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상]글리베라, 안전성 입증해 유럽서 합격점…FDA 승인 대기 중

유전자 치료제는 결핍 및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 또는 교체해 질병을 분자 수준에서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3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의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잇(it) 연구'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모든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시험 단계에서 여전히 부작용의 '늪'에서 완벽히 빠져나오지 못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상용화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국내외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고, 동시에 피해갈 수 없는 기술적인 난제를 극복하는 데 있어, 의과학자들이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분석했다.
 
     
 

최초의 유전자 치료는 1990년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중증복합면역결핍 증후군(ADA-SCID) 4세·9세 여아 환아가 2년간 생체 외(ex vivo) 방식을 이용한 치료에 성공해, 현재까지 생존한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시험적 유전자 치료를 시도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 법령은 2000년대 와서야 제정됐다.

최초 유전자 치료 성공 이후 미국, 영국,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유전자 치료 시행을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그러던 중 2003년 중국 바이오 업체인 시비오노 젠테크(Sibiono Gentech)가 두경부암 치료제인 젠다이신(Gendicine)을 개발해 중국식품약품감독관리국(SFDA)으로부터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를 받아 상용화됐다.

 

하지만 안전성 및 유용성 논란에서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젠다이신은 중국에서만 판매될 뿐 다른 국가에서는 전혀 허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임상군이 120여 명으로 너무 소수인 데다, 중국 당국의 허가 심사가 너무 느슨했다는 지적도 팽배한 상태다.

글리베라 승인…높은 가격이 문제

이처럼 안전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미비로 유전자 치료제 상용화가 지체됐지만, 2012년 안전성·유용성을 모두 인정받은 글리베라(glybera)가 나오면서, 꺼져가던 희망에 불을 지폈다.

2012년 네덜란드 유니큐어가 만든 지단백지질분해효소결핍증(LDLP) 치료제인 글리베라는 유럽의약품청(EMA)의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글리베라는 신체가 혈액 내 해로운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생산하도록 자극하는 유전자를 함유하고 있다.

현재 글리베라는 1바이알에 5만 3000유로(약 6400만 원)로 책정돼 독일 의료심의기구인 연방공동위원회(GBA)에 승인받은 상태다. 체중이 62.5㎏인 LDLP 환자의 경우 치료에 21바이알이 필요한데, 이는 1회 치료비용만 110만 유로(약 15억 원)가 드는 셈이다.

이에 유니큐어 측은 2012년 글리베라가 승인됐을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LDLP 환자가 유럽에서만 약 150~200명 정도로 극소수이기 때문에, 소규모 시장을 표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최근 유니큐어는 미국식품의약국(FDA)에도 승인 신청을 한 상태이며, 오는 2018년 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난치성·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 '한창'
국내 27개 품목 임상 진행…13개 치료제 임상 승인 진행 중

국내에서도 난치성 질환 및 희귀 질환의 치료제로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총 27개 품목의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13개의 치료제 임상 승인을 진행 중이다.

주로 바이로메드 및 제넥신 등 바이오벤처 업체를 중심으로 종양, 심혈관질환, 감염성 질환, 퇴행성 질환, 유전 질환 등을 표적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티슈진-C가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으로 가장 앞서 있다. 미국에서도 임상 3상이 상반기 안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로메드의 허혈성 지체질환 치료제(VM202-PAD)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DPN)도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3상이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신라젠의 간암치료제(JX-594)는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상태며, 제넥신의 자궁경부전암 치료제인 GX-188E는 한국에서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3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품목이 너무 소수인 데다, 상용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KISTI 기술사업화분석실 임대현 선임연구원은 "2012년까지 진행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에서 78%가 제 1·2상 임상시험에서 그쳤고, 제3상은 3.7%에 불과해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임 연구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2년 2.57억 달러(약 3400억 원). 이후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겠지만, 현재 상용화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인식문제와 높은 가격으로 성장률은 크지 않아 2017년 3.35억 달러(약 3500억 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RNCOS사의 new research report 'Global Gene Therapy Market Outlook(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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