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 국내 환자 대상 최초 전향적 연구결과 발표

위암치료에서 개복수술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조기위암부터 진행성위암까지 표준 수술법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하지만 1991년 복강경수술이 처음 보고된 후 관련 논문이 발표되면서 개복수술의 자리를 계속 넘보고 있다. 
 
사실 개복수술은 그간 많은 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복강경수술은 장기적으로 재발 및 생존에 미치는 역할에 대한 결과들이 부족하고 전문의마다 진행성 위암 수술 안전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해 개복수술의 완벽한 대안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복강경위장관연구회(KLASS)가 우리나라 위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복강경수술 및 개복수술 성적을 비교·분석한 전향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복강경수술 안전성 및 생존율 이슈를 객관적인 측면에서 검토하겠다는 것.
 
과연 대장암 등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복강경수술이 위암 수술에서도 '잇(it) 수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KLASS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국내외 복강경수술·개복수술 성적을 다각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봤다. 
 

"복강경수술 효과 입증할 다기관 전향적 연구 필요"

현재 전문가 대부분은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과 비교했을 때 상처감염이나 복수가 차는 등 합병증 유발이 덜하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대 이혁준 교수가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 서울대병원>

기존에 발표된 전향적 연구 3개와 후향적 연구 9개를 메타 분석한 연구에서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의 자리를 메울 만한 가능성을 어느 정도 증명했기 때문이라는 것.

주요 결과들을 보면 D2 미만의 림프 절제술을 한 복강경수술과 개복수술 환자군의 확보된 림프절 개수는 같았고 수술 후 가스배출, 걷기 시작한 날, 식사 시작일이 모두 복강경수술군에서 빨랐다.

약물 투여 기간 및 수술 후 재원 일도 개복수술보다 5.72일 가까이 짧았고, 수술 후 합병증은 복강경수술군에서 10.5%, 개복수술군은 20.1%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안전성 부분에서는 개복수술이 창상 감염률 6%, 합병증 발생률 20%를 기록했지만, 복강경수술은 각각 3%, 14%를 보였다[J Korean Med Assoc 2010; 53(4): 311 - 317].

이처럼 복강경수술 관련 우호적인 결과들이 발표됐지만, 후향적 연구가 대부분이고 전향적 연구는 1개 기관으로 한정돼 진행되다 보니 위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상 환자가 부족해 다기관 전향적 연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KLASS-01 연구 결과, 조기 위암 치료 성적표 '양호'

이에 KLASS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다기관 전향적 연구(KLASS-01)'라는 명칭 하에 전국 대학병원 14개 기관에서 임상 1기 위암 환자 1416명을 무작위 분류해 시행된 복강경수술(700명)과 개복수술(700명) 성적을 분석했다.

연구회가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본 전체 합병증 발생 여부에서는 일단 복강경수술군이 13%로 19.9%를 기록한 개복수술군보다 유의미하게 낮았다(P=0.001). 5년 생존율에서도 복강경수술이 열등하지 않았지만, 공식 연구결과는 오는 6월 발표될 예정으로, 그전까지 명확한 수치는 '비밀'에 부쳐 져 있는 상태.

5년 생존율을 제외한 합병증 발생률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복강경수술군에서 수술 중 출혈(110.8±135.7ml vs 190.6±156.3ml)이 적었고, 입원 기간(7.1±3.1일 vs 7.9±4.1일)은 개복수술군과 비교했을 때 짧았다.

수술 후 전체 합병증 발생률 역시 복강경수술군이 13.0%로 개복수술군 19.9%보다 낮았다. 수술 창상과 관련된 세부 합병증 발생률에서도 복강경수술군이 3.1%로 개복수술군 7.7%에 비해 2배 이상 낮았다.

수술 후 환자 사망률은 복강경수술군이 0.6% 개복수술군이 0.3%로 복강경수술군이 0.3% 더 높았지만, 수치상으로 따져봤을 때 비슷하다는 게(P=0.687) 연구회 측 부연이다.

대한위암학회 김욱 학술이사(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는 "조기 위암 환자에 대한 복강경 위암 수술 안전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사례"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위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최고의 복강경수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위암 외과 의사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행성 위암 환자 대상 KLASS-02 연구

김욱 교수가 말한 '위암 의사들의 노력'은 KLASS-01 이후 KLASS-02 발표에서도 이어졌다.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복강경 D2 림프절 절제 수술과 개복수술 간의 안전성 및 효능을 분석하면서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진행성 위암의 복강경수술 관련 근거 축적에도 나섰기 때문이다.

진행성 위암에 대한 복강경수술은 복강경으로 개복수술만큼의 충분한 D2 림프절 절제가 가능한가에 달려 있는데 진행성 위암에 대한 복강경 위절제술이 시행되고 있지만 불완전한 림프절 절제 우려로 아직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하지만 이전에 발표된 다기관 분석결과들을 보면 복강경수술이 개복수술과 비교했을 때 합병증 발생률은 낮고, 재발률 등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례로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 김형교·아주대병원 한상욱 교수팀이 복강경수술과 개복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 3000여 명을 5년 이상 장기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복강경수술이 조기 위암뿐 아니라 모든 병기의 위암에서 종양학적으로 안전했다.

연구팀은 1998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위암 치료를 위해 근치적 수술을 받은 환자 2976명(복강경 위절제술 1477명, 개복수술 1499명)을 대상으로 복강경수술과 개복수술의 장기성적을 위암 병기별(1A~3C)로 분석했다. 그 결과 병기와 관계없이 복강경수술과 개복수술이 같은 생존율을 보임을 확인했다. 수술합병증 및 사망률 또한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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