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경 주행경로 파악 않고 수술기구 과도하게 조작했다” 판결

만성중이염으로 인해 고막에 천공이 생긴 환자를 수술하다가 안면신경을 손상시킨 의료진에 대해 법원이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가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8월경부터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중이염치료를 받아오던 중 오른쪽 귀에서 물이 나오고 상태가 악화되자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진료를 실시했고, 그 결과 오른쪽 귀에 발생한 만성중이염 치료를 위해 수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학적 검사상 A씨의 오른쪽 고막의 천공과 그 천공에서 고름이 나오는 것이 관찰돼 우측 만성중이염 진단을 받았고,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전신마취하에 만성중이염을 치료하기 위해 유양동의 염증 병변을 제거하고 천공된 고막을 재건하는 유양돌기 절제술 및 고실성형술을 시행했다.

문제는 수술 도중 A씨의 안면신경 손상이 발생한 것.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안면신경이식술을 시행하고 스테로이드 투여 등의 처치를 했고, A씨는 수술 이후 입원해 있던 기간 뿐 아니라 퇴원 이후에도 외래진료를 통해 트레싱 및 감염방지를 위한 투약, 안면마비에 대한 재활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현재 A씨는 우측 안구건조증, 우측 눈꺼풀 처짐 및 눈썹 처짐, 우측 토안, 우측 기능적 비루관 폐쇄 등 후유증이 남았고, 우측 안면 근력 저하 및 얼굴 추형, 우측 귀 난청과 이명, 우측 평행기능 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A씨는 “의료진은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 안면신경 및 청각신경 등 중요신경의 주행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술기구의 조작으로 인한 손상에 주의하는 등 중요 신경의 손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수술 이전에 실시한 각종 검사 결과 우측 고실 공간이 비교적 깨끗해 보일 뿐 아니라 내이의 이상소견이 없었고 외이, 중이, 내이에 해부학적 이상이나 변이도 없었으며, 아무런 신경학적 이상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기록지에 의하면 안면신경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돌출된 안면신경이 손상됐다고 기록돼 있는데 일반적으로 안면신경과 개방시 작은 지름의 드릴 버(drill burr)를 이용해 조금씩 뼈를 갈아내서 안면신경과 고삭신경 사이를 뚫게 된다”며 “이 사건의 경우 수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드릴 버가 안면신경 쪽에 치우쳐서 손상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에게 나타난 후유증은 의료진이 수술을 tldog하는 과정에 신경 주행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수술기구를 과도하게 조작한 과실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수술을 위해 A씨는 오전 10시 40분경 수술실로 이동돼 19시 40분경 병동으로 돌아왔는데 수술시간이 4시간 이상 길어지면 잠깐 집중력이 떨어지는 동안 안면신경이 손상될 수 있고, 술련된 수술자인 경우에도 평생 한 두 번은 이 사건과 같은 사고를 경험할 수 있다”면서 피고의 배상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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