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날트렉손 4.5mg, 중등증 이상 크론병에 관해 도달 및 안전성 확인

중독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날트렉손(naltrexone)이 크론병 치료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IBD) 가운데 이슈가 되는 크론병 치료 분야에서, 저용량 날트렉손 2~4.5mg이 그 가능성을 검증받는 상황.

일단 결론만큼은 명확하다. 원인이 분명치 않은 크론병 치료는 염증반응을 줄이는 게 최대 목표인만큼, 저용량 날트렉손(low dose naltrexone, 이하 LDN) 요법을 중등도 이상의 크론병 환자 전 연령층에 사용했을 때 긍정적인 치료 반응과 함께 내시경 검사상 효과가 있었다는 것.

이미 기승인을 받은 약물이 전혀 다른 성격의 질환에서도 치료 효과가 좋다는 증례가 쌔고쌘 상황에서, 크론병 치료 분야에 공개된 대표적 LDN 요법 연구들을 짚어봤다.

▲ 원인이 분명치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크론병. 중독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날트렉손이 이러한 크론병 치료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공개되고 있다.

일단 날트렉손은 오피오이드 수용체 길항제로 알코올사용장애(AUD)와 오피오이드 의존장애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승인받았지만, 최근 영역을 넓혀 크론병에까지 치료 효과가 논의되고 있다.

학계는 크론병 치료를 두고 내인성 오피오이드와 염증세포 사이에 일어나는 밀접한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졌다. 때문에 모르핀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오피오이드 길항제(opoid antagonist) 날트렉손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받을 수 밖에 없던 상황.

물론 LDN 요법에 대한 관심은 크론병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약물 기전 상 LDN 요법은 다양한 질환에서 치료와 함께 예방효과가 논의됐는데, 이를 테면 섬유근육통이나 만성피로증후군 등의 치료에서도 일부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결국 염증성 자가면역체계의 활동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 탓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질환의 경우 아직 근거가 입증되지 않은 일화성 보고(anecdotal report)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크론병 치료와 관련된 LDN 요법 임상연구는 최근까지 꾸준히 발표된다. 날트렉손과 같은 아편양 펩티드(opioid peptides)가 면역 및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데 우수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실제 미국에선 크론병을 치료하는데 날트렉손의 오프라벨 처방을 고려하는 분위기다.

선행연구 결과, LDN 요법 크론병에 유효성 타진

근거가 되는 데이터는 성인 활동형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날트렉손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2개의 소규모 임상연구가 있다. 이들 연구에서 날트렉손 4.5mg을 하루 한 번씩 12주간 투약하자 크론병 환자의 증상점수가 뚜렷이 개선됐다. 환자의 80~90%가 저용량 날트렉손 요법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나타낸 것.

특히 크론병의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대표적 임상지표인 CDAI 점수가 70점 이상 감소한 것이 주효했다. 또 중등도 이상의 소아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선행연구(pilot study) 결과에서도 LDN 투약군의 67%에서 크론병 질병 활성도 지표(CDAI) 점수가 개선됐다.

여기서 언급된 CDAI 점수는 크론병의 확실한 치료를 위해 임상 질병 활동도(disease activity)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다. CDAI 150 미만은 '관해(remission)', 150 이상 220 미만은 '경증 활동성', 220 이상 450 미만은 '중등도 활동성', 450 이상은 '중증 활동성'으로 분류된다.

연구 1. 중등증 크론병 환자 대상 LDN 4.5mg, 67% 관해 도달 

관련된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의대 Smith JP 박사팀은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LDN 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세 편의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에 등록된 환자군도 중등도 이상의 활동성 크론병 환자가 주축으로 성인과 소아 등 연령대가 다양했다.

단 연구에 취약점이 있었다. LDN 요법과 관련한 대부분의 임상연구는 대규모 연구 전에 시행된 선행연구 성격으로 참여한 환자군이 소수에 그쳐 확실한 근거를 만들기엔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 연구는 지난 2007년 1월 11일 공개되면서 LDN 요법이 활동성 크론병 환자에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Am J Gastroenterol. 2007 Apr;102(4):820-8). 연구팀은 내인성 오피오이드와 오피오이드 길항제가 조직의 치료 과정에 개입한다는 사실에 힌트를 얻어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LDN 요법을 이용한 오픈라벨의 전향적 선행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엔 CDAI 점수가 220~450점인 중등도 활동성 환자들이 등록됐는데, 이들엔 1일 1회 날트렉손 4.5mg을 투약케했다. 연구시작 최소 8주 전부터는 종양괴사인자(TNF-α) 항체인 인플릭시맙(Infliximab)을 중단했고, 4주 전 다시 투약을 유지했다. 특히 약물은 12주 연구기간동안 매일 저녁 경구 투약토록 했다.

또 삶의 질 조사와 CDAI 점수는 치료 전 한 차례 평가된 뒤, 연구기간 4주 간격을 비롯해 연구 종료 4주 후 평가를 각각 시행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LDN 투약군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평균 CDAI 점수 356점(±27점)인 17명의 환자 가운데, LDN 요법을 사용한 군에서 CDAI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치료 종료 4주 후에도 이 상태가 유지됐다.

