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동맥경화학회 지침, 美와 다른 길 선택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임상특성은 다르지 않은가!"

한국은 결국 지질 목표치를 고수했다. 전가의 보도로 내세우며 스타틴만 보고 가라던 미국과는 다른 길.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을 십분 고려한 결과로,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있어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LDL 이론'에 새롭게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이사장 박경수)는 최근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2015년 제3판'을 공개,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차등 설정하는 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지질이상 환자와 대면하는 임상의들에게 심혈관질환 위험도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준으로 치료에 임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이를 따를 경우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고위험군, 중등도위험군, 저위험군의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LDL 콜레스테롤 70mg/dL에서 160mg/dL 미만에 이르는 목표치를 적용하게 된다.

국내 임상의들이 지질동맥경화학회의 새 지침, 구체적으로는 지질 치료기준에 대한 결정을 기다려 왔던 것은 미국이 앞서 내놓은 지질치료 가이드 때문이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 2013년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예방을 위한 콜레스테롤 가이드라인'을 통해 큰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배제하고, 위험도에 따라 고강도 스타틴(LDL 콜레스테롤 50% 이상 감소) 또는 중강도 스타틴(30~49% 감소)으로 치료하도록 권고한 것. 지질이상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과 관련해 스타틴의 임상혜택을 유일하게 인정하는 '스타틴 이론'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중심의학'의 영향력이 최고로 발휘된 결과였다.

위험도에 따른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초고위험군(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TIA, 말초동맥질환) - 70mg/dL 미만

△고위험군(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 당뇨병) - 100mg/dL 미만

△중등도위험군(주요 위험인자 2개 이상) - 130mg/dL 미만

△저위험군(주요 위험인자 1개 이하) - 160mg/dL 미만

가이드라인, 그것도 백인 중심의 미국사회에 온전히 맞춰진 권고안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세계 심장학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는 ACC와 AHA가 지질 목표치 무용설을 들고 나왔다는 것 만으로도 임상의들이 기존 치료의 틀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치료기준에 대한 가이드 또는 컨센서스가 지속적으로 요구돼 온 이유다.

미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 ASCVD 환자 △ LDL 콜레스테롤 190mg/dL 이상 △ LDL 콜레스테롤 70~189mg/dL인 당뇨병 환자 △ ASCVD 또는 당뇨병이 없으나 LDL 콜레스테롤 70~189mg/dL이면서 10년내 ASCVD 발생위험 7.5% 이상의 그룹에게 중강도 이상의 스타틴을 적용해야 한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새 지침에서 "기존의 목표치를 없애고 중등도 이상 용량의 스타틴을 일괄적으로 투약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스타틴의 효과는 일관되지만) 투약 강도에 따른 지질강하 정도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적어도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임상특성을 고려할 때 스타틴 고강도 치료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 지침의 요지다.
 
학회는 "미국 가이드라인이 아시아인 대상의 연구를 포함시키지 않았고,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강도 이상 고강도 스타틴 요법의 이점 및 부작용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아시아인에서 고강도 스타틴 요법의 임상혜택과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 위험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 지침에 인용된 국내 연구자료에 따르면, 동일 스타틴 용량을 놓고도 외국인에 비해 한국인의 LDL 콜레스테롤 강하율이 더 높은 경향이다. 아토르바스타틴 10mg과 로수바스타틴 5mg으로 얻을 수 있는 LDL 콜레스테롤 강하율이 39~44%와 40~49%, 20mg과 10mg 요법은 41~50%와 42~50%에 달한다.
미국 가이드라인의 고강도 스타틴 요법은 아토르바스타틴 40~80mg과 로수바스타틴 20~40mg을 지칭하는데, 국내 데이터를 대입해 보면 보다 낮은 용량으로도 50% 대의 LDL 콜레스테롤 감소가 가능해진다.

상대적으로 저용량 또는 표준용량의 효용도가 훨씬 높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기에 고용량으로 갈수록 당뇨병 증가 등 부작용 위험이 동반 상승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할 사항이다.

지질동맥경화학회 지침은 이상의 근거를 토대로 스타틴 강도에 따른 일괄치료보다는 지질 목표치를 기준으로 한 맞춤치료에 무게를 실었다. 지질치료의 수단인 스타틴(스타틴 이론)보다는 목표인 LDL 콜레스테롤 강하(LDL 이론)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선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일과성뇌허혈발작(TIA), 말초혈관질환에 해당하는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게는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또는 기저치 대비 50% 이상의 감소를 권고했다.

다음으로 당뇨병, 경동맥질환, 복부대동맥류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에게는 100mg/dL 미만으로의 조절이 권고됐다. LDL 콜레스테롤을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가 2개 이상인 중등도위험군은 130mg/dL 미만, 위험인자가 1개 이하인 저위험군은 160mg/dL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약물치료의 경우 고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 등에 스타틴이 여전히 1차선택으로 핵심을 이루고 있다. 또 미국 가이드라인과 달리 스타틴으로도 지질 목표치 도달이 어려운 경우에 에제티미브·피브린산유도체·니코틴산·담즙산결합수지·오메가-3 지방산 등이 병용선택으로 권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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