뒤 3년 무재발 생존율과 합병증 발생 여부 등을 평가했다.

먼저 수술 중 발생한 출혈을 알아봤더니,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군이 155.3㎖, 개복수술군은 231.2㎖로 KLASS-01 연구와 같이 복강경수술군에서 출혈이 비교적 적었고, 수술 30일 이후 전체 합병증 발생률도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군이 16.4%, 개복수술군은 24.3%를 보였다(P=0.002).

합병증 여부는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군과 개복수술군 각각 가스배출은 3.53%, 3.71%(P=0.027), 수술 후 재원일은 8.1%, 9.3%(P=0.003)로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유의미하게 낮았고, 사망률도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군이 0.38%로 0.57%인 개복수술군보다 낮았다.

결과적으로 진행 위암 환자에게서도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이 개복수술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낮고, 회복속도도 대체로 빨랐다.

"외과의사 술기가 합병증 좌우"

이처럼, 다수의 논문에서 복강경수술이 안전성·효능 면에서 열등하지 않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여전히 개복수술이 1차 수술법으로 선택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복강경 술기 습득의 긴 학습 곡선과 초기 시술 중 겪는 높은 수술 합병증 발생, 긴 수술 시간을 이유로 꼽았다. 복강경수술은 절개창을 최소화해 수술을 진행하는데, 충분히 학습되지 않은 외과 의사들이 하면 합병증 발생 위험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림프절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해 재발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

실제 충분한 개복 위 절제술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의 일반적 복강경수술을 시행 중인 전문의들을 조사한 결과 50~60건 정도의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50건 이하로 진행한 의사들은 복강경수술 시간이 길었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았다[J Korean Surg Soc 2006; 70: 370-374.10. Kim KH, Kim MC, Jung GJ, Kim].

대한위암학회 한상욱 감사(아주의대 외과)는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이 복강경수술의 초기 난관을 극복하려면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고 표준화 수술에 대한 교육을 통해 수술의 질을 관리하고 학습 곡선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론 내리기엔 시기상조…장기 연구결과 축적돼야"

전문가들도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리기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대한위암학회 이혁준 학술 간사(서울대병원 외과)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조기위암은 물론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복강경수술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입증했다"면서 "우리나라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결과인 만큼 가장 핵심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만으로)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낫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 "특히 진행성 위암에서 개복수술이 여전히 표준 수술법이고, 진행성 위암의 복강경수술 관련 근거가 아직 부족해 안전성 및 생존율을 평가한 장기 연구결과가 더 축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외과학회 노성훈 이사장(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도 "환자의 전신 상태 및 위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수술 범위를 결정하고 자신의 경험과 술기 수준을 고려해 가장 유효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합리적으로 적용해 수술해야 한다"면서 "개복수술이 현재까지 표준치료지만,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술식의 변화를 가져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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