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헬스케어의 오늘과 내일<3>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 인터뷰

 

# 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에는 주인공 링커-6 에코(이완 맥그리거 분)가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보면 벽에 달린 액정화면을 통해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식이요법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나온다. 스마트 변기가 소변 속 성분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몸 상태를 점검해 주는 것이다.

과거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했던 일들이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는 이미 경험과 현상 위주의 1세대(Experience & phenomologic medicine), 문헌고찰에 기반했던 2세대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을 벗어나 3세대 'U-헬스케어' 시대에 진입했다.

U-헬스케어란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 Care)의 줄임말로 유비쿼터스와 원격의료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IT)과 의료기술의 융합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더불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평생 관리돼야 하는 만성질환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활 속 자가관리는 물론 각종 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U-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1.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와는 달라

2. 임상효과 넘어 경제성 확보가 관건: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 인터뷰


U-헬스케어의 상용화를 위해 남아 있는 단계는 이제 경제적인 측면, 즉 얼마나 비용효과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시스템을 구축, 유지하는 비용에 비해 의료비 절감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대학병원에서 임상연구 목적으로야 어떻게든 진행될 수 있겠지만, 인건비 등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개원가에서 활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의료진들의 인건비, 시스템 유지비, 서버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의료진의 인건비 및 노동시간을 최소화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2가지 안을 내놨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 자동형 분석 프로그램을 내장시킴으로써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의료인력을 최소화 하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CDSS)'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미리 짜여진 알고리듬을 통해 검사 결과가 정상 범위인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문자를 전송해주고, 이상 소견이 발견된 환자만 추려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개발돼 적용된 바 있다. 프로그램 당시 임상의들이 피드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50% 이상 감소시키면서도 임상효과는 동일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두 번째는 '헬스코디네이팅센터(health coordinating center)'를 별도로 운영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인 의원급에서는 환자들이 전송한 여러 데이터들을 실시간으로 상담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될 텐데, 특히 측정기기 자체나 시스템적인 질문, 전송된 데이터의 저장, 정보보안 등에 대한 문제까지 다루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1차 의료기관을 그룹화 한 뒤 코디네이팅센터에서 기계나 서버이상 등을 처리하는 거점 운영방식을 채택한다면 그러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의료인들이 아직 U-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므로 시스템적인 전문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코디네이팅센터가 도입되면 의료진들이 환자의 임상 결과값을 확인하고 상담하는 데 집중할 수 있고 운동이나 영양 등의 교육, 관리 등을 대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는 제도적인 부분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U-헬스케어 서비스가 의료보험 수가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를 이용하는 환자와 의료진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비용 문제로 이어져 일상에서 활성화 될 수 없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진단, 치료와 무관하게 장비 고장 혹은 통신장애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와 개인의 건강정보 보호에 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김 교수는 "U-헬스케어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개발, 임상연구 단계를 지나 구체적인 상용화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며 "원격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및 건강보험 수가가 개발되고, 관련 의료법이 재정비된다면 개인의 건강은 물론, 국가사회적으로도 막대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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