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병원 안진석 교수, HER2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 최신지견 설명

유방암은 95% 이상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 사망수는 2000년 인구 10만명 당 4.8명에서 2012년 7.9명으로 늘어났으며 2008년~2012년 유방암 발병률도 매년 5.9%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방암은 현재 40~50대에가 가장 많이 나타나며 이들의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방암은 치료 후 10년 경과 후에도 전이 및 재발되는 사례가 많은데, 이처럼 전이되거나 재발된 환자들이 2차 치료를 받을 경우, 심리적 충격과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게 된다. 때문에 생존기간 연장 효과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2차 치료 옵션에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지난해 출시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제 트라스트주맙 엠탄신(제품명 캐싸일라)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사용이 가능해 환자 삶의 질 개선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

이에 유방암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를 만나 2차 이상 유방암 치료 옵션과 최신 지견에 대해 들어봤다.

Q. 유방암 중에서도 HER2 양성 유방암은 치명적이고 전이 속도가 빠르다고 들었다. 국내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며 특징은 무엇인가?

-HER2 양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 25% 정도를 차지하며, 전이와 재발이 잘 돼 질환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나쁜 유방암이다. 그러나 HER2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이 출시되면서 질환의 치료 예후가 일반적인 유방암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HER2 수용체가 과발현된 것은 유방암의 치료 예후를 나쁘게 하는 특성인 것은 틀림이 없다.

Q. 현재 HER2 양성 유방암의 치료는 어떻게 되고, 치료 옵션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유방암의 치료는 조기 유방암인지, 전이성 유방암인지에 따라 나뉜다. 조기 유방암은 수술을 시행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요법으로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시행한다. 전이성 유방암은 조기 유방암과 달리 수술이 1차적으로 고려되는 치료 옵션이 아니며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포함한 전신요법을 시행한다.

HER2 양성 유방암이면서 전이 또는 재발한 경우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에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해 쓰는 것이 현재의 표준치료요법이다. 이에 더해 최신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퍼투주맙이 있다.

퍼투주맙은 기존의 트라스투주맙이 작용하는 HER2 수용체의 다른 부분에 작용하는 상호 보완적인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다. 기존 표준치료요법인 트라스투주맙+도세탁셀 병용요법에 추가해 3제 요법으로 사용한다. 관련 연구인 CLEOPATRA 임상연구 결과 기존의 표준치료요법대비 중앙생존기간(median OS)을 40.8개월 대 56.5개월로, 1년 6개월(15.7개월) 가까이 개선했다.

해외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도세탁셀을 표준요법으로 쓰지만 국내는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다.

Q.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치료 옵션은 무엇인가?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병용요법이다. 라파티닙은 트라스투주맙과 같은 HER2 표적치료제인데, 트라스투주맙과는 작용 기전이 다르다.

트라스투주맙이 세포 밖에서 HER2 수용체에 결합하여 신호 전달을 차단한다면, 라파티닙은 세포 내부에서 HER2 수용체가 성장 신호를 내보낼 때 필요한 특정한 효소의 활성화를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라파티닙은 1차 치료가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카페시타빈 병용 시 기존 항암화학요법 치료 보다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HER2 양성 유방암을 대상으로는 1차적으로 트라스투주맙+도세탁셀 치료 후 2차로 라파티닙+카페시타빈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표준적인 방법이다.

한편 이러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의 표준요법이었던 라파티닙+카페시타빈 보다 생존기간 측면에서 더 이점이 있음을 보인 치료제가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다.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에서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도세탁셀 3제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나타난 것처럼, 2차 치료 분야에서는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은 HER2 표적치료제(트라스투주맙)에 세포독성항암제(엠탄신)를 결합시켜 한 개의 치료제로 만든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이 HER2 수용체를 표적하여 작용하고, 세포 이입 전에는 세포독성 구성 성분인 엠탄신이 분비되지 않아 세포독성항암제 치료가 야기할 수 있는 전신 부작용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치료제를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라고 하는 데,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 유방암 분야 최초의 항체약물접합체(ADC)이다.

지난 2012년 발표된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의 EMILIA 임상연구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환자들을 대상으로 트라스투주맙 엠탄신과 라파티닙+카페시타빈 치료 효과를 비교한 결과 트라스투주맙 엠탄신는 기존의 대조군 보다 전체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를 5.8개월 연장시켜 사망위험을 32% 감소 시켰으며, 무진행 생존기간 또한 6.4개월에서 9.6개월로 대조군 대비 50% 향상 시켰다.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최선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는 퍼투주맙+ 도세탁셀 + 트라스투주맙이고, 2차 치료에서는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라스트주맙 엠탄신은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Q.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표준요법(표적치료제+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받을 때, 유방암 환자들이 특히 힘겨워 하는 부분은 없는가?

