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맞는 지질치료방법은 따로 있다"

▲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을 소개했다.

"지질 목표치 없이 위험도만을 가지고 약물치료 기준을 제시한 나라는 전 세계를 통틀어 미국 뿐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했다"

11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국제학술대회(ICLA 2015)에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소개를 맡은 김성래 진료지침위원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고수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개정 가이드라인서 'LDL-C 목표치' 고수

▲ 12년만에 공개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학회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2015년 제3판'을 공개했다.

한국인에 대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은 1996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중심이 돼 유관 학회 및 기관들이 '고지혈증 치료지침 제1판'을 발행했던 것이 처음. 2003년 제2판을 통해 심혈관질환의 예방 목적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고, 2009년 한차례 수정 보완됐지만 정식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근 12년 만이다.

개정작업이 한창이던 2013년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예방을 위한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는데, 기존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배제하고 위험도에 따라 스타틴 치료강도를 달리 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혼선이 일어난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순환기 분야에서 권위 있는 미국심장학회의 결정인 만큼 얼마나 가중치를 둬야 할지 고민이 많았지만, 미국 내부에서조차 논란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심혈관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기준대로 스타틴을 복용했을 때 모든 환자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근거는 불충분하다는 것.

실제 ACC·AHA은 스타틴 처방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스타틴 사용설명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비판은 IMPROVE-IT 연구를 통해 비스타틴요법의 긍정적인 아웃컴이 입증돼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또한 로수바스타틴 20~40mg 같은 고강도 스타틴요법도 우리나라에서는 허가용량 자체가 20mg이라 국내 정서와 전혀 맞지 않는 부분이다.

▲ 김성래 진료지침위원장

김 위원장은 "미국 가이드라인을 보면 아시아인은 스타틴에 대한 반응이 좋아 용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우리나라의 허혈성심장질환 사망률은 서구에 비해 현저하게 낮으므로 서구의 위험도 평가 기준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제 학회의 다음 목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연구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예방 효과를 입증한 기존 연구들도 대부분 서양인이 대상이어서 그 결과를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찰이 필요하다.

박경수 이사장(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은 "미국의 심혈관질환 예측 모델은 국내 환자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며, "이번에 일반인들을 위한 '이상지질혈증 조사보고서(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와 임상지침을 만들면서 많이 반성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 데이터들을 정리하는 작업들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보험 기준이 지난해 부터 총콜레스테롤에서 LDL-콜레스테롤로 바뀐 것은 환자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이라 본다"며, "이번 지침에서 새롭게 분류된 초고위험군에 대해서도 보험기준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학회가 지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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