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헬스케어의 오늘과 내일

 
# 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에는 주인공 링커-6 에코(이완 맥그리거 분)가 아침에 일어나 소변을 보면 벽에 달린 액정화면을 통해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식이요법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는 장면이 나온다. 스마트 변기가 소변 속 성분을 자동으로 분석하고 몸 상태를 점검해 주는 것이다.

과거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했던 일들이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의료계는 이미 경험과 현상 위주의 1세대(Experience & phenomologic medicine), 문헌고찰에 기반했던 2세대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을 벗어나 3세대 'U-헬스케어' 시대에 진입했다.

U-헬스케어란 유비쿼터스 헬스케어(Ubiquitous Health Care)의 줄임말로 유비쿼터스와 원격의료 기술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의미한다. 정보통신기술(IT)과 의료기술의 융합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질병의 예방, 진단, 치료, 사후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더불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평생 관리돼야 하는 만성질환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생활 속 자가관리는 물론 각종 합병증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U-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1.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와는 달라

2. 임상효과 넘어 경제성 확보가 관건: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 인터뷰


우리나라도 대학병원 중심으로 'U-헬스케어' 확산

우리나라 역시 2005년 11월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구축했던 세브란스병원을 필두로 여러 대학병원에 도입되는 사례가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U-헬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관으로는 '가톨릭U헬스케어사업단(단장 윤건호·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을 들 수 있다.

2004년 휴대폰을 이용한 혈당관리 시스템 개발을 시작으로 2008년 국내 최초로 임신성 당뇨병 환자를 위한 '케어-디 마터니티(care-D Maternity)' 서비스를 개시해 화제를 모았던 사업단은 2006년 9월 정식 출범 이후 '임상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이 적용된 유비쿼터스 고혈압 관리시스템', '심전도 측정을 이용한 스트레스 모니터링 장치 및 방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당뇨병, 스트레스, 고혈압 관리사업 외 아동·청소년 비만치료 관련 사업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자가혈당 측정치를 이용한 당화혈색소 예상 프로그램의 개발과 임상적 효과, 인터넷 및 모바일폰을 이용한 혈당관리 시스템이 만성합병증 발생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09년 'U-헬스케어 연구개발센터'를 개소한 분당서울대병원은 2년 만에 U-헬스케어 전용 혈당기기 및 전송시스템을 개발하는 쾌거를 이뤘다.

환자가 가정에서 혈당을 체크하고 혈당측정기를 거치대에 올려놓으면, 혈당 정보가 병원 서버에 자동으로 전송돼 컴퓨터 기반 혈당조절 알고리즘을 거친 뒤 현재 상태에 적합한 처방을 문자로 전송하는 U-헬스케어 혈당관리 시스템이다. 6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50명에게 6개월간 해당 시스템을 적용했을 때 대조군 대비 유의한 혈당관리 효과를 입증하며 2013년 8월 특허를 획득했다.

국책연구과제로서 음성인식 기술 기반의 '맞춤형 U-헬스 이후 케어 혈당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도 진행됐으며, 현재 관련 논문을 준비 중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10년 U-Health 센터를 개소하고,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중심으로 u-Health 서비스 상용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일찌감치 모바일 EMR 프로그램(mAMIS)을 배포해 상당수의 의료진들이 실시간 환자상태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당뇨병 환자 스스로 혈당조절 및 올바른 생활습관 관리가 가능하게 해주는 '아산 u-Health 당뇨관리서비스'를 개발해 예비연구(pilot study)를 마쳤고, '복약상담(Pharm Consult)', '나의 항암수첩', '심폐소생술 약물정보(CPCR Drugs) 등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와는 엄연히 달라

우리나라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IT 분야의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U-헬스케어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했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U-헬스케어가 의료계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장벽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U-헬스케어=원격진료'라는 오해다. '원격의료(telehealth)'는 원격진료, 원격모니터링, 원격상담 등으로 세분화되지만, 한국에서는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되는 경향이 큰 탓이다. 원격의료 논란과 맞물려 수년째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로 보인다. 현재 U-헬스케어가 추구해야 할 방향성은 원격모니터링이 맞다"고 짚었다.

스마트폰 등 헬스케어 기기를 이용한 건강관리가 성립되려면 3가지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첫 번째가 혈압, 맥박, 혈당 등을 측정하는 센서(sensor) 등으로 주로 의료기기에 해당된다.

두 번째가 센서로부터 전송 받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server), 마지막 세 번째가 의료진에 의한 피드백(feedback)이다. 바로 이 '피드백' 부분에서 원격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의 차이가 갈리게 된다.

 

원격진료 vs 원격 모니터링…피드백 여부로 구분

'원격진료'란 IT를 이용해 먼 거리의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듣고 간단한 기기들로 검사를 진행한 후 진단 혹은 처방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개념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화상진료(live video)라 하겠다.

환자-의사 간 소통의 장소가 병원 내 진료실이 아니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 진료와 차이가 없으며, 환자와 의료진이 화상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하는 형태로 진료가 이뤄진다. 따라서 오디오, 비디오 장비 등의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미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화상진료의 의료비를 보상하는 정책이 시행 중인데, 우리나라도 도서벽지, 교도소 등에서 원격 화상진료가 시범적으로 시행된 적은 있지만, 시진, 촉진, 타진, 청진으로 이뤄지는 대면진료를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계속해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시스템의 해상도, 통신서버 등의 장애, 이로 인한 책임소재의 불분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에 반해 '원격모니터링'은 기존에 내원하던 병·의원 방문주기를 그대로 유지하되,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기간 동안의 자가관리를 목표로 삼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화상으로 처방을 내는 행위 등은 포함되지 않으며, 먼 곳에 있는 환자가 측정한 혈압, 혈당 등의 생체정보를 주기적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고, 이를 전달받은 의료진들이 환자의 건강상태에 대해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김 교수는 "주기적인 병원 방문과는 별개로 집, 직장 등 병원 이외의 생활환경에서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과거 환자들한테 혈당수첩을 나눠주고 적어오게 했던 부분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환자들이 입력한 정보가 매일 저녁 의료진들에게 전달되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격 모니터링, 그 효과는? 건강개선 혜택은 "충분해"

IT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를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하려는 수많은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연구가 추구하는 목표는 '실제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가'를 보려는 가능성(possibility), 임상적 효과(efficacy), 비용효과성(cost-effectiveness)의 3가지. 오늘날에는 대부분 가능성 단계를 넘어 유효성과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당뇨병 분야에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원격혈당관리시스템(Internet Based Glucose Monitoring System, IBGMS)이 단기는 물론 장기간의 혈당조절 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증명됐다(Diabetes Care 2006;29:2625-31).

4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3개월에 1번씩 외래진료를 받는 동시에 웹차트에 혈당과 개인력, 가족력, 약제정보 등을 기록하도록 했을 때 당화혈색소(A1C)가 유의하게 감소됨은 물론, 당화혈색소 변동지수(AIC Fluctuation Index, HFI)가 30개월간 안정적으로 유지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 주도 하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북삼성병원 3개 기관이 '스마트케어 혈당관리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당뇨병,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로부터 측정된 값을 의료진에게 전송하고 각각의 환자에게 적절한 권고사항이나 답변이 전송되도록 한 결과, 환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혈당관리에 임하게 됐다. 물론 임상적으로도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해당 시스템은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 길림대 베슌제일병원에 적용했을 때도 좋은 성과를 보여 해외수출의 근간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관련 논문이 올해 안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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