- 2차 표준치료요법인 라파티닙+카페시타빈의 경우에도 거의 탈모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안트라싸이클린 치료가 선행돼야 해당 치료 요법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탈모도 심하고 오심과 구토도 많이 나타나는 세포독성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요즘은 오심, 구토를 억제하는 보조치료제도 많이 나와 과거에 비해 이러한 부작용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환자들이 특히 힘들어 하는 부분은 탈모와 같은 외형적인 변화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 탈모로 빠지는 것은 머리카락뿐이 아니다. 눈썹과 속눈썹이 모두 빠진다. 땀이 나면 다 눈으로 들어 간다.

그리고 라파티닙+카페시타빈 치료도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여성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부작용으로는 ‘피부가 검어지는’ 것이다. 기미도 많아 진다. 또 ‘수족증후군’이 있다. 손바닥과 발바닥이 빨갛게 부어 오르면서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환자가 발바닥이 아파서 보행을 어려워할 정도다. 손바닥도 심하게 아프니 물건을 집는 것도 어렵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많이 받는 부작용 중 하나이다.

Q.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 표적 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가 결합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라고 했는데, 기전 상의 이점은 무엇인가?

-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따로 병용 하는 것 보다 한 치료제 안에 합쳐진 경우 보다 더 암세포에 좀 특이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치료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편이다.

기존의 표준요법이라고 할 수 있는 라파티닙+ 카페시타빈이 구내염, 설사, 수족증후군과 같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부작용들이 발생한다.

그러나 트라스투주맙 엠틴신의 부작용은 혈소판 감소증, 간 효소의 증가 등 환자들이 실제로 느끼지 못하고 검사를 통해서만 발견되는 것들이다. 장기간 치료하는 경우에는 다르겠지만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작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확실히 환자 삶의 질 측면에서 우월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Q.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 단독요법으로 쓰였을 때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항암제와 병용투여 하는 경우에도 치료 효과가 뛰어난가?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부작용이 더 증가할 것이다.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은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와 병용요법으로 투여하는 임상연구는 진행하지 않았다. 추측컨데,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 가지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로써의 장점이 세포독성항암제를 병용투여로 희석될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다.

세포독성항암제와는 아니지만, 트라스투주맙 엠탄신과 또 다른 표적치료제인 퍼투주맙을 병용투여 하는 임상연구는 진행된 바 있다. 안타깝게도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단독보다 더 큰 임상적 혜택은 없었다. 현재는 단독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Q. 실제 임상 현장에서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으로 치료 한 사례가 있었나? 환자들의 치료 경과는 어떠한가?

- 현재까지 국내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를 제외하고 국내 출시 이후 3~4명의 환자들에게 치료를 시행했다. 민간보험이 적용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아서 무리해 사용한 경우도 있다. 다행히 모두 치료 효과가 잘 나타나서 꽤 만족스러워 하였다.

구체적인 치료 성과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한 환자의 경우 간 전이가 심해져 생명이 위독한 단계까지 갔었다. 이 환자의 경우 민간 보험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치료를 권했다. 다행히 치료를 통해 상태가 극적으로 호전됐다. 그런데 이 케이스도 비급여 치료에 대한 민간보험 상의 상한 금액이 있어서, 6차까지 빠듯하게 치료를 진행했다.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환자이지만, 상태가 많이 호전됐고 부작용이 적은 상태여서 지금은 치료를 중지하고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Q. 트라스투주맙 엠탄신이 보험급여 적용을 못받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의 견해는?

- 국가에서 건강보험재정 상의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과성의 입증이 개별 환자 차원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을 때가 많다.

현재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 보험을 따로 가입했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되는 환자들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치료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조차 조심스럽다. 경제적인 이유로 쓸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되면 절망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유방암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인 40대에서 50대 초반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해당 연령대의 여성이 가정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고려 할 때 유방암으로 인한 사회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 또한, 유방암이 완치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40대 여성의 가장 큰 사망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유방암이다.

이에 유방암은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인 만큼 환자들에게 보다 폭넓은 치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료제를 보다 빨리 사용하는 경우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 위험분담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곧 제약사에서 치료비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3회차 치료를 받으면, 1회차는 비용을 지원해 주는 내용의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지금보다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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