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비뇨기과학회 미래전략사업단 워크숍에서 위기탈출방안 논의

▲ 워크숍에서 발표 중인 정한수 과장

낮은 수가, 타 진료과의 진료영역 침해 등으로 수세에 몰리게 된 비뇨기과 의사들이 탈출구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주명수)는 18일 제67차 추계학술대회장에서 '미래전략사업단 워크숍'을 열고, 비뇨기과 위기탈출을 위한 카드로서 진료영역 확장 및 먹거리 창출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개원가와 3차병원의 연결고리로서 진성 비뇨기질환자를 진료하는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는 2차병원 비뇨기과의 역할을 조망해 눈길을 끌었다.


비뇨기과 안에서도 마이너...열악한 2차병원

이날 봉직의 대표로 나선 김종현 과장(강서미즈메디병원)과 정한수 과장(인천사랑병원)은 리서치전문기관 IPSOS의 설문 결과를 토대로 '2차병원에서의 비뇨기과 현황과 역할, 진료행위 변화'를 짚었다.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근무하는 비뇨기과 전문의수는 1631명.

의료기관종별로는 의원급이 977명(59.9%)으로 가장 많고, 4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이 499명(30.6%), 준종합병원이 155명(9.5%) 순을 차지한다. 2015년 3월 조사에서는 준종합병원 근무자수가 198명으로 소폭 늘긴 했지만 여전히 비뇨기과 내에서도 마이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나 보조인력 없이 의사 1~2명만을 가지고 운영되는 영세한 기관이 많다보니 시설이나 장비 면에서도 제한을 받게 되고, 타과 의사나 병원 경영진들로부터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해 타과에서 비뇨기과 환자를 진료하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여기에 봉직의들은 정년이나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고용불안을 겪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페이를 견뎌내야 한다.

▲ 2012년 IPSOS의 설문에 따르면, 2차기관에서 비뇨기과에 내원하는 외래환자수는 하루 평균 39.7명, 비뇨기과 수술건수는 한달 평균 18.6건으로 조사됐다.

실제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비뇨기과가 개설된 38개 2차진료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을 시행한 결과, 비뇨기과 의사의 근무년수는 1~3년 이하가 35.1%, 1년 이하가 13.5%로 전체 평균 4.7년에 그쳤다.

2차기관에서 비뇨기과에 내원하는 외래환자수는 하루 평균 39.7명, 비뇨기질환자수 비율은 76.4%지만 비뇨기과 수술건수는 한달 평균 18.6건에 불과해 비뇨기과가 수술적 분야로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원 내 타과 또는 타기관을 경유한 환자(357명)는 평균 16.4%로 조사됐는데, 이들 중 40.1%가 비뇨기과에 내원하기 전 1개월 이상~1년 미만의 기간을 보냈으며 3년 이상인 환자도 13.2%에 달했다.

김종현 과장은 "비뇨기질환을 가진 많은 환자들이 비뇨기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 진료를 받고 있으며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받는 이들은 매우 제한적이었다"며, "인력부족에 따른 영세성과 수술적 분야로서 비뇨기과의 전문성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와 타과 의사들의 낮은 인식과 협조부족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비뇨기과 환자가 비뇨기과에서 제대로 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학회는 물론, 의사 개인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 실제 전립선비대증을 의미하는 N40코드 51%, 요실금의 N39.3 코드 80%, 방광 신경근육기능장애의 N31.8 코드 31% 등 비뇨기과 요양급여에서 타과가 차지하는 비율은 유난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뇨기과 전문약물의 타과처방 비율도 상당한데, 알파차단제 40%, 항무스카린제 46%, 5알파환원효소억제제(5ARI)는 35%에 이르며, 의원급에서 84%가 처방되고 있는 PDE5 억제제의 경우 그 중 52.1%가 타과처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한수 과장이 발표한 2015년 IPSOS 조사 결과에서도 1명의 비뇨기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병원이 88%, 65%는 비뇨기과와 피부과를 함께 진료하는 것으로 확인돼 2차병원의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비뇨기과에서 받는 치료는 달라" 차별화 갖추자

이에 이들이 제시하는 솔루션은 비뇨기과만의 전문 진료영역을 확대하고, 타과와 차별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2012년부터 매년 EMP 심포지엄을 여는 것도 2차병원에서 비뇨기과 진료의 질을 업그레이드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 비뇨기과에 먼저 내원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의사와 환자 대상 조사결과가 각각 차이를 보인다.

김 과장은 "일반인 뿐 아니라 타과 의사를 포함한 병원 직원들에게도 비뇨기과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소통을 통해 비뇨기과 환자를 적절하게 의뢰받는 체계도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뇨기과 의사 개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회 측에는 "2차 진료기관에서 전문적인 비뇨기과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비뇨기과 전공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과장은 "2015년 조사에 참여한 전문의 가운데 94%가 타과로부터 여성 비뇨기질환자를 비뇨기과로 의뢰할 경우, 비뇨기과 만의 차별화 된 치료가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그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장비 확보와 치료약물에 대한 이해 및 상세한 설명, 수술 술기 등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2015년 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들은 타과에서 비뇨기질환을 치료 받는 첫 번째 이유로 '비뇨기과에서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줄 몰라서'라는 응답(90%)'을 꼽았지만, 정작 환자들 사이에서는 '타과에서 처방 받는 약과 비뇨기과 약을 함께 처방 받기 위해서'라는 응답(36%)이 가장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정 과장은 "질환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것 외에도 비뇨기과에서 차별화된 진료와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부연했다.

워크숍의 좌장을 맡은 이형래 미래전략사업단장(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은 "처음부터 비뇨기과에 내원했더라면 치료기간이 단축됐을 환자들이 타과를 전전하며 방치되고 있다. 홍보가 부족했던 학회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이 단장은 "밥그릇을 챙기자는 게 아니라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민보건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진료영역을 확장하고, 타학회와 교류를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며, "비뇨기질환을 보는 의사들이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제도정비에도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