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해명에 진땀…서울시의사회 “징계권, 의협에 넘겨라” 촉구

 

‘동료평가(peer-review) 제도’가 의료계의 새로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의협이 자율징계의 일환이라고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지만 동료평가제에 대한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 상황.

최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방안’을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에 전달하고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번 방안은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 사태 등 비윤리적 의료행위 근절책의 일환으로, 복지부는 의협, 병협, 환자단체, 의료법학회 등이 참여한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 협의체를 운용해왔다.

이번 개선안에서 논란이 된 부분이 바로 동료평가제로, 개선안에 따르면 당연평가 대상(안)은 ▲장기요양 1등급, 치매 등 진료행위에 현격한 장애가 우려되는 자 ▲다수 민원이 제기된 자 ▲면허신고 내용상 면밀한 주의가 요구되는 자 ▲면허취소로 면허재교부를 신청하는 자이다.

또 샘플링 평가대상(안)은 ▲면허 취득 후 40년 이상 경과된 자 중 민원이 제기된 자 ▲2년 이상 보수교육 미이수자 ▲의료인단체의 징계를 받은 자 ▲중앙회에 등록하지 않은 자 등이 포함됐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지역의사회는 별도의 심의기구를 마련하고 진료기록, 인터뷰에 근거, 동료 의사의 진료적합성을 평가한다. 현장 동료평가단(지역의사회)은 평가결과를 진료행위 적절성 심의위원회에 보고, 문제가 있는 경우 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고 필요시 복지부 장관에게 자격정지 등을 요청하게 된다.

5호담당제 VS 자율징계권

이 같은 동료평가제에 대해 대한평의사회는 북한의 5호담당제와 비교하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평의사회는 “추무진 집행부와 복지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간의 기본권에 반한 착취방식인 5호담당제를 ‘면허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전격 도입했다”며 “면허제도 개선협의체의 동료의사 신고(고발)제도와 동료평가제도를 살펴보면 ‘전국의 보건소와 의협에 상시적 동료의사 비윤리 진료행위 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신고된 사안에 대해서는 면허처분 등의 상시적 처벌을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료의사들끼리 감시해 이 같은 사유로 상호 고소고발한다면 의사 상호 간의 불신조장 및 의료현장의 피폐화로 제대로 된 진료가 불가능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의협은 동료평가제도는 동료‘자율’평가제도라며 해명에 나섰다.

의협은 “복지부가 제안한 동료평가제도가 북한의 5호담당제와 비슷한 제도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의료인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는 전문가인 동료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공정하고 정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다나의원의 경우처럼 의료윤리 위배사안이 발생할 경우 정부 공무원과 같은 의료 비전문가가 의료행위의 당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의료인단체의 자율성이 침해되기 때문에 의사 동료에 의한 평가를 통해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의료윤리학계의 공통적인 연구결과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특히 의협은 “의료인에 대한 높은 윤리적 기준과 최고 수준의 사회규범 수용력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화하고 있는 한편, 의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의료에 대한 전문직업성을 지켜나가고 자율 정화 기능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율적 동료평가가 효율적인 수단이 되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네델란드·캐나다·벨기에가 의사면허 인증평가에 '동료평가'를 포함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5년마다 3명의 의사에게서 동료평가를 받아야 한다.

의협은 “캐나다의 경우에는 매년 약 700명 정도에 대해 동료평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면허취득 후 35년 이상 의료활동 경력의사, 병원과 협력활동이 없는 의사, 의사사회에서 격리된 의사 등을 평가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협은 “동료평가에 대한 해외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의료인 상호간의 평가가 회원의 보호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고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일조할 것”이라며 “전체 회원을 보호하면서 정부의 규제로부터 의료계를 스스로 지켜나가기 위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모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사의 자율권 보장하라!

의협의 해명에도 동료평가제를 비롯한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안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의협 노환규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면허관리기구 설립은 전문가단체의 자율을 강화함으로써 질 개선과 신뢰회복,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획일적 규제를 배제함으로써 전문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 전 회장은 “면허관리기구의 설립은 리베이트 쌍벌제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폐지와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하는데 면허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악법들을 존치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 그렇게 논의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여기에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김숙희)는 의사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면허신고 요건 강화 방안과 관련해, 진료행위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질환으로 진단 또는 치료 경험을 조사하는 것은 정의와 범위 규정이 매우 어렵다”며 “신체적 질환만 있는 경우에 진료행위를 적절하게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자의적인 판단이 되어 결과적으로 차별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법령 위반으로 인한 행정 처분 경력, 직무 관련 징계 처분 여부를 신고해 진료행위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가 이미 행정 처분 또는 징계 처분을 통해 면허와 관련한 처분을 받았을 경우에 사실상 이중 처벌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료평가제도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자율적인 검토와 도입으로 추진돼야 하는 사업으로서 정부의 주도하에 추진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추후 법 개정으로 이를 강제화하는 것은 의사간의 상호 감시를 요구하는 것으로서 더욱 적절하지 않다는 게 서울시의사회의 설명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 내용 중에서 사실상의 의사면허 갱신제로 남용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반대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의사들에게 자율권을 허용하는 것으로, 징계권 전체를 타 전문 직종과 마찬가지로 의협에 완전히 이관하던지 정부가 타율적으로 면허갱신을 추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에 대해서는 “자율징계권 전체를 이양 받지 않는다면 현재 추진하는 정부의 면허개선방안에 협조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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