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공개변론…의료인 직업수행 자유 침해 VS 보건의료서비스 특수성 고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인 1개소법’에 대해 과잉규제인지,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항인지에 대해 다투는 공개변론이 진행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나 10일 대심판정에서 1인 1개소법이라고 불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는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지난해 8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고 기소된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이뤄진 것으로 이 조항이 의료인들의 직원수행 자유를 침해하는 지 여부에 대해 집중 심리됐다.
1인 1개소법의 시작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33조 8항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기존 법에서는 병원의 개설에 있어서만 금지해 왔지만 개정안의 경우 개설은 물론 운영까지 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지난 2012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이 개정안으로 인해 많은 네트워크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환수처분에 맞선 소송을 진행하게 됐고, 상당수의 병원들이 환수소송에서 패소, 수억원대의 환수금을 내놔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지평 김성수, 박성철, 박보영 변호사 등이 참석했으며,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 최혁용 부회장이 출석했다.
또 이해관계인(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측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원일 정의정, 박석민 변호사,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가 나서서 변론을 했다. 참고인으로는 법무법인 여명 유화진 변호사(대한의사협회 전 법제이사)가 출석했다.
공개변론의 쟁점은 1인 1개소법이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의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등이었다.
청구인 “1인 1개소법은 과잉규제”
먼저 청구인 측 김성수 변호사는 “의료법상 금지되는 복수개설이라 함은 한 의료인이 두 개 이상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하고 복수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해 공백이 생기는 자리를 다른 사람이 하면 사무장병원과 동일한 상황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며 “의료기관 두 곳을 개설해도 각각 실제 의료행위를 할 사람이 있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행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입법단계에서 보건복지부도 의료기관을 두 개 개설한다는 것만으로 규제하는 것은 역시 과잉규제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며 “법문의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네트워크 병원은 같은 상호를 쓰고 진료기술, 마케팅 등을 공유하는 병원으로 사회에 출현한지 20년이 됐으며, 그동안 가격과 서비스 경쟁 도입에 의미가 있음에도 이를 규제하는 1인 1개소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법으로 직업수행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게 청구인 측의 설명이다.
유욱 변호사는 “이 법은 형벌규정이기 때문에 어떤 명목으로 어디까지 금지된 것인지 알 수 없고, 복지부 가이드라인과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서로 다르다”며 “법원의 해석마저 갈리고 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1인 1개소법은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신뢰보호원칙,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박보영 변호사는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하게 될 가능성이 증가될 가능성에 대해 “리베이트 수수로 의료인을 처벌하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으며 대부분이 네트워크병원과 관계가 없는 단독 개원의사들”이라며 “의사입장에서 재정이 어려워지면 리베이트 유혹에 넘어갈 수 있겠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개원하게 되면 그런 유혹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 최혁용 부회장도 “우리나라 의료법 체계에서 의사개인이 돈을 버는 것을 영리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한군데서 병원을 크게 만들어 한의사 100명 고용하고 직원 1000명을 고용해 돈을 벌면 개인 수입이지 영리가 아닌데, 네트워크 병원 100개를 만들면 영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최 부회장은 “한 군데서 큰 병원을 하면 영리성이 극대화 되는데도 불구하고 왜 네트워크에 대해 과도한 공격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성철 변호사는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하고 싶은데 1인 1개소법에 대한 복지부의 의견은 청구인과 다르지 않았다”며 “이 소송에 합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전 복지부 의견은 정반대로,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등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으며, 무엇보다 의료법 목적에 벗어난 과잉규제라고 했다”고 꼬집었다.
재판이라는 특성 때문에 청구인 입장을 반박하고 있지만 청구인 입장과 다를 게 없었으며, 오히려 입장을 바꾸면서 불명확성만 증가시키고 있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어 박 변호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잉규제로 입법도 헌법적 한계가 있다”며 “네트워크병원들이 거액의 환수조치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규제에 대한 위헌성을 제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1인 1개소법으로 인한 과잉규제로 인한 사익침해가 명확하고 구체적인 반면에,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불분명하다”며 의료인은 수십억에 달하는 거액의 비용을 환수처분 받고 재기불가라는 나락까지 떨어지는데 이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무엇인지 모호하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인 “보건의료서비스의 특수성 인정해달라”
이해관계인 측 정의정 변호사는 “의료인의 직업적 수행에 의한 의료행위라고 하더라도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징하는 것에 부합해야하는 제한이 따른다”며 “보건의료서비스에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대한 특수성이 있고, 건강보호 증진을 위한 의료행위 목적, 특수성, 보건의료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입법자가 입법 재량을 명백하게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도 “의료업이란 영리목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인 1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면 의료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해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되기 때문에 이 법의 근본 취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소적 한계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료가 아니라 다수 의료기관을 경영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문 경영인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법인 형태로 전문 경영인을 두고 운영하는 것에 맞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면 앞으로 의료법인, 비영리법인은 모두 법인을 청산하고 의료인 단독 소유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현행 규정에서도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화진 변호사는 “우리나라 의료법 연혁을 보더라도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는 등 시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의료기관 개설이나 운영은 의료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이 법의 개정 취지는 당시도 문제가 됐던 특정 병원의 문제점으로 인해 개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복수 의료기관 개설 허용시 의료기관이 네트워크 병원에 1인이 백화점 형태로 모든 것을 관리하게 될 때 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 외에 의해서 특정인이나 몇 사람에게 이익이 귀속되는 독과점 형태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유 변호사의 지적이다.
유 변호사는 “네트워크 병원 형태로 운영되면 과잉진료나 이익창출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병원별로 매출액 통계 배분, 의사별로 통계를 내서 배분하는 등 체계화해서 이익, 매출에 비래해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며 “개인이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가 아닌 부분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매출 증대가 조직화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준래 변호사는 “의료인 본연의 업무는 최선의 진료를 다하는 것으로 이를 다하기 위해 진료에 집중할 수 있어야한다”며 “이미 현행 법상에서 의료기관 명칭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위헌여부 심사에 있어서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는지와 의료기관 시장질서가 와해되는지 여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공개변론을 지켜본 법조계 관계자는 "1인 1개소법에 대해 헌재가 공개변론을 결정한 것만 봐도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진행된 공개변론에서도 청구인, 이해관계인의 발언보다 재판관들의 질의응답이 더 많은 점을 비춰볼 때 이 사안에 대해 헌재가 매우 심도있게 숙고 중인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헌재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