주목할 점은 LDN을 적용한 89%의 환자에서는 67%가 관해(remission)에 도달했으며 삶의 질 역시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P < 0.001). 단 12주에 걸친 연구기간 이들 환자에서 수면장애(7명)가 빈번히 발생했다.

연구팀은 LDN 요법이 이들 환자에서 분명한 효과와 안전성을 확보했지만, 추후 대규모 무작위대조군(RCT) 연구에서 보강이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연구 2. 성인 크론병 대상, 내시경 상 관해 도달 4배↑

이어 2011년 3월 8일 게재된 무작위 위약대조연구에선 LDN이 활동성 크론병의 점막 재건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Dig Dis Sci. 2011 Jul;56(7):2088-97). 오피오이드 수용체 길항제가 체내 염증반응을 줄일 것이란 예상에서 시작된 이번 연구는 내인성 오피오이드 체계가 염증성장질환(IBD)과 연관이 있다는 가설 검증과정에 일단 합격점을 얻어냈다.

무작위 이중맹검법으로 12주동안 진행된 위약대조군 연구에는 40명의 성인 활동성 크론병 환자가 등록됐는데, 이들에는 날트렉손 4.5mg을 매일 무작위로 경구 투약케 했다. 1차 평가변수는 CDAI 점수가 70점 이상 감소한 환자의 분포였다. 2차 평가변수는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 상 점막의 치료 정도.

결과에 따르면 CDAI 점수가 최소 70점 감소한 경우는 위약군이 40%에 그친 것과 비교해 LDN 투약군은 이 보다 2.5배 높은 89% 수준이었다(p = 0.009). 크론병 내시경 지표 중증도 점수(CDEIS) 비교 시에도 결과는 같았다. 12주 후 CDEIS가 5점 감소한 경우는 LDN 투약군이 78%로 위약군(28%)보다 2.8배 가량 높았다(p = 0.008).

차이는 또 있다. LDN 요법 투약군의 33%가 관해(CDEIS 점수 6점 미만)에 도달한 반면, 위약군에선 오직 8%가 관해에 도달했다. 4배를 웃도는 차이였다.

일단 안전성 측면에서도 위약군보다 의미있게 높았던 부작용은 피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저용량 날트렉손 요법에서 염증성 반응을 임상적으로 개선시키는 효과가 관찰됐다"며 "크론병 치료에 내인성 오피오이드 치료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결론이다.

연구 3. 소아 중등증 이상의 크론병 대상, 25% 관해 도달

2013년 4월 공개된 중등증 이상의 소아 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 결과도 여기서 한 축을 담당한다(J Clin Gastroenterol. 2013 Apr;47(4):339-45). 소아 크론병 환자에서도 LDN 요법이 질병활성도를 줄이는 효과와 함께 안전성까지 확인됐다는 분석이다.

오픈라벨로 진행된 이번 연구에는 평균 연령 12.3세(범위 8세~17세)인 아이 14명이 등록했다. 8주동안 이들에 날트렉손 0.1mg(/kg) 또는 위약을 무작위로 경구 투약케 했는데, 임상증상의 활동성은 소아 크론병 활동 지표(PCDAI)와 삶의 질에 의해 평가했다.

결과에 따르면 LDN 요법을 시행한 중등증 이상의 크론병 소아에서는 어떠한 심각한 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고 좋은 내약성을 보였다. PCDAI 점수는 날트렉손 8주 치료 후 34.2점(±3.3점)에서 21.7점(±3.9)으로 감소했으며, LDN 투약군의 25%는 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보고됐다(P=0.005).

또 67%는 PCDAI 점수가 최소 10점 이상 감소하면서 경증의 질병 활성도가 확연히 개선됐으며, 삶의 질 역시 나아졌다(P=0.035).

 

소규모 연구결과 수준, 용량설정·병용요법 시 효과 판정 근거 '없어'

일단 임상연구에서 보고된 주요 이상반응으로 피로, 수면장애 등이 언급됐는데 이를 고려해 해당 환자들이 아침에 날트렉손을 복용하는 경우 의료진에 충분한 설명을 들어야 한다. 또 간간이 보고된 위장관계 이상반응과 관련 코크란연합 회원이자 미국크레이튼약대 약학 실무 교수인 Zara M. Risoldi 박사는 "이는 크론병 자체의 문제일 뿐 날트렉손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크론병 치료제로 LDN 요법을 해당 환자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따른다. 시행된 연구에 등록된 환자들이 70명보다 적은 소규모 임상연구들이었기 때문에 치료에 따른 혜택을 논하기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또 대규모 연구를 통해 크론병 환자들에서 날트렉손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이번 이슈에서 개인적 견해를 밝힌 Risoldi 박사는 "연구에 대상이된 크론병 환자들은 이미 5-ASA,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의 기타 치료를 유지하던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핵심이 되는 LDN 단독요법은 연구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대표적 크론병 치료제인 TNF-α 와의 병용요법으로 날트렉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데이터도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또 경구용 날트렉손은 50mg 용량이 대표적으로 시판되지만 연구에 사용된 약물은 4.5mg으로, 언급된 LDN 요법에서 날트렉손의 유효 용량 설정도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날트렉손은 미국소화기내과협회(AGA)와 미국소화기학회(ACG)의 크론병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LDN 요법이 활동성 크론병 환자들에서 추가적 치료제(adjunctive therapy)로 혜택은 기대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현 학회의 입